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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데니소바인 게놈을 가장 많이 물려받은 사람들 찾았다

등록 2021-08-17 10:09수정 2021-08-17 13:05

필리핀 흑인 부족 ‘아이타 막부콘’
게놈 5%가 5만여년 전 멸종 데니소바인
“현인류와 고인류, 동남아서 복잡한 교류 시사”
필리핀의 흑인부족인 아이타 막부콘족. 필리핀원주민전국위원회(NCIP) 제공
필리핀의 흑인부족인 아이타 막부콘족. 필리핀원주민전국위원회(NCIP) 제공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가장 최근까지 생존했던 고인류다.

데니소바인의 존재는 2008년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손가락뼈 화석이 발견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아직까지 두개골이 발견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게놈 분석을 토대로 복원해 본 것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처럼 넓적한 얼굴에 이마와 턱은 튀어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데니소바인이 약 4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에서 갈라져 나와 시베리아와 우랄알타이산맥,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살다가 3만~5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본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때는 80만년 전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 데니소바인은 동남아시아에 주로 살면서 현생 인류와 서로 이종교배를 했다. 그 증거가 현대 인류에 남아 있는 고인류의 DNA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 인류에게 전해져 내려온 네안데르탈인 DNA는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인구 집단과 관계없이 2% 안팎으로 비슷한 반면,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주로 태평양 섬들과 동남아시아 주민들한테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아이타 막부콘족이 사는 바탄반도. 사진 출처(https://mobile.twitter.com/bongvlaurel/status/1426540774053666820/photo/1)
아이타 막부콘족이 사는 바탄반도. 사진 출처(https://mobile.twitter.com/bongvlaurel/status/1426540774053666820/phot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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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 주민보다 최대 46% 더 많아

그렇다면 데니소바인과 현생 인류의 접촉은 어디에서 가장 활발했을까?

스웨덴 웁살라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필리핀인들, 그 중에서도 흑인부족인 ‘아이타 막부콘’족이 데니소바인의 DNA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이타 막부콘족 게놈의 데니소바인 DNA 비율은 약 5%다. 이는 이전에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파푸아뉴기니섬의 파푸아족보다 30~40% 많은 것이다. 반면 대륙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아시아인들한테선 데니소바인 DNA 비율이 극히 적다. 유럽과 아프리카 사람들한테선 데니소바인 게놈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필리핀의 흑인 부족 얼굴들. 라레나 교수 연구실(larenalab.com) 제공
필리핀의 흑인 부족 얼굴들. 라레나 교수 연구실(larenalab.com) 제공

아이타 막부콘족은 필리핀의 흑인 부족인 네그리토 가운데 하나다. 필리핀의 네그리토는 5만3천년 전 파푸아섬에서 필리핀으로 이주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올해 초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1차 연구 결과에서, 지난 5만년 동안 필리핀에는 5번의 이주 사건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흑인부족은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온 인구 집단이었다.

아이타 막부콘족의 거주지역은 루손섬 서남부의 바탄반도다. 필리핀 원주민전국위원회(NCIP)가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부족 소개문에 따르면 종족 이름 자체가 ‘고립된 아이타족’이란 뜻이다. 이로 추측건대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외부인과 별다른 접촉 없이 고립된 상태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25개의 자칭 네그리토 부족을 포함한 필리핀 내 118개 부족의 230만개 유전자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네그리토 혈통이 강할수록 데니소바 혈통도 강하게 남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

네그리토족의 데니소바인 혈통이 오스트레일리아, 파푸아뉴기니섬 원주민들보다 최대 46% 더 많았다. 아이타 막부쿤족이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동남아시아 섬에서 필리핀 네그리토들은 나중에 데니소바인 혈통이 거의 없는 동아시아 이주자들과 섞이면서 데니소바인 게놈이 많이 희석됐지만 아이타 막부콘 등 일부 부족은 이후 이주그룹과의 교류가 적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데니소바인 혈통을 간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된 손가락 뼈(복제품).
2008년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된 손가락 뼈(복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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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 다양한 교류 있었던 듯

연구를 이끈 웁살라대 막시밀리안 라레나 교수(인구유전학)는 현 인류와 데니소바인의 이종교배는 다양한 시기에 걸쳐 여러 지역에서 이뤄졌으며 필리핀 네그리토와 파푸아인 게놈에 다양한 비율의 데니소바인 흔적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라레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데니소바인들이 동남아 지역 여러 섬에 널리 분포해 살았음을 시사한다”며 “현인류와 고인류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교류의 역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모 에렉투스, 호모 루소넨시스 등 여러 고인류의 흔적이 이 일대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현인류와 고인류의 교류 관계는 매우 복잡해진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는 11만년 전 것으로 보이는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이, 필리핀 루손섬에서는 6만7천년 전 것으로 보이는 호모 루소넨시스의 발가락 뼈와 치아가 발견된 바 있다.

세계 각 지역 인구의 데니소바인 게놈 보유 비율. 빨간색이 가장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Credit: Sankararaman et al./Current Biology 2016
세계 각 지역 인구의 데니소바인 게놈 보유 비율. 빨간색이 가장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Credit: Sankararaman et al./Current Biology 2016

데니소바인과 현대 인류의 교류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DNA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곳에서 발굴된 화석에서 이들의 DNA나 단백질이 나온 적은 없다. 열대기후에서는 물질의 조성이 쉽게 변질되기 때문이다. 현재 데니소바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북쪽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한 30만~5만년 전의 화석 몇 조각과 티베트 고원의 샤허에서 발견한 16만년 전의 아래턱뼈를 분석해 나온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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