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4천년전 수마트라섬의 화산 대폭발
북반구, 최고 10도 하락 등 피해 컸지만
현생인류 살던 남반구는 운좋게 영향 적어
북반구, 최고 10도 하락 등 피해 컸지만
현생인류 살던 남반구는 운좋게 영향 적어
7만4천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토바 화산 대폭발 상상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토바 화산으로 생긴 호수. 길이 100km, 폭 30km, 깊이 500m로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 호수 가운데 하나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상층 대기의 황산염 입자가 햇빛 반사해 기온 냉각 연구진에 따르면 강력한 화산 폭발로 분출한 이산화황은 수십킬로미터 높이의 성층권 대기층에까지 퍼져나갈 수 있다. 대기 상층에 이른 이산화황 가스는 황산염 에어로졸이라는 작은 입자로 바뀐다. 이 입자들은 1~2년 동안 대기에 머물며 햇빛을 반사한다. 이는 결국 지표의 온도를 변화시키고, 강우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화산 분화 때 이런 현상을 관찰했다. 당시 분출된 화산재는 수년간 지구를 최대 0.5도 냉각시켰다. 대기환경 추적 위성을 이용하면 화산 분출 때 얼마나 많은 유황이 상층 대기에 도달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토바 화산 분출로 생긴 화산호수 토바호 전경. Credit: Clive Oppenheimer
네안데르탈인 살던 북반구는 초토화 연구진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기온과 강우량, 유황 배출량을 매개변수로 집어넣은 42개의 기후 영향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 그 결과, 토바 화산 폭발은 최악의 유황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아프리카 기후에 비교적 약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남반구와 북반구의 기후 영향이 크게 달랐다. 북반구는 황 배출량에 따라 1~2년 안에 기온이 최소 4도에서 최고 10도까지 떨어졌다. 반면 현생 인류가 거주하고 있던 남반구는 최악의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기온 하락 폭이 4도를 넘지 않았다. 강우량이 크게 줄었을 가능성도 낮게 나왔다. 연구진은 “이는 토바 화산이 인간 진화사에서 세계적 규모의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당시 북반구인 동유럽과 아시아에는 인류의 사촌격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살고 있었다. 이들에겐 토바 화산 폭발에 따른 기후 변화가 생존의 큰 위기였을 것이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결과 이들은 특히 심각한 기온 저하에 노출됐을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이때 약해진 생존의 동력이 결국 멸종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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