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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미래의 ‘X감염병’ 막을 방벽은 ‘기초연구’라는 벽돌로 쌓아야”

등록 2021-07-26 00:50수정 2021-07-26 09:47

[신·변종 감염병 연구개발 현주소와 미래②]
바이러스지식 급팽창했지만 신종은 잘 몰라
기초연구 축적돼야 빠른 관리·공존전략 가능
연구 거점 구실할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출범

최영기 “바이러스 연구 협력 돕는 서기 역할할 것”
신의철 “기초연구가 쌓였기에 코로나19 백신 가능”
이찬희 ”국내 바이러스 연구 저변 확대할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 6일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개소식을 했다. 각종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심도 깊은 기초연구가 첫번째 목적이다. 유관 연구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낼 거점 구실이라는 임무도 제시됐다. 최영기 초대 소장(충북대 의대 교수)과 신의철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이찬희 전 대한바이러스학회장(충북대 교수)이 지난 20일 연구소 회의실에서 만나 바이러스 기초연구의 미래와 연구소 운영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대담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했다.

최영기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소장(가운데)과 신의철 연구센터장(오른쪽), 이찬희 전 대한바이러스학회장(왼쪽)이 지난 20일 연구소 회의실에서 바이러스 기초연구의 미래와 연구소 운영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최영기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소장(가운데)과 신의철 연구센터장(오른쪽), 이찬희 전 대한바이러스학회장(왼쪽)이 지난 20일 연구소 회의실에서 바이러스 기초연구의 미래와 연구소 운영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인류는 바이러스를 얼마나 알고 있나? 바이러스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나?

이찬희(이하 이) “처음에는 바이러스를 미생물의 하나로 알았다. 추상적으로나마 알게 된 게 1900년 전후여서 역사가 120여년에 불과하다. 제너가 1796년 종두법을 발견했지만 바이러스는 모르는 상태였다. 인류는 짧은 시간임에도 바이러스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 스페인독감처럼 바이러스 질병이 인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최영기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소장
최영기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소장

최영기(이하 최) “바이러스 지식은 고속 팽창했다. “50만종 이상 바이러스를 찾아냈지만 병원성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0.2%밖에 안된다”는 조나 마제트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의 말처럼 많은 바이러스를 발견했지만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인류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질병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지만, 손도 닿지 못한 부분도 있다.”

신의철(이하 신) “교과서가 총론과 각론으로 나뉘어 있듯이 바이러스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은 많아졌지만, 새로운 바이러스가 얼마나 자주 나올지 모르고 새로 출현할 때마다 새로 공부해야 한다. 끝이 없는 학문이다.”

―바이러스 연구는 왜 중요한가? 세균이나 곰팡이 연구와 다른 점은?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에 비해 매우 크고 증식 방법도 알고 있다. 다제내성 박테리아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무기가 있다. 곰팡이 또한 환경을 제어하면 막을 수 있고, 약제도 나와 있다. 하지만 많은 투자를 통해 인플루엔자, 에이즈 등 몇몇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는 무기는 갖고 있지만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무기는 없다.

특히 바이러스는 사람이 계속 지니고 다녀 주위에 항상 존재한다. 전쟁이나 재앙도 바이러스질병만큼 한꺼번에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전에 몰랐던 질병이 나타나고 인구가 팽창해 바이러스 서식영역으로 들어가고 기후변화에 새로 적응한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 인류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가 돼가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선제적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기술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고 남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의철 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
신의철 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

“질문에 대한 의외의 두번째 답이 있다. 바이러스 연구 역사를 보면, 인간의 다른 질병이나 면역반응 등에 대한 부수적 성과가 많이 나왔다. 분자생물학 시대도 1950~60년대 바이러스를 연구하다 시작된 것이다. 암 면역치료법도 에이즈 연구하다 알게 된 티(T)세포에서 시작됐다. 모든 기초과학이 마찬가지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바이러스학은 파급효과가 컸던 학문 가운데 하나이다.”

―바이러스 종류도 많고 코로나19의 경우 변이의 출현 속도가 상상을 뛰어넘는데,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확산 속도를 인류의 바이러스 연구가 따라잡을 수 있나? 정복이 가능한가?

