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자전으로 휘어서 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북반구에선 시계방향, 남반구에선 반대방향
인공위성은 적도에서 발사할 때 가장 효과적
적도 상공 정지궤도 위성도 지구자전의 영향
북반구에선 시계방향, 남반구에선 반대방향
인공위성은 적도에서 발사할 때 가장 효과적
적도 상공 정지궤도 위성도 지구자전의 영향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시험발사 장면. 위키미디어코먼스
그림 1. 우주에서 볼 때 지구 적도에서 북위 60도까지 정확하게 북쪽 방향으로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 왼쪽 그림: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모르고 보면 미사일은 지구의 측지선 상공을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지구는 자전한다. 오른쪽 그림: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미사일이 도착하는 지점은 서쪽으로 치우친다. 측지선에서 약간 벗어난 경로의 상공을 날아간다.
측지선이란?
우리가 접하는 세계지도는 여러 종류가 있다. 평평한 종이 위에 인쇄된 어떤 종류의 지도도 모든 나라의 크기와 모양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공 모양 지구 위에 있어야 할 지도를 2차원 평면에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비슷하게 표현할 뿐이다.
경도와 위도가 일직선으로 표시된 평면지도에서는 두 지점 사이를 잇는 가장 짧은 경로는 두 지점을 잇는 직선이다. 예를 들어 지도에서 북위 37도에 위치한 한국의 한 지점과 같은 위도의 태평양 한 지점을 잇는 가장 짧은 경로는 같은 위도를 따라가가는 직선이다. 하지만 현실의 둥근 지구 위에서 이 두 지점을 잇는 가장 짧은 경로는 지도처럼 같은 위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둥근 지구 위에서 두 지점을 잇는 가장 짧은 경로를 측지선(geodesic)이라고 부른다. 둥근 공 모양의 지구본 위에서 측지선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두 지점에 압정을 꽂고 실로 두 압정을 탱탱하게 묶었을 때 실이 지구본 위에 만드는 곡선이 측지선이다. 두 지점과 지구 중심 이렇게 세 점이 만드는 평면으로 지구를 절단하는 절단면 모서리에 측지선이 위치한다. 지구중심을 기준으로 두 지점이 만드는 원의 호(arc)가 측지선이다.
북위 37도에 위치한 한국의 한 지점과 같은 위도의 태평양 한 지점을 잇는 측지선을 평면 지도 위에 그려보면 중간지점까지는 높은 위도 지역으로 올라갔다가 그 이후로는 다시 위도가 낮아지면서 목표지점에 도달한다. 같은 위도이면서 지구 반대쪽에 위치한 지점까지의 측지선은 북반구의 경우 북극을 지나가고, 남반구의 경우는 남극을 지나간다. 측지선이 같은 위도를 따라가는 경우는 두 지점이 모두 위도가 0인 적도에 있는 경우다.
한편 정확하게 남북 방향으로만 떨어진 두 지점을 잇는 측지선은 평면 지도에서 그려도 직선이다. 이 경우는 둥근 지구에서의 측지선과 평면지도에서의 가장 짧은 경로가 같은 경우다.
한국(북위 37도, 동경 128도)에서 같은 위도에 있는 지점까지의 최단 거리 경로는 측지선(geodesic)이다. 동경 168도 지점까지 측지선의 중간 지점 위도는 북위 38.73도, 서경 128도 지점까지 측지선의 중간 지점 위도는 북위 50.75도, 서경 52도 지점까지 측지선은 북극을 지난다. 위도와 경도가 직선으로 표시된 평면 지도에서의 최단 거리 경로(직선)가 실제 최단 거리 경로(측지선)와 다른 경우다.
발사 속도에 자전 속도를 덤으로 얻는다 지구의 자전은 미사일 발사속도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구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지구가 자전으로 움직이는 속도를 덤으로 얻는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공을 위로 던져올릴 때, 버스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공이 단순히 위로 올라가지만, 버스 밖 길거리에 서서 보는 사람에게 이 공은 버스가 달리는 방향으로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을 지상에서 보면 발사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먼 우주에서 보면 지구가 자전으로 움직이는 속도가 더해지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는 방향보다 자전하는 방향으로 치우쳐 날아간다. 자전으로 지구가 움직이는 속도는 위도에 따라 다르다. 같은 해수면 높이라면 적도에 위치한 지점이 지구가 자전하는 축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자전으로 움직이는 속도는 적도에서 가장 빨라서 초속 465m 에 이른다. 위도 30도에서는 초속 403m이고 위도 60도에서는 초속 233m로 점점 줄어든다. 북극이나 남극은 자전 축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제자리에서 돌기만 한다. 따라서 적도에 가까운 곳에서 발사할수록 미사일이 지구 자전으로 인해 덤으로 얻는 속도는 더 커진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도 지구가 자전으로 움직이는 속도를 덤으로 얻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구가 자전하는 방향으로 발사하면 발사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적은 로켓연료로 목표한 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주선을 가능하면 적도에 가까운 장소에서 발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림 2. 지구가 자전으로 움직이는 속도는 위도에 따라 다르다. 적도에서 가장 빠른 속도(초속 465m)로 움직이고,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이 갈수록 지구가 자전으로 움직이는 속도는 줄어든다.
그림 3. 북위 60도에서 남위 60도 지점을 목표로 정확하게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남위 60도에서 북위 60도 지점을 목표로 정확하게 북쪽 방향으로 발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수직아래 지상 궤적. 북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휘고, 남반구에서는 시계반대방향으로 휜다. 휘는 방향이 바뀌는 변곡점은 적도에 위치한다. (그림의 미사일 궤적 계산에는 공기저항없이 초기 발사속도만 가정하는 간단한 모델을 사용)
전 지구를 훑는 저궤도 위성, 한 곳에 고정된 정지궤도 위성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은 타원 모양의 궤도를 돈다. 한 바퀴 돌면 원래 위치로 되돌아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인공위성 수직아래 지구 위의 위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한 바퀴 돈 후에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인공위성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지구는 자전하면서 동쪽으로 더 움직이고, 이로 인해 인공위성 수직아래 지상 위치는 원래 위치보다 서쪽으로 밀린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공위성은 지구의 여러 지역을 훑는다. 특히 낮은 고도에서 북극과 남극에 가깝게 공전하는 극궤도(polar orbit)를 도는 경우, 사실상 전세계를 훑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는 인공위성 하나로 전 세계의 군사시설과 핵시설을 정찰하는 정찰위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림 4. 15도 기운 극궤도(polar orbit)를 해수면 561km상공에서 도는 인공위성의 궤적. 주황색 곡선: 지구가 자전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때 인공위성의 궤적. 인공위성 공전주기인 1시간 35분 44초후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노란색과 회색 곡선: 자전하는 지구에서 인공위성의 궤적. 인공위성이 공전주기인 1시간 35분 44초후에 제자리에 돌아와도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인공위성 수직아래 지표면 위치는 서쪽으로 밀린 곳에 위치한다. 이렇게 인공위성 위치가 밀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공위성은 전세계를 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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