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표의 주요 영양소 함유량 비슷하지만
건강에 중요한 대사물질 성분은 천양지차
건강에 중요한 대사물질 성분은 천양지차
식물 대체육 성분표의 영양소는 축산 고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픽사베이
버거 패티 113g에 들어 있는 다량 영양소를 분석한 결과 식물성 대체육과 축산 고기의 함유량이 엇비슷했다. 풀을 먹인 쇠고기에는 단백질 24g, 탄수화물 0g, 지방 14g (포화 지방 5g)이, 대두 기반 대체육에는 단백질 19g, 탄수화물 9g, 지방 14g (포화 지방 8g)이 들어 있었다. 사이언티픽 리포츠
식물은 식물, 동물은 동물이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대사체학(metabolomics) 기법을 이용해 식물성 대체육의 영양 성분을 조사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성분표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많은 영양 성분들에서 축산 고기와 식물성 대체육은 구성 내용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식물은 식물, 동물은 동물이었다. 대사체학이란 대사 작용으로 생산되는 대사물질의 종류와 기능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대사물질은 인체 생화학을 완성하는 벽돌에 비유할 수 있는 물질로 에너지 전환, 세포간 신호 전달, 생체 조직의 구축과 분해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우리 몸에는 이런 대사물질이 10만개 이상 있으며, 대사물질의 절반은 음식으로부터 얻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들은 혈액을 통해 몸 구석구석을 순환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연구를 이끈 듀크대 분자생리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스테판 반 블리에트는 “영양성분 표만 보면 식물성 대체육과 고기의 영양성분은 호환이 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대사체학을 이용해 더 광범위하게 영양 성분을 살펴본 결과 축산 고기와 식물성 대체육 간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상위 50개 대사물질의 식물성 대체육(왼쪽)과 소고기(오른쪽) 내 함유량 비교. 빨간색은 함유량이 많다는 뜻이고 파란색은 적다는 뜻이다. 그림에서 보듯 식물성 대체육과 소고기 간에 차이가 크다. 한쪽에 많은 것은 다른 쪽에 적었다. 사이언티픽 리포츠
대사물질 190개 중 171개가 달라 연구진은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식물성 대체육 18개 제품과, 아이다호의 한 농장 목초지에서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 다짐육 제품 18개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진이 식재료를 조리해 만든 버거 패티를 분석한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정할 수 있는 190개의 대사물질 가운데 171개의 함유량이 소고기와 식물성 대체육품 간에 서로 차이가 났다. 전체의 90%가 다르다는 얘기다. 우선 소고기에는 식물성 대체육에 없는 22개의 대사물질이 있었다. 식물성 대체육에는 소고기에 없는 31개의 대사물질이 있었다. 함유량 차이가 가장 큰 것은 아미노산, 아미노산 결합체인 디펩티드, 비타민, 페놀, 포화 및 불포화 지방산이었다. 사람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가지 대사물질은 소고기에만, 또는 소고기에 훨씬 더 많이 들어 있었다. 예컨대 크레아틴, 스페르민, 안세린, 시스테아민, 글루코사민, 스쿠알렌, 오메가3 지방산 DHA 등이 그런 성분들이다. 연구진은 “이 영양 물질들은 생리 작용과 염증 억제, 면역 조절에서 잠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식물 대체육과 축산육은 어느 식품이 더 나은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주는 식품으로 봐야 한다. 픽사베이
식물 대체육과 고기는 서로 보완하는 관계 반 블리에트 박사는 그러나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 채식주의자들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식물성 대체육에는 피토스테롤, 페놀처럼 소고기에는 없는 유익한 대사물질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런 차이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소비자들은 식물성 대체육과 고기가 영양학적으로 호환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이번 연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의 요체는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의 영양 차이를 어떤 것이 더 나은 식품이냐라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라는 것이다.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은 서로 다른 영양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두 식품은 대체재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