“정복은 힘들어도 관리는 가능하다. 미래에 또다른 바이러스가 오더라도 관리를 통해 희생자 수를 줄이는 등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대비가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빨리 개발한 것도 사실 기초과학의 개가다. 어느 정도 대처와 관리는 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19 백신은 사실 긴급히 임시허가된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오래 연구했지만 막지 못하고 백신으로 관리하고 있다. 에이즈바이러스(HIV)의 경우 많은 부분 제어할 수 있는 단계다. 관리만 하면 죽지 않는다. 시(C)형 간염도 거의 정복 단계다. 바이러스의 최대 약점을 어떻게 찾아내는지에 따라 정복할지, 관리할지, 함께 살지가 결정될 것이다. 기초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의 최대 약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찬희 전 대한바이러스학회장(충북대 교수)
이찬희 전 대한바이러스학회장(충북대 교수)

―우리나라의 바이러스 연구 인력은?

“대한바이러스학회 회원 가운데 바이러스가 제1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연구책임자급이 100여명이다. 하지만 비유하자면 백화점의 주력 상품 옆에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어져 있는 정도다. 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필요한 이유의 하나가 바이러스연구 저변 확대다.”

―감염병연구소도 있고,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의한 감염병도 있는데 왜 바이러스연구소가 별도로 필요한가?

“국내 바이러스 연구기관으로는 소수이지만 꾸준히 연구해온 국립보건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곧바로 임상에 적용하고 산업의 피해를 막을 공중보건학 쪽으로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변종 바이러스 방역과 백신 개발에 사용할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쌓아올릴 벽돌과 철근이 필요하다. 바이러스 각각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 성과물은 벽돌과 골격이 될 수 있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돼지 3형제처럼 지푸라기나 나뭇잎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

바이러스기초연구소의 또다른 중요한 측면은 소외된 질병 곧 뎅기열이나 출혈열바이러스 등 우리나라에서 아직 발생하지 않아 간과하고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연구이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해 세계 어느 한 곳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 12시간밖에 안 걸린다. 이런 감염병에 대해 누군가는 대처하고 있어야 한다. 옆에 있어 질병을 일으킨 바이러스만 연구할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바이러스 기초연구 성과가 있어 대응할 수 있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반대로 연구가 부족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백신이 급하게 만들어졌지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없었다면 코로나19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빨리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은 환자 맞춤형 항암 백신으로 연구되고 있었다. 기초적인 연구는 다른 목적이었지만 연구 성과가 융합돼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2003년 사스가 유행할 때 바이러스를 검출해 모든 실험동물에 넣어봤지만 감염되지 않았다. 이후 바이러스 리셉터를 찾아내 실험쥐 모델을 만들었다. 하지만 메르스 때는 또 감염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이전 연구 성과를 검토한 결과 사스 때 만들어놓은 모델동물이 감염되는 것을 알아내 치료제와 백신을 검증할 수 있었다. 이렇듯 하나의 도구를 만들어 놓으면 미지의 질병도 막을 수 있다. 몇 달 걸릴 것을 몇 주 만에 할 수 있다.”

―바이러스기초연구소의 연구방향과 인력 운용 등 향후 계획은?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기초과학연구원 산하이다. 기초연구원은 자율성, 창의성, 수월성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심도 있는 연구를 자유롭게 하라는 게 취지다. 하지만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여기에 바이러스 연구 협력을 이끌어낼 대외 활동도 해야 한다.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중장기 개발 계획을 만들고 있다. 오는 10∼11월께 윤곽이 나올 것이다. 이를 위해 학회나 출연연 등과 공동 위원회를 만들어 의견을 듣고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바이러스 연구협력 허브 구실을 한다는 목표 아래 바이러스 연구협력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했다. 어떻게 돼 가나?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부분이다. 질병은 어느 하나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다. 사람·동물·환경에서 올 수 있는 다양한 질병이 있기에 고민해야 한다.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보건복지부 감염병연구소,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 한국화학연구원의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 등 곳곳에 있는 연구자들을 모셔 대표자 모임을 만들어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려 한다.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의장직을 맡지 않고 모인 분들이 활동을 통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게 돕는 서기 구실을 할 생각이다.”

대전/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사진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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