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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강한 풀 냄새, 어색한 지방 질감 잘 덮은 ‘최고의 대체육’은?

등록 2021-08-27 09:46수정 2021-08-27 09:56

미국서 시판중인 8개 제품 조리후 분석
비욘드미트 버거가 가장 비슷하게 나와
식물성 대체육 버거는 기존 소고기 햄버거의 향과 얼마나 비슷할까. 픽사베이
식물성 대체육 버거는 기존 소고기 햄버거의 향과 얼마나 비슷할까. 픽사베이

건강과 환경, 동물 윤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육류의 대안으로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대체육의 질감과 향, 맛에 대한 평가도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식물성 대체육 제품들은 과연 어느 정도 고기와 비슷한 풍미를 낼까?

고기와 감자 애호가를 자처하는 미국 이스턴켄터키대의 한 화학자가 실제 고기 냄새와 가장 비슷한 식물성 대체육을 찾아나섰다. 소비자들이 정보에 기반한 제품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릴리 자이재크(LiLi Zyzak) 교수는 미국에서 시판 중인 8가지 인기있는 식물성 대체육 제품들을 비교 실험한 뒤, 지난 22일 열린 미국화학학회(ACS) 가을 정례 학술회의에서 그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제품을 조리할 때 방출되는 휘발성 화합물을 분석한 결과 비욘드미트의 비욘드버거가 실제 소고기 버거와 가장 비슷한 냄새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네슬레의 어썸버거가 2위를, 그리고 임파서블푸드가 상당한 격차로 3위를 차지했다. 조리하기 전 식재료 상태의 패티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요리를 하면 재료 속 성분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백가지 휘발성 화합물을 방출하면서 저마다 독특한 냄새를 내게 된다.

자이재크 교수는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며, 1등을 차지한 비욘드버거를 포함해 대체육들 모두가 기존 고기 버거와는 냄새가 “상당히 다르다”고 밝혔다.

비욘드미트의 비욘드버거가 기존 햄버거와 가장 비슷한 향을 냈다. 비욘드미트
비욘드미트의 비욘드버거가 기존 햄버거와 가장 비슷한 향을 냈다. 비욘드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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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단백질의 강한 냄새 중화하는 게 관건

그는 이는 무엇보다도 식물성 단백질 자체가 강한 냄새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비욘드버거의 주성분인 완두콩 단백질에선 풀을 깎을 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자이재크 교수는 “따라서 고기에 가까운 풍미를 내려면 이 냄새를 덮어버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문제는 고기의 지방 냄새와 비슷하게 낼 수 있는 식물성 지방 혼합비율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냄새 평가에 고기향, 기름향, 버터향, 달콤향, 구이향 다섯가지 지표를 사용했다.

평가에는 두 가지 방법을 결합했다. 하나는 ‘기체 색층분석-질량분광법’(GC/MS)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조리한 버거에서 나오는 휘발성 화합물을 이 기기에 넣으면 어떤 성분들로 이뤄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사람의 후각을 통해 5가지 향 가운데 어느 향에 가까운지 분류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대체육에서 나는 향과 구성 성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욘드 버거를 조리할 때 나오는 버섯알코올(1-octen-3-ol), 옥타날, 노나날 화합물이 섞여서 내는 고기와 지방, 구이 향이 실제 소고기 버거와 가장 비슷했다.

어떤 제품은 모양은 기존 햄버거 패티와 가장 흡사했으나 조리 후 이스트나 빵 냄새가 났다. 연구진은 또 다른 제품들에서는 마늘 ,바베큐 소스 향 등을 풍기는 강한 향신료가 첨가돼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 결과에서 얻은 지식을 이용해 앞으로 소고기 햄버거의 향에 근접하게 낼 수 있는 화합물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스타트업들이 개발 중인 세포 배양육의 향과 비교하는 실험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또 다른 고기가 아닌 고기의 대체제품을 찾는 것이라면, 기존 햄버거와 비슷한 향을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기존 고기나 콩단백질 식품과는 차별화된, 식물성 대체육 고유의 향을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식품 산업 개척이라는 취지에 더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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