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연구하는 물리학자 이상한가요? 제임스 왓슨과 함께 디엔에이(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도 이론물리학자예요.”
최근 디엔에이 염기 하나만 교정할 수 있는 초정밀 유전자 염기교정 기술을 개발해 발표한 배상수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학위까지 마친 ‘토종 물리학자’이다.
배 교수의 분자유전공학연구실 연구팀이 우재성 고려대 교수와 공동연구한 이 논문은 최근 생명공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생명공학>(Nature Biotechn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 연구에는 대학원생인 분자유전공학연구실의 정유경·이석훈 연구원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양대 배상수(앞줄 맨왼쪽) 교수와 분자유전공학연구실 연구원들. 한양대 제공
그는 6일 “대학 시절 물리학을 전공하면서도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다. 물리학자로서 생물학에도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생물물리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뒤 외국으로 나가는 시류를 좇지 않고 국내에서 연수연구원(포스닥)을 시작했다. 지난해 노벨상을 받은 제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카스9’ 기술이 세상에 등장한 때였고, 그때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하던 김진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현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실에서 일하게 된 것은 배 교수한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배 교수 연구팀은 2년 전에도 같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 “유전자 염기교정 기술은 디엔에이를 이루는 4개의 염기 가운데 하나를 교정하는 기술이에요. ‘아데닌’(A) 염기를 교정하려는데 의도하지 않게 주변의 ‘시토신’(C)까지 바꿔버린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연구팀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부작용을 현저하게 줄여 원하는 아데닌만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이번에 개발해낸 것이다.
공동연구자 고려대 우재성 생명과학과 교수. 고려대 제공
기술개발 과정에는 우 교수팀의 협력 연구가 큰 구실을 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우 교수 연구팀은 다른 미생물 종들의 유전자 서열과 구조를 분석해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를 만드는 전략을 세우고 설계를 했다. 배 교수는 “우 교수팀의 설계 덕분에 30여개의 유전자 가위를 제작할 수 있었고, 기존의 교정 효율은 유지하면서 부작용은 거의 없는 유전자 가위를 추려냈다”고 했다. 두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초정밀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기술을 특허출원했다.
배 교수의 바람은 아무도 만들지 못한 획기적인 유전자 가위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노벨상을 받을 만큼 영향력이 큰 기술이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다. 여러 유전자 질환을 치료할 수 있고 다른 유전적 응용에도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을 개발할 여지가 많아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주변 시토신까지 치환해버리는 부작용을 없앤 초정밀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모식도. 한양대 분자유전공학연구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