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에 ‘비대칭 유기촉매’ 리스트·맥밀런 공동수상

독일 벤야민 리스트·미국 데이비드 맥밀런
노벨위원회 “의약품·생활물질 개발에 기여“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벤야민 리스트(53) 독일 막스플랑크탄소연구소 소장(왼쪽)과 데이비드 W.C. 맥밀런(53)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노벨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2021년 노벨 화학상은 비대칭 유기촉매를 개발해 인류에게 필요한 의약품과 생활물질 생산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 독일과 미국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각) 벤야민 리스트(53) 독일 막스플랑크석탄연구소 소장과 데이비드 W.C. 맥밀런(53)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비대칭 유기촉매를 개발해 정통 유기화학의 난제를 풀어 많은 의약품과 생활물질 생산에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의약품이나 향수 같은 생활물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학 반응을 제어하고 가속화하는 물질인 촉매가 필요하다. 가장 많이 쓰이던 촉매가 금속과 효소였다. 리스트와 맥밀런은 2000년 비대칭 유기촉매라는 세번째 새로운 유형을 개발했다.

노벨화학위원회 의장인 요한 아크비스트는 “두 과학자가 수립한 촉매 작용에 대한 개념은 독창적이지만 매우 간단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왜 우리가 더 일찍 생각해내지 못했는지 궁금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자연의 광합성을 비롯해 동물의 생리활성물질들은 대부분 비대칭, 키랄성(거울상) 분자이다. 생리적으로 의학적 효과를 나타내거나 영양물질로 쓰이는 물질들은 비대칭 합성을 해야 하는데, 두 사람이 이 화학적 난제를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정통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수상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리스트와 맥밀런은 2000년대부터 별도의 연구를 통해 비대칭 유기촉매를 개발했다. 국내에서 이들 연구소에서 연구를 한 과학자들이 대학과 한국화학연구원 등에 상당수 포진해 있다. 2019년까지 리스트 소장 밑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배한용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리스트는 2000년도부터 아미노산을 이용한 비대칭 반응을 개발해, 항우울증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 향수물질 등의 합성법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노벨상 상금 1천만 스웨덴 크로나(13억5천여만원)의 절반은 벤야민 리스트에게, 나머지 절반은 데이비드 맥밀런에게 돌아간다고 노벨위원회는 밝혔다.

이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