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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올해의 이그노벨상…코뿔소를 옮길 땐 거꾸로 매달아라

등록 2021-09-12 11:58수정 2021-09-12 14:27

2021 이그노벨상 10개 부문 수상자 발표
코뿔소를 마취시킨 채 헬기에 거꾸로 매달아 옮기는 모습. 코넬대 제공
코뿔소를 마취시킨 채 헬기에 거꾸로 매달아 옮기는 모습. 코넬대 제공
코뿔소를 헬기로 운송할 때 어떤 자세로 옮기는 게 좋을까?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의 턱수염은 왜 나는 걸까? 고양이 울음의 억양엔 어떤 심리가 담겨 있을까?

‘괴짜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이그’는 ‘있을 것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의 첫글자에서 따왔다. 이 상은 미국 하버드대 유머과학잡지 ‘별난 연구 연보’(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일반인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으로 올해가 31회째다. 10개 부문에 걸쳐 기발한 연구를 대상으로 매년 가을 노벨상에 앞서 수상자를 발표한다.

멸종위기종인 코뿔소를 온전한 상태 그대로 운송하는 것은 동물보호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나미비아 정부와 협력해 헬리콥터에 코뿔소 12마리를 마취시켜 각각 옆으로 누운 자세와 거꾸로 매단 자세로 매달아 옮기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거꾸로 매달려 옮길 때가 옆으로 누운 자세로 옮길 때보다 폐 기능이 덜 손상되는 등 코뿔소 신체에 끼치는 영향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로 운송상을 받은 연구진은 시상식에서 이 운송 방법을 코뿔소에 적용하기 전에 자신들이 직접 실험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양이의 심리상태와 울음소리 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받았다. 픽사베이
고양이의 심리상태와 울음소리 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받았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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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음식을 원할 땐 ‘야옹’ 끝소리 높여

생물학상은 고양이가 자신의 희망사항이나 심리상태를 전할 때 내는 여러가지 소리를 연구한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이 받았다. 연구진은 고양이가 사람한테 음식을 달라고 부탁할 때는 야옹 소리의 끝을 올리고, 수의사한테 갈 때는 소리 끝을 내리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곤충학상은 1971년 잠수함에서 바퀴벌레를 제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퇴역 미 해군 장교에게 돌아갔다. 그는 당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밝혀진 산화에틸렌 대신 디클로르보스라는 살충제에서 바퀴벌레 퇴치 효과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기술이 아직도 미 해군에서 사용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물리학상에는 군중 속의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는 이유, 역학상은 그럼에도 사람들이 걷는 중에 가끔씩 서로 부딪히는 이유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차지했다.

지난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 이그노벨상 시상식.
지난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 이그노벨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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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수염이 퇴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

평화상은 턱수염은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퇴화되지 않고 남았다는 가설을 연구한 유타대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연구진은 양털 턱수염을 붙인 사람 얼굴 모형에 물체를 떨어뜨리는 실험을 통해, 털이 더 많이 붙은 쪽이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턱수염이 퇴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외부 공격으로 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생태상은 길바닥에 버려진 껌 속의 박테리아 번식에 대한 분석, 의학상은 성관계시 오르가슴이 코 충혈 완화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연구, 화학상은 영화관 관람객의 몸 냄새와 영화의 폭력성, 선정성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경제학상은 정치인의 비만 정도와 그 나라의 부패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각각 돌아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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