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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좋아요’가 온건파를 극단주의자로 만들어?…사실로 밝혀졌다

등록 2021-08-20 09:59수정 2021-08-20 13:44

좋아요·공유 등 보상 장치가 분노 자극
온건한 입장 가진 사람이 더 많이 영향
소셜미디어 대화 어조가 갈수록 극단화
소셜미디어를 볼 때 이전보다 자신의 감정이 격해진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일대 제공
소셜미디어를 볼 때 이전보다 자신의 감정이 격해진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일대 제공

요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서, 이전보다 자신이 과격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착각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용자들의 도덕적 분노감을 증폭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좋아요’ 등의 아이콘이나 ‘공유’ 같은 인센티브 장치가 이용자들의 감정 표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입장이 극단적인 사람보다 온건한 사람이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리엄 브래디 박사후연구원(심리학) 등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도덕적 분노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우선 사회의 공동선에 힘을 불어넣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일탈 행위에 대한 처벌을 압박하고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유발하며, 사회 변화를 자극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어두운 측면도 있다. 다수의 위력으로 소수집단을 괴롭히고,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통로 역할을 한다. 정치적 양극화를 부채질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이런 사회적 파급력에 대한 소셜미디어의 책임을 부인한다. 업체들은 소셜미디어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교류와 대화, 토론을 온라인으로 중개하는 플랫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연구진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도덕적 분노에 대한 정의부터 내렸다. 연구진은 그동안의 연구와 이론을 토대로 도덕적 분노의 세 가지 기준을 정했다. 첫째는 분노와 혐오감,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을 것. 둘째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에 반한다고 느낄 것, 셋째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거나 처벌 또는 비난하고 싶어할 것이다.

연구진은 이어 트위터 게시물에서 도덕적 분노를 추적할 수 있는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구축했다. 그런 다음 이 소프트웨어로 7331명의 트위터 이용자가 보낸 1270만개의 트윗을 분석했다.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등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됐던 2017~2019년의 사건들에 대한 트위터 반응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덕적 분노의 증폭은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하려는 소셜미디어 사업 모델의 귀결이다. 픽사베이
도덕적 분노의 증폭은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하려는 소셜미디어 사업 모델의 귀결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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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참여 극대화하는 사업 모델의 귀결

연구진은 분석 결과 트위터의 인센티브 장치가 사람들이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걸 발견했다. 트윗에서 분노를 표출했을 때 ‘좋아요’와 ‘리트윗’을 더 많이 받은 이용자는 이후 트윗 게시물에서도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분노감을 표출하는 정도는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온건한 집단에 속한 사람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온건한 트윗 이용자와 그의 팔로워들이 상대적으로 소셜미디어의 보상 시스템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극단적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트윗의 피드백에 덜 관심을 보였다.

브래디 연구원은 “분석 결과는 온건한 사람이 극단적 입장을 따르든, 아니면 아예 플랫폼을 떠나든 상관 없이 소셜미디어에서의 평균적인 대화 어조가 점점 극단화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몰리 크로켓 교수(심리학)는 “연구 결과 정치적으로 온건한 사람들이 피드백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건 집단이 정치적 급진 세력이 될 수도 있는 메카니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의 보상이 분노를 격화시키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 관계가 바로 그 메카니즘이다.

크로켓 교수는 “도덕적 분노의 증폭은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하려는 소셜미디어 사업 모델의 귀결”이라며 “사회, 정치 변화에서 도덕적 분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기업들은 그들의 플랫폼 설계를 통해 집단행동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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