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비런스가 표본 채취를 위해 처음으로 뚫은 시추공 확대 사진. 지름이 2.7cm다. 나사 제공
화성 탐사차 퍼시비런스(인내라는 뜻)가 지난 6일 시도한
첫 표본 채취에 실패한 것은 화성 암석이 예상보다 무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12일 퍼시비런스가 보내온 이미지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용기에 표본이 담기지 않은 것은 파쇄한 화성 암석 입자의 크기가 작고 양도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사는 “이는 암석이 덩어리를 만들 만큼 단단하지 않은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사는 사진 속에 드러난 구멍 바닥을 볼 때, 용기에 담길 것으로 기대했던 입자들이 구멍 바닥 또는 파쇄 더미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더 상세한 파악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나사는 7cm 깊이의 구멍 뚫기와 용기에 담기, 밀봉, 보관 등 일련의 작업 과정은 지구에서 실험한 대로 잘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나사는 울퉁불퉁한 ‘러프’(Cratered Floor Fractured Rough) 지형인 이 지역 암석 특성이 표본을 채취하지 못한 주된 요인으로 보고, 다음 표본 수집 지역인 남쪽 세이타(‘모래 한가운데’라는 뜻)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지구에서의 표본 채취 시험과 더 잘 부합하는 퇴적암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번째 표본 수집 시도는 9월 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표본 수집 담당 수석엔지니어인 루이스 잰두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작업은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는 탐험의 본질을 다시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퍼시비런스의 첫 탐사활동은 두단계로 나뉘어 있다. 1단계는 착륙지점 남쪽 지역으로, 모래언덕이 물결처럼 이어지면서 층을 이루고 있는 세이타 지형이다. 이곳은 38억년 전 최소 수심 100미터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나사는 최대 수집 목표인 38개 표본 중 8개를 이 지역에서 수집할 계획이다. 1단계 기간 중 이동 거리는 2.5~5km로 예상한다.
퍼시비런스는 내년 초 다시 착륙지점으로 돌아와 2단계 활동을 준비한다. 2단계에선 착륙지점 북서쪽의 삼각주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수십억년 전에 흘렀을 강과 호수가 합류하는 부채꼴 모양의 퇴적지다. 나사는 이곳에 탄산염이 풍부하게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탄산염은 화석화된 생명체의 흔적과 관련이 깊을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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