하얼빈서 14만6천년 전 살았던 50대 남성
네안데르탈인보다 현생 인류에 더 가까워
네안데르탈인보다 현생 인류에 더 가까워
중국 북동부에서 발견된 14만6천년 전의 고대 인류 두개골. 현생 인류의 크기가 거의 같다. 허베이지질대 제공
‘호모 롱기’의 생활 상상도.
1933년 농부가 발견해 85년 간 숨겼다가 신고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이 남성은 숲이 우거진 강 유역에서 포유류와 새, 물고기를 사냥하고 과일과 채소를 채집하면서 살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개골이 발견된 구체적 위치를 알 수 없어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어떤 동물과 식물을 섭취했는지 등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두개골의 화학 조성을 분석한 결과 이 화석의 추정 연대는 최소 14만6천년, 최대 30만9천년 전이었다. 이 시기는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여러 인간 종이 아시아와 유럽에 공존해 있을 때다. 연구진은 “호모 사피엔스가 동아시아에 일찍 도착했다면 호모 롱기와 교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연구책임자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는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된 형태이 화석”이라며 “지난 50년 동안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두개골이 연구진의 주장대로 새로운 종으로 확인될 경우 그동안 화석 발견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립된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두개골은 애초 1933년 제국주의 일본이 세운 만주국 시절의 하얼빈에서 쑹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건설에 투입된 한 농부가 땅을 파던 중 발견했다. 농부는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버려진 우물에 숨긴 뒤 85년 동안 비밀에 부쳤다가 2018년 임종을 앞두고서야 가족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가족들은 곧바로 이 두개골을 수습해 허베이지질대에 이를 기증했다.
‘호모 롱기’의 얼굴 상상도.
“새로운 종 아닌 데니소바인으로 봐야” 반론도 일부 과학자들은 이 두개골이 새 고대 인류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의 고인류학자 필립 군츠와 애리조나 미드웨스턴대 고인류학자 카렌 밥은 이빨 모양 등을 근거로 `뉴욕타임스'에 하얼빈 두개골은 인류의 또다른 자매종으로 아시아에 살았던 데니소바인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스트링커 교수는 1978년 중국 산시 지방에서 발견된 20만년 전의 ‘달리’ 두개골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토론토대 고인류학자 벤스 비올라는 “좀 더 신뢰할 만한 판단을 위해선 형태학적 특징보다는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