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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역학으로 본 누리호의 우주비행 궤적

등록 2021-11-16 10:04수정 2022-06-21 16:48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누리호 우주비행 후반부는 관성에 의한 ‘타원 궤도’
중력 탈출 속도와 같으면 포물선, 더 빠르면 쌍곡선
그림 1. 10월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하는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림 1. 10월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하는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0월 21일 대한민국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위성 발사체 누리호의 1차 발사가 있었다. 성공적으로 700km 이상의 상공에는 도달했지만, 발사체에서 분리된 위성 모사체는 아쉽게도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호주 남쪽 바다에 떨어졌다.[1] 인공위성이 되기 위한 속도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한 로켓 발사체의 비행 궤적 분석 결과가 나오면 누리호가 목표 속도에 도달하지 못한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로켓 발사체의 발사를 계획하거나 발사 결과를 분석할 때, 발사체가 어떻게 날아가는지 그 궤적을 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계산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로켓의 추진력, 연료를 사용하면서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발사체 질량, 발사체가 날아가는 각도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대기권 안에서 날아갈 때는 공기저항도 영향을 끼친다. 반면 공기저항이 없는 우주에서 추진력 없이 날아가는 경우는 의외로 계산이 어렵지 않다. 궤도역학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은 타원 모양으로 돈다. 케플러의 행성운동 법칙을 이용하면 타원 모양의 궤도를 거의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 법칙은 17세기 초에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움직임을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해서 찾은 법칙이다. 태양은 지구로, 행성은 인공위성으로 바꾸면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의 타원 궤도를 설명할 수 있다. 17세기 후반에는 뉴턴이 운동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확립하면서 케플러의 행성운동 법칙을 수학, 물리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했다. 이후 중력의 영향 속에서 움직이는 로켓과 우주선에도 적용할 수 있는 궤도역학으로 발전했다.

타원 모양의 궤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의 움직임 뿐만이 아니다. 지구 주위를 완전히 돌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지는 경우를 설명하는데도 유용하다. 로켓 추진을 마친 후, 관성만으로 우주를 날아가는 움직임은 타원 모양이기 때문이다. 단지 지구에 가로막혀 타원의 일부분만 나올 뿐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후반부 움직임이 이 부분에 해당한다.

지상에 떨어진 누리호의 위성 모사체에도 타원 궤도를 적용할 수 있다. 날아간 궤적만 보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3단 연소를 마친 후에 분리된 위성 모사체는 로켓 추진 없이 관성으로만 날아갔다. 이 부분에 타원 궤도를 적용하면, 최고높이와 날아간 거리로부터 위성 모사체의 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누리호가 올라간 최고 높이는 700km와 750km 사이고, 이후 5000km 가량 더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2] 대기권에 재진입한 후에 공기저항으로 속도와 날아간 거리가 감소한 것까지 고려하면, 이 궤적은 최고 높이에서의 초속 6.4km 정도로 날아갈 때의 궤적에 가깝다. 이 높이에서 인공위성이 되기 위한 속도는 초속 7.5km인데, 이보다 초속 1km 이상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림 2. 공기저항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초기 속도의 관성만으로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타원 궤도로 날아간다.(위) 실제 상황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로켓 추진으로 대기권의 공기저항을 뚫고 목표한 속도와 높이에 도달한다. 이후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에서 타원 궤도로 날아가고,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공기저항으로 속도가 줄면서 지상에 떨어진다 (아래).
그림 2. 공기저항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초기 속도의 관성만으로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타원 궤도로 날아간다.(위) 실제 상황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로켓 추진으로 대기권의 공기저항을 뚫고 목표한 속도와 높이에 도달한다. 이후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에서 타원 궤도로 날아가고,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공기저항으로 속도가 줄면서 지상에 떨어진다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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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벗어날 때 생기는 두 가지 모양의 궤도

