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연구팀이 개발한 다섯개의 손가락을 가진 초소형 소프트 로봇(그리퍼). 아주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동화 속 엄지공주의 손처럼 작은, 손 모양의 초소형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한승용 아주대 자연모사연구실 교수 연구팀이 돼지 혈관이나 달팽이 알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대상을 부드럽게 잡고 맥박이나 심장박동 같은 실시간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다섯 손가락 형상의 초소형 로봇(그리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그리퍼는 대상을 잡기 위한 용도로, 대부분 단단한 물질로 개발돼 부드러운 대상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대상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센서를 함께 달려면 부피가 커져 작은 대상을 잡기 어려웠다.
아주대 연구팀이 만든 로봇(소프트 그리퍼)은 터지기 쉬운 연어 알을 손상 없이 잡을 뿐만이 아니라 자신보다 1200배 무거운 추를 지속적으로 들 수 있다. 아주대 제공
연구팀은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 피부 성질과 비슷한 기계적 특성을 지닌 형상기억폴리머를 사용하는 한편 아주 얇은 은나노선을 재료로 하고 레이저 공정으로 센서를 제작해 크기를 줄임으로써 로봇 전체 크기를 5㎜ 이하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로봇으로 지름이 채 3㎜가 안 되는, 작고 부드러운 달팽이 알을 터뜨리지 않고 잡아 열을 가해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부화 직후 달팽이의 미세 심장 박동까지 정확히 측정해냈다. 또 로봇 무게보다 6400배 무거운 물체를 순간적으로 들어올리거나 1200배 무거운 물체를 지속적으로 들고 있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로봇으로 돼지 혈관을 상처 없이 잡아 맥박을 측정하기도 했다. 한승용 교수는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단위의 미세 유기체를 상처 없이 잡아 미세 생체신호를 측정한 최초의 사례다. 이번에 개발한 그리퍼는 측정과 동시에 자극도 줄 수 있어 의료 분야에서 진단 및 치료 과정의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로봇 분야 학술지 <
사이언스 로보틱스> 13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