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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포항지진, 물주입량 외 다른 변수로 예측·예방 가능했다”

등록 2021-11-04 18:59수정 2021-11-04 19:28

한독 연구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유발지진으로 더 큰 자연지진…새 산식 적용 시 확률 17% 급등
경북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 건설 중인 국내 최초의 지열발전소. 포항지진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 건설 중인 국내 최초의 지열발전소. 포항지진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포항지진은 예측 가능했으며 사전에 지열발전소 물 주입을 중단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연구 분석이 제시됐다.

한국과 독일 공동연구팀은 4일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지열발전소 물 주입 때 발생한 미소지진 자료를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했다면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해냈다”고 밝혔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세르게 샤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공동연구한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이날(현지시각)치에 실렸다.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세계적으로 지열발전소나 유정의 폐수저류소 건설 현장에서 물 주입량과 최대지진 규모 사이의 전통적 관계식을 이용한 ‘신호등 체계’를 통해 유발지진의 안정성을 통제해왔다. 하지만 이진한 교수 연구팀은 포항지진에 대한 해당 관계식 적용이 어렵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포항지진의 경우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 지하의 단층대에 직접 물을 주입했기 때문에 기존 관계식으로 예측 가능한 규모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음을 밝혀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포항지진은 유발지진으로 더 큰 자연지진이 촉발됐다는 의미로 ‘촉발지진’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한독 공동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물 주입 때 최대지진 규모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물 주입량 이외에도 물 주입 이후 경과시간, 지열발전소 부지에 작용하는 지체구조응력, 지진지수 등을 변수로 사용해 물 주입 때 발생할 수 있는 최대지진 규모를 예측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새로운 계산식으로 분석하니, 지열발전소에서 2017년 4월 초 3차 물을 주입한 뒤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17%로 크게 높아졌다. 규모 4.0과 규모 4.5 지진 발생 확률은 각각 80%와 50%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 연구팀은 “2017년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물 주입을 즉각 중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논문에 소개한 새로운 신호등 체계는 향후 심부 지열발전소 건설 때 유발지진 안정성 확보를 위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오는 15일 포항지진 4주년을 맞아 포항공과대학 포스코국제관에서 열리는 ‘2021 포항지진 국제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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