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졸 실험에 참가한 한 오페라단원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콜로라도주립대 제공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대표적인 생활 수칙이다. 특히 공기를 통한 전파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요한 감염 경로인 것이 확인되면서 마스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코와 입을 통해 배출되는 호흡기 안의 에어로졸을 막아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에어로졸 배출량은 호흡이나 대화, 성별, 나이 등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날까?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진이 지난해 여름부터 추적해온 연구 결과를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공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에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예상대로 말할 때보다는 노래할 때, 여성보다는 남성이, 어린이보다는 어른이 에어로졸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평상시 말할 때보다 노래할 때가 77%, 성인이 미성년자보다 62% 더 많은 에어로졸을 생성했다. 남성의 에어로졸 배출량은 여성보다 34% 더 많았다.
각 그룹의 가운데 굵은선이 중앙값이다. 콜로라도주립대 제공
연구진은 성악가, 배우, 무용수, 악기 연주자를 포함한 12~61세의 실험참가자 약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방에서 앉거나 선 상태에서 책 읽기(구연동화)와 노래(생일축하 노래), 관악기 연주를 해줄 것을 요청한 뒤, 각각의 경우에 호흡기에서 배출되는 에어로졸(0.25~33μm)을 수집해 입자 수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또 각각의 실험을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와 착용하지 않았을 때로 나눠 실시한 뒤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미성년자와 성인, 남성과 여성이 배출하는 에어로졸 입자 수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성·연령이 아니라 주로 실험참가자의 성량과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달리 말하면, 성인 남성은 평상시 말할 때 12살의 어린이보다 더 많은 에어로졸을 배출하지만,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어린이보다는 배출량이 덜했다는 걸 뜻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를 이끈 존 볼켄스(John Volckens) 교수는 “이는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와 소음 수준을 공기 전파 위험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만든 에어로졸 실험방. 콜로라도주립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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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소음 측정으로 공기전파 위험 추정 가능
만약 남성과 여성, 어린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차이가 매우 크다면 각각의 인원수를 알아야 실내 공기전파 위험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보면 그럴 필요 없이 이산화탄소 농도와 소음 수준만으로도 충분히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따라서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와 소음 수준은 간단하고 저렴한 공기전파 위험 측정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봄 이후 공연을 완전히 비대면으로 전환했던 콜로라도주립대는 최근엔 거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현재 지침은 공연 연습 후에 충분히 환기가 될 수 있도록 수업시간 사이의 간격을 더 벌리고, 노래 수업 때는 6피트(1.8미터) 이상 거리두기를 하며, 장소를 점유하는 시간에도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이번 논문은 공연예술의 정상화를 위해 미국극장기술연구소 등으로부터 1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연구의 첫번째 결과물이다. 연구진은 관악기 연주 때의 에어로졸 배출량도 측정했으나, 이번 연구에는 포함하지 않았으며 추후 분석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