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어린이의 뼈 건강과 학습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 배분 모델이 나왔다. 픽사베이
성장기는 평생을 버텨낼 정신적, 신체적, 인지적 힘이 형성되는 시기다. 그러기 위해선 몸과 마음이 다함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있는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 공부나 놀이 등 한 가지에만 치중한 삶은 이 균형을 깨뜨려 총체적인 건강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물론 학업 성적을 높이려면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체력을 강화하려면 야외 신체 활동을 늘려야 할 것이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는 수면 시간도 중요하다.
2017년 학술지 ‘교육경제학’(Education Economics)에 발표된 미국의 고등학생 대상 연구에서는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한 시간 늘린 경우 성적이 평균 1.5%포인트 좋아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렇다고 공부 시간을 하루 10시간 늘리면 성적이 15%포인트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방과 후에도 10시간 동안 공부한다는 건 거의 밤을 새운다는 걸 뜻한다. 하루 또는 며칠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 이상은 지속할 수 없는 방식이다. 수면이 기억 저장 역할을 한다는 걸 고려하면 오히려 학업에 해를 끼치는 행위일 수도 있다. 수면 부족은 다음날 학습에 지장을 초래한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하루에 몇시간을 공부하는 데 할애하는 게 좋을까? 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야 학업과 운동, 수면이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조합이 될까?
아이들의 하루 활동 시간을 배분하는 데 참고 지표로 삼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연구진이 11~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정신과 신체, 인지 건강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역학과 공동체 건강 저널’에 발표했다. 2015년 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실시한 호주 어린이 804명의 하루 24시간 측정 데이터를 토대로 한 이 연구는 이 분야에 관한 세계 첫 성과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이 ‘골디락스 데이’(Goldilocks Days)란 이름으로 제시한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의 하루 24시간 배분 황금률은 10.5시간의 수면, 9.5시간의 좌식 생활, 2.5시간의 가벼운 활동, 1.5시간의 다소 격한 신체 활동이다.
좌식 생활이란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 뿐 아니라 휴식하고 식사하는 시간, TV 시청이나 게임하는 시간을 포함한다. 가벼운 활동은 심부름 같은 집안일 돕기나 쇼핑 등을, 다소 격한 활동은 운동이나 스포츠 등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성별로는 남아의 경우 여아보다 수면 시간은 2.4시간 더 늘리는 대신, 앉아 있는 시간은 1.7시간, 가벼운 활동은 0.6시간, 격한 활동은 0.1시간 적게 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18~20세까지 최대 골량의 90%가 완성되는 만큼 어린이 및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제공
논문 제1저자인 도로시아 두무이드 박사는 “골디락스 데이는 최적의 뼈 건강을 위한 신체 활동, 수면, 앉아 있는 시간을 알려준다”며 “18~20세에 최대 골량(peak bone mass)의 90%가 완성되는 만큼 어린이 및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모델로 제시한 것이며 사람에 따라, 또는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시험기간에는 학업 성취가 시간 배분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정신 및 신체 건강을 완전히 무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두무이드 박사는 “이번 연구는 뼈 건강에 중점을 둔 최적의 시간 배분을 살펴본 것이며, 비만이나 인지 및 삶의 질 등을 고려한 종합 건강 및 웰빙을 위한 시간 배분 황금률을 도출하려면 어느 정도 절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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