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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채식하면 잦아지는 방귀, 병 아닌 ‘건강의 신호’

등록 2021-09-09 09:59수정 2021-09-11 02:00

육식과 채식 식단 섭취시 비교한 결과
식이섬유가 대장속 유익균 성장 촉진
대변 양은 2배로, 방귀는 7번 더 뀌어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면 방귀와 대변이 많아진다. pexels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면 방귀와 대변이 많아진다. pexels

행여 들킬세라 괄약근을 조여가며 조심스레 뀌는 방귀는 몸속에 있는 장내미생물이 체내 대사 활동에 관여하면서 빚어내는 부산물이다.

따라서 어떤 음식을 장내 미생물에 공급해주느냐에 따라 방귀의 양과 냄새, 그리고 대변의 양도 달라진다.

식이섬유가 많은 야채나 곡물, 콩류 등 식물성 식품을 섭취할수록 배변활동이 촉진돼 대변 양이 많아진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꾼 뒤 방귀 횟수도 늘어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고지방 식단의 경우와 비교해 측정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르셀로나의 ‘간 및 소화기 질환 네트워킹 생의학연구센터’를 비롯한 스페인 연구진이 채식 위주의 지중해식단(저지방 고식이섬유)과 고기 위주의 서양식단(고지방 저식이섬유)이 방귀와 대변의 양과 횟수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 측정해, 최근 영양학분야 공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ant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8~38세의 건강한 남성 18명에게 첫 2주 동안 두 식단 중 한 가지를 제공한 뒤, 그 다음 2주 동안은 다른 식단으로 바꿔 제공했다. 지중해식은 19%의 지방, 62%의 탄수화물, 16%의 단백질과 54.2g의 섬유질로 구성했다. 서양식은 51%의 지방, 27%의 탄수화물과 21%의 단백질에 4.7g의 섬유질이 포함됐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는 단백질 소화과정에서 발생한다. 뉴사이언티스트 유튜브 갈무리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는 단백질 소화과정에서 발생한다. 뉴사이언티스트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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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횟수는 비슷하지만 양은 큰 차이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참가자들이 두 식단을 섭취하는 기간 동안 본 대변의 횟수는 비슷했다. 그러나 대변의 양은 식물성 식단을 섭취할 때 거의 두배 더 많았다. 참가자들이 각자 디지털 저울로 대변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서양식단을 섭취하는 동안의 대변 양은 하루 100g, 지중해식단을 섭취하는 동안의 대변 양은 하루 약 200g이었다.

이는 식물성 식품을 섭취할 경우 식이섬유를 먹이로 삼는 장내 박테리아의 활동과 번식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늘어난 대변에는 더 많은 장내 미생물과 물, 그리고 끝까지 소화되지 않은 식이섬유가 들어 있었다.

방귀에서 나는 썩은 달걀 냄새의 주인공은 황화수소다. 픽사베이
방귀에서 나는 썩은 달걀 냄새의 주인공은 황화수소다. 픽사베이

방귀도 두 식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채식을 하면 기본적으로 방귀가 많이 나온다. 음식물과 함께 입을 통해 들어간 공기가 대장에 분포한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 등의 탄수화물을 분해할 때 생성한 가스와 섞여 방출되는 것이 방귀다. 따라서 느리게 소화되는 식이섬유가 많을수록 방귀 양도 많아진다. 그러나 방귀의 주성분인 수소, 메탄, 이산화탄소에선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방귀에서 나는 역한 냄새의 실체는 단백질을 소화시킬 때 나오는 황화수소 가스다. 황화수소가 얼마나 들어있느냐에 따라 악취 정도가 달라진다. 호주 모나시대 연구진은 고기와 달걀, 유제품 등의 단백질에 포함된 황 함유 아미노산 시스테인이 장내 미생물의 황화수소 배출량을 7배 이상 늘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황화수소는 장 염증을 악화시키고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곡물, 고구마, 견과류, 녹색 채소처럼 몸에 천천히 흡수되는 복합 탄수화물 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단백질을 좀 줄이면 이런 건강상의 위험도 줄이고 고약한 방귀 냄새도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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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나오는 방귀 가스 양도 많아져

실험 참가자들이 직접 하루에 뀌는 방귀 횟수를 기록한 결과 서양식단을 먹었을 때보다 지중해식단을 먹었을 때 하루 평균 7번 더 방귀를 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식을 먹을 땐 하루 11번, 지중해식을 먹을 땐 하루 18번이었다. 연구진이 콩스튜 식단을 제공한 뒤 실험참가자의 직장에 가스 수집 장치를 달아 직접 측정한 결과, 지중해식이 배출하는 방귀 가스는 양도 50%가 더 많았다.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은 아세트산, 프로피온산 같은 단쇄지방산(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들어내는 유익균이다. 이 단쇄지방산은 체내 대사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대장암을 예방해준다. 또 단쇄지방산이 혈류에 흡수되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당을 조절해 심장병과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로즈마리 스탠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에 “방귀가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라는 생각은 틀렸으며 대부분의 경우 방귀는 건강한 식단과 건강한 대장의 신호”라고 말했다. 식물성 식단의 비중을 늘린 뒤 방귀 횟수가 늘어났다면, 건강과 환경을 지키겠다는 다짐의 징표라 생각하고 당당하게 뀌어도 될 듯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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