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비 쿠아카 프로젝트 연구자들이 다양한 태평양 새들에 추적장치를 달아 새들이 폭풍이나 쓰나미를 미리 알아채는 비결을 찾는 연구에 나섰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제공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와 알래스카 사이 1만4천㎞를 오가는 철새다. 이 새들이 이동하는 구간에는 많은 태평양 섬들이 있는데 종종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섬을 공격한다. 그럼에도 큰뒷부리도요 떼는 어떻게든 폭풍의 기습을 받지 않는 지역을 골라 다닌다. 새들은 어떻게 폭풍이 닥칠 지역을 알아낼까?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NMNH)은 조류들이 쓰나미나 폭풍 발생을 미리 알아채는 방법을 찾아내 자연재해 조기경보 기술에 적용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연구팀을 최근 발족시켰다. 키비 쿠아카 프로젝트라 이름 지어진 연구팀의 후원자는 프랑스 국방부다. 국방부가 나서게 된 데는 해군장교 제롬 샤르동의 아이디어 때문이다.
샤르동은 동남아시아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를 오가며 구조작전을 펴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5년 전 큰뒷부리도요에 관한 라디오 방송을 듣고 1만4천㎞의 위험천만한 여행을 거뜬히 해내는 새의 비결을 알아내면 자연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키비 쿠아카 연구팀은 지난 1월부터 샤르동의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에 본격 돌입했다. 연구자들은 5종의 새 56마리에 최첨단 동물추적장치를 달았다. 연구자들은 해군 배를 타고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환상산호도와 섬들을 오가며 이카루스(ICARUS) 추적기술을 이용해 새들의 위치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전송한다. 그곳에서는 다시 새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는 연구자들한테 정보를 보내준다. 연구자들은 새들이 먹이를 찾으며 이동하고 또 휴식을 취하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자연재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추적장치를 단 새는 앞으로 수백마리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조류학자 프레데릭 지궤(오른쪽)는 새들한테서 쓰나미 조기경보 체계를 위한 새로운 방법를 얻지 못하더라도 태평양 생태계의 귀중한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제공
연구팀은 새들이 사람은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를 청취한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새들이 폭풍이나 쓰나미를 알아채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신호다. 초저주파 음원은 번개나 항공기 제트엔진에서부터 코뿔소의 노래 같은 발성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지구조차 스스로 초저주파의 웅웅 소리를 내다. 측정하기 어렵지만 쓰나미 역시 초저주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쓰나미의 초저주파는 쓰나미 파도보다 속도가 빨라 쓰나미가 오기 전에 미리 알아챌 수 있는 잠재적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치 지진이 났을 때 강력한 에스(S)파보다 빨리 도착하는 피(P)파를 측정해 조기경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제로 미국 연구팀은 2014년 미국 중부와 동남부에서 35명의 인명피해와 10억달러의 재산손실을 발생시킨 토네이도가 닥치기 적어도 24시간 전에 이 지역에 서식하던 노란죽지솔새들이 1500㎞나 멀리 피신한 사실을 밝혀냈다. 증거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2004년 인도양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도 쓰나미가 해안을 덮치기 전 새들이 날아가 버렸다고 생존자들이 증언했다.
키비 쿠아카 프로젝트를 이끄는 국립자연사박물관 조류학자인 프레데릭 지궤는 “쓰나미에서 살아 남은 새가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들이 폭풍이나 쓰나미에서 발생한 초저주파를 인지해 쓰나미에 대해 특유의 이동을 하고, 이를 구별해낼 수 있다면 조기경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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