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40km 상공에서 몇달간 관측 활동 뒤 귀환
저렴한 비용에 우주망원경급 선명한 사진 촬영
저렴한 비용에 우주망원경급 선명한 사진 촬영
2016년 시험비행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슈퍼빗. 영국왕립천문학회 제공
2018년 시험비행에서 슈퍼빗으로 촬영한 7천광년 거리의 독수리 성운 ‘창조의 기둥’ 영역(Pillars of Creation). 슈퍼빗의 광학 및 적외선 렌즈로 찍은 사진들을 합성했다. 영국왕립천문학회 제공
동급 우주망원경의 1000분의1 비용 ‘슈퍼빗’(SuperBIT=Superpressure Balloon-borne Imaging Telescope)이라는 이름의 이 망원경에 책정된 예산은 500만달러(약 60억원)에 불과하다. 개발비에 운영비까지 합친 금액이다. 비슷한 장비를 갖춘 위성에 들어가는 비용의 1000분의 1 정도라고 개발팀은 설명했다. 망원경을 실은 헬륨 풍선은 올라가면서 점점 부피가 커져 고도 40km 목표 상공에 다다르면 축구경기장 크기(53만2000㎥)로 부풀어 오른다. 이곳은 전체 대기의 99.5%를 벗어난 지점이어서 지상 천체망원경처럼 대기 입자나 날씨에 의한 관측 방해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우주망원경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개발팀의 일원인 토론토대 모하메드 샤반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슈퍼빗은 같은 크기의 우주망원경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품질의 천체 사진을 훨씬 더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성층권 기상풍선이 몇시간 동안 머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새로 개발한 초압 풍선을 사용하는 슈퍼빗에는 몇달 동안 성층권에 머물 수 있는 헬륨이 들어 있다. 밤에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낮에는 태양전지로 충전한다. 임무가 끝나면 풍선은 터지고 망원경은 낙하산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다음 임무를 위한 장비 업그레이드와 수리 작업을 받는다. 관측 활동 중에도 슈퍼빗은 뜻밖의 사고 등으로 관측 데이터가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데이터를 수록한 하드드라이브를 낙하산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지상으로 내려보낸다.
2019년 시험비행에 앞서 최종 점검을 받는 슈퍼빗. 영국왕립천문학회 제공
4차례 시험비행 마치고 내년 4월 첫 공식 활동 성층권 풍선망원경의 또 다른 장점은 우주망원경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시험비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험비행을 하면 개발 기간이 줄어든 효과가 있다. 장비도 그때그때 최신 기술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슈퍼빗은 지금까지 4차례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내년 4월 뉴질랜드 와나카에서 첫 공식 천체활동을 위한 비행에 나선다. 시험비행에서는경 지름 0.5미터의 반사경을 썼지만 공식 임무에 들어갈 때는 그 3배인 1.5미터 반사경을 쓴다. 슈퍼빗에 탑재할 수 있는 최대 반사경 지름은 2미터로, 허블우주망원경(2.4미터)에 약간 못 미친다. 슈퍼빗의 첫번째 임무는 은하단 사이의 충돌을 관찰하는 것이다.
2023년 띄워올릴 나사의 ‘애스트로스’ 성층권 풍선망원경 상상도. 풍선 너비는 150미터다.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제공
2023년엔 남극서 성층권 풍선망원경 띄워 슈퍼빗이 유일한 풍선 망원경은 아니다. 나사는 2016년 그립스(GRIPS)라는 이름의 태양 플레어 관측 풍선망원경을 고도 38km 성층권에 띄운 바 있다. 나사는 또 2023년엔 애스트로스(ASTHROS)라는 이름의 또 다른 풍선망원경을 남극에서 고도 40km 상공으로 띄운다. 적외선 렌즈를 쓰는 아스트로스는 21~28일간 성층권 상공을 돌며 1500만광년 떨어진 거리의 남쪽바람개비은하 ‘메시에83’(Messier 83)를 비롯한 4개의 별자리 공간을 관측하는 게 주 임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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