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일~95세 일일 에너지 소비량 측정 결과
청춘시절에 가장 활발할 것 같은 통념과 달리
생후 1년이 가장 활발…60세 이후 서서히 감소
청춘시절에 가장 활발할 것 같은 통념과 달리
생후 1년이 가장 활발…60세 이후 서서히 감소
신진대사로 본 사람의 일생은 4개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듀크대 제공
기초대사율 아닌 실제 일일 에너지 측정 미국 듀크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생후 일주일부터 95세에 이르는 전 세계 29개국 약 6500명의 신진대사 활동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통 신진대사율은 호흡, 소화, 혈액 순환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생체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즉 칼로리를 측정한다. 이를 기초대사율(안정시대사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 몸이 매일 소비하는 칼로리의 50~70%에 불과하다. 실제로 우리는 운동이나 산책, 공부, 집안일 등 일상적으로 많은 다른 일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중표지수(doubly labeled water) 기법을 이용해 실제 대사율을 측정했다. 이는 물분자를 중수소와 중산소로 대체한 물을 마시게 한 뒤 이 수소 및 산소 동위원소가 체내 신진대사를 거치며 소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양을 추적해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중수소와 중산소는 수소, 산소에 중성자가 각각 1개, 2개 추가된 것이다. 이렇게 측정된 총 에너지 소비량을 신체 크기와 체중, 장기 크기에 맞춰 조정하면 각 개인의 실제 대사율이 나온다. 1980년대 등장한 이 기법은 인간의 일일 에너지 총 소비량을 측정하는 표준기술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활발하게 이용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과학자들은 여러 연구실의 측정 데이터를 공유하기로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플랫폼에 종합 데이터베이스(https://doubly-labelled-water-database.iaea.org/home)를 만들었다. 현재 여기에는 32개국 7646명의 측정 데이터가 등록돼 있다. 연구진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것 가운데 1981~2017년 측정치를 각 연구자들의 동의를 받아 분석했다.
신진대사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갓난 아기 때다. 픽사베이
20~50대 40년간은 별다른 변화 없어 분석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신진대사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갓난 아기때였다. 평균적으로 생후 첫 12개월(9~15개월) 동안 체중 대비 칼로리 소비율이 성인보다 50%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허먼 폰처 듀크대 교수(진화인류학)는 이는 단지 생후 첫 1년 동안 아기 체중이 세배로 늘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며 이 점을 제외하고 봐도 칼로리 소비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어떤 영양성분을 얼마나 섭취하느냐는 훗날 성인기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폰처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다만 생후 첫달의 아기 신진대사율은 엄마와 같았다”며 “그러나 출생 직후 뭔가가 시작되고 이어 신진대사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대 크리스 쿠자와(생물인류학) 교수는 이에 대해 “성장하는 뇌가 유아들의 핵심 에너지 흡수원일 수 있다”고 ‘사이언스’에 말했다. 그는 2014년 연구에서 어린이들의 뇌는 인체 에너지의 총 43%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바 있다 . 돌이 지나고 나면 신진대사 활동이 20대가 될 때까지 해마다 약 3%씩 약해진다. 질풍노도기로 불리는 10대 시절은 일생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시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신체 크기에 대비한 일일 에너지 소비량은 늘어나지 않았다. 중년의 에너지 소비량도 예상과 달랐다. 일반적으로 30대 이후에 체중이 불어나는 걸 고려하면 신진대사가 약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50대까지도 신진대사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20대부터 50대까지의 신진대사 활동은 매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신 중엔 신진대사가 더 활발해졌지만 배 속에서 태아가 자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사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신체 크기와 근육 등의 영향을 제외하면 남녀간 신진대사율엔 차이가 없었다. 픽사베이
연령별 약물 복용량 조정 등에 활용 기대 신진대사는 60세가 지나야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도 감소율은 그리 크지 않았다. 연간 0.7%에 불과했다. 90대가 되면 중년 시절보다 칼로리를 26% 덜 소비했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이 칼로리 소비가 줄어든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육은 지방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폰처 교수는 “근육량 변수를 제외하고 계산해보니 세포 활동이 둔화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워싱턴의대 새무얼 클라인 교수는 “60세 이후의 느린 신진대사는 중요한 기관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이는 만성질환이 노인들한테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신진대사로 본 사람의 일생은 60세 무렵에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다는 걸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노인이나 어린이의 약물 복용량 등 신진대사율의 변화를 반영한 연령별 치료 방식을 새롭게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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