타원 모양의 궤도는 중력에 갇힌 경우에 나타난다.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 아주 먼 곳까지 멀어지려면 중력 탈출 속도나 그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 날아가는 궤도의 모양은 타원 모양이 아니다.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는 궤도의 모양은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포물선 모양의 궤적으로 정확하게 중력 탈출 속도로 날아가는 경우다. 아주 먼 곳에서의 속도가 거의 0이 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중력을 벗어나는 경우다. 중력 탈출 속도보다 조금이라도 작은 속도에서는 타원 모양 궤도가 나오기 때문에, 포물선 모양의 궤도는 타원 모양 궤도의 경계면에 있다. 중력을 벗어나는 두번째 궤도의 모양은 쌍곡선으로 중력 탈출 속도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경우에 나타난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속도가 중력 탈출 속도에 아주 가까워지면 포물선 모양에 가까워진다. 쌍곡선의 경계면에 포물선이 있는 것이다.

중력탈출 속도는 중력을 제공하는 천체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 따라 다르다. 지구의 경우 통상 중력 탈출 속도는 11.2km로 본다. 이 속도는 지구 해수면에서의 속도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대기의 공기저항 때문에 이 속도로는 지구중력을 벗어날 수 없다. 달 표면처럼 대기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나 가능하다. 누리호가 목표한 최고 높이인 지구 700km 상공에서의 지구 중력 탈출 속도는 초속 10.6km다. 이 높이에서 원 모양의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의 속도는 초속 7.5km인데 중력 탈출 속도는 이의 √2=1.414배인 초속 10.6km다. 700km 상공에서 이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은 포물선 모양으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다른 천체들이 존재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들의 중력은 날아가는 우주선의 궤적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지구 700km 상공에서 초속 10.6km로 날아는 우주선은 처음에는 포물선 모양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지구에서 멀어지면서 태양과 달의 중력으로 인해 포물선 모양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지구와 달 모두에서 충분히 멀아지면 태양 중력이 훨씬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우주선은 태양의 중력에 갇혀 태양 주위를 타원 모양으로 돌기 시작한다.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는 포물선 모양의 궤도가 나오려면 우주선의 속도는 태양 중력 탈출 속도로 커져야 한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도는 궤도의 위치에서 태양 중력 탈출 속도는 초속 42km정도다. 쌍곡선 궤도가 나오려면 태양 중력 탈출 속도보다 더 큰 속도여야 한다. 지구에서 출발하는 경우는 지구 공전 속도인 초속 29.8km를 덤으로 얻고 대신 지구 중력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제2 우주속도인 초속 16.7km가 필요하다. 한편, 태양 중력을 벗어나는 속도로 날아간다고 해도, 도중에 다른 행성 근처를 지나가면 행성 중력의 영향으로 궤도의 모양이 변한다.

속도가 중력 탈출 속도보다 커서 쌍곡선 모양의 궤도로 날아가는 대표적인 경우로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를 들 수 있다.[3] 이들은 태양을 기준으로 쌍곡선 모양으로 날아가면서 태양에서 멀어진다. 태양으로부터 230억km 이상 떨어져 있는 보이저 1호는 태양으로부터 초속 17.0km로 멀어지고 있다. 아주 먼 미래에 태양 중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에 도달하면 속도는 초속 16.7km로 약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태양으로부터 190억km 이상 떨어져 초속 15.4km로 멀어지고 있는 보이저 2호도 아주 먼 미래에는 속도가 초속 14.9km로 약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 1호와 2호 모두 쌍곡선 궤도의 후반부를 지나가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림 3. 외계 천체로 추정되는 오무아무아의 상상도(위)와 태양에 다가왔다 멀어지는 오무아무아의 쌍곡선 궤적(아래). 출처: 미항공우주국
그림 3. 외계 천체로 추정되는 오무아무아의 상상도(위)와 태양에 다가왔다 멀어지는 오무아무아의 쌍곡선 궤적(아래). 출처: 미항공우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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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의 속도 따라 달라지는 궤도 형태

