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발사(21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013년 1월30일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한 지 8년 만이다. 나로호의 흔적으로 가득한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누리호는 고도 700㎞ 지점까지 올라 위성모사체를 분리하는 비행 약 16분 전후 성패가 결정될 예정이다.
나로호가 러시아 기술의 엔진으로 발사한 한국 최초의 발사체라면, 누리호는 한국 기술로 개발한 엔진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최초의 발사체가 될 것이다. 둘의 중요한 차이는 엔진이다. 2단 로켓인 나로호 1단은 170t짜리 러시아 엔진을 사다 썼다. 우리나라 발사체는 맞지만 국산 로켓이라 할 수는 없었다. 나로호는 러시아와 엔진 구매계약 때 발사에 실패하면 3개까지 받기로 해 3차 발사까지만 가능했다. 다행히 나로호는 3차 발사일인 1월30일에 우주로 떠날 수 있었다. 2009년 8월25일(1차)과 2010년 6월10일(2차)에 2차례 발사를 했다가 실패했다. 5번이나 발사일을 연기했다.
누리호는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순수 국산 로켓이다.
누리호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자체 개발한 75t 액체엔진이 사용됐다. 누리호는 자체 개발한 엔진이어서 내년 5월에 2차 발사가 예정돼 있고,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에 따라 27년까지 추가로 4차례 더 발사가 예정돼 있다. 언제든지 로켓을 쏠 수 있는 셈이다.
3단으로 된 누리호의 1단에는 75톤 엔진 4개를 묶어 만든 300톤 엔진, 2단에는 75톤 엔진 1개, 3단에는 역시 항우연이 자체 개발한 7톤 액체엔진이 사용된다. 1단 300톤 엔진은 300톤까지 이륙시킬 수 있는 추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번에 발사되는 누리호는 중량이 200톤이다. 나로호는 140톤이었다. 항우연은 2018년 75톤 엔진 1개만으로 구성된 시험발사체를 쏘아올려 성공한 바 있다.
또다른 큰 차이는 탑재체 무게다. 나로호는 탑재중량이 100㎏에 불과하다. 소형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다. 누리호는 나로호에 비해 15배의 탑재체를 실을 수 있다. 실제 21일 발사 때는 1.5톤의 위성모사체를 싣고 우주로 날아갈 예정이다. 나로호가 지게차라면 누리호는 트레일러라 할 수 있다.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했을 때는 ‘11번째(프랑스·영국을 유럽으로 합하면 10번째) 우주발사국’이 강조됐다. 하지만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10번째 우주발사국보다 7번째 실용급 위성(중량 1톤 이상) 발사국이라는 의미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도 우주발사국이지만 모두 300㎏ 이하의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능력만을 보유하고 있다.
나로호는 두 차례의 실패(비정상비행)로 애초 제작해놓았던 과학기술위성 2기를 모두 잃어버려 3번째 성공 비행 때는 더미위성(궤도 진입을 확인할 수 있도록 송수신 장치만 있는 위성)에 각종 과학장비를 붙여 만든 과학위성을 쏘아올렸다. 하지만 누리호는 애초부터 더미위성만을 싣고 올라간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누리호의 발사는 자체 개발한 엔진으로 탑재체를 원하는 궤도에 정상적으로 올려놓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어서 위성 완제품 대신 위성모사체를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나로호와 누리호의 또다른 차이는 목표 궤도이다. 둘 다 저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나로호에 실린 과학위성은 고도 300㎞와 1500㎞ 사이를 오르내리는 타원궤도를 돈 반면 누리호의 더미위성은 고도 700㎞에서 태양과 궤도면이 이루는 각이 일정한 태양동기궤도를 목표로 발사된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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