쌍곡선 모양의 궤도를 날아가는 또 다른 경우로 ‘오무아무아’를 들 수 있다. 태양계 밖 외계에서 날아온 이 길쭉한 천체는 쌍곡선 모양의 궤도로 태양에 다가왔다 멀어졌다. 그 속도가 태양 중력 탈출 속도보다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태양 근처를 지나는 동안 가속되면서 궤도의 모양이 약간 변한 것이 관측되었다.[4]

우주 탐사선이 행성 근처를 지나가면서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고 방향도 바꾸는 중력도움 항법에서도 부분적으로 쌍곡선 모양의 궤적을 볼 수 있다. 단, 행성에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행성의 위치를 기준으로 볼 때에 한해서다. 이 경우 행성으로부터의 거리가 같으면 탐사선이 행성에 다가오는 속도와 멀어지는 속도가 같다. 하지만 태양을 기준으로 보면 탐사선의 속도에 행성의 공전 속도가 더해지면서 우주 탐사선은 쌍곡선과는 많이 다른 모양의 궤적을 날아간다. 이 때문에 행성에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탐사선의 속도가 더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고 방향도 바뀐다.

그림 4 . 속도가 중력 탈출 속도보다 작으면 타원 궤도(초록색), 중력 탈출 속도와 같으면 포물선 궤도(회색), 중력 탈출 속도보다 크면 쌍곡선 궤도(주황색)를 날아간다. 원 모양의 궤도(파랑색)는 타원 궤도의 특수한 경우다. 원 궤도 중심에 위치한 점은 중력을 제공하는 천체의 중심을 표시한다. 천체의 중심은 타원, 포물선, 또는 쌍곡선 궤도의 초점에 위치한다.
그림 4 . 속도가 중력 탈출 속도보다 작으면 타원 궤도(초록색), 중력 탈출 속도와 같으면 포물선 궤도(회색), 중력 탈출 속도보다 크면 쌍곡선 궤도(주황색)를 날아간다. 원 모양의 궤도(파랑색)는 타원 궤도의 특수한 경우다. 원 궤도 중심에 위치한 점은 중력을 제공하는 천체의 중심을 표시한다. 천체의 중심은 타원, 포물선, 또는 쌍곡선 궤도의 초점에 위치한다.

우주 비행 또는 천체의 움직임에 나타나는 타원, 포물선, 그리고 쌍곡선 모양의 공통점은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기하에 나오는 모양이다. 중력을 제공하는 천체의 중심은 이들 모양의 초점에 위치한다. 어떤 모양의 궤도가 나오는가는 중력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가 중력 탈출 속도보다 작은가, 같은가, 또는 큰가에 달려 있다. 속도의 미세한 차이로 타원 모양의 궤도가 되기도 하고 포물선 모양의 궤도가 되기도 하고 쌍곡선 모양의 궤도가 되기도 한다. 타원, 포물선, 그리고 쌍곡선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1. "우리가 쏜 꿈, 우주를 날았다", 이근영, 한겨레 미래&과학, 2021년 10월 21일,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16175.html

"'누리호 = 우주독립'인 이유?…이것만은 알고 보자[과학을읽다]", 김봉수, 아시아경제, 2021년10월 20일, https://view.asiae.co.kr/article/2021102010560911174

“발사후 16분 7초간 누리호 운명 결정…성공 확인엔 30분”, 오수진, 연합뉴스, 2021년 10월 20일, https://www.yna.co.kr/view/AKR20211020138200017?input=1195m

2. "누리호, 이륙 후 모든 비행 절차 수행…최종 성공 근접", 오수진, 연합뉴스, 2021년 10월 21일, https://www.yna.co.kr/view/AKR20211021149251017

"3단엔진 빨리 꺼진 이유는? 누리호 비행계측 분석 내일 착수", 오수진, 연합뉴스, 2021년 10월 24일, https://www.yna.co.kr/view/AKR20211023015000017?input=1195m

3. Voyager Mission Status, Jet Propulsion Laboratory, https://voyager.jpl.nasa.gov/mission/status/

4. "Our Solar System’s First Known Interstellar Object Gets Unexpected Speed Boost", 미항공우주국, 2018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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