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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선택의 순간, 알고리즘과 사람 중 누구 결정 따를까

등록 2021-12-08 10:03수정 2021-12-08 10:18

가상 상황에서 알고리즘이 52 대 48로 앞서
위험도 높을 땐 사람, 정확도 중시 땐 알고리즘
사람들은 알고리즘의 결정에 대해 생각보다 부정적이지 않았다. 픽사베이
사람들은 알고리즘의 결정에 대해 생각보다 부정적이지 않았다. 픽사베이

데이터를 분석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갈수록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오고 있다.

쇼핑 추천에서부터 금융 서비스, 질병 진단에 이르기까지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알고리즘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 대출 심사나 입사 면접 등 자신의 삶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한 판단을 컴퓨터 알고리즘에 맡기는 것에는 거부감도 많다. 2020년 영국에선 코로나19로 시험을 볼 수 없게 되자, 과거의 성적을 토대로 컴퓨터 알고리즘이 제시한 점수를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생들의 기말고사 성적으로 대체해 큰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결국 이 알고리즘 성적은 폐기됐다.

실제로 사람들은 알고리즘을 얼마나 신뢰할까? 사람과 알고리즘이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릴 때 어떤 것을 더 선호할까?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이 이를 알아보기 위해 4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의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은 알고리즘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4가지 가상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의사결정자로 사람을 선택할지, 알고리즘을 선택할지 물었다.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알고리즘의 용도가 더 광범위해졌다. 애리조나주립대 제공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알고리즘의 용도가 더 광범위해졌다. 애리조나주립대 제공

결정을 내려야 할 4가지는 커피숍이 주는 10~20달러짜리 기프트카드를 받을지 여부, 교통 위반에 대한 자신의 책임 여부, 은행 대출 승인 여부,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 참가 여부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시나리오 중 하나와 의사결정자(사람 또는 알고리즘)를 무작위로 할당했다. 이어 의사 결정의 정확도, 결정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 의사결정자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알려줬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다른 의사결정자로 바꿀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52.2%는 알고리즘을, 나머지 47.8%는 사람을 선택했다. 연구진은 “알고리즘 선호도가 더 높게 나온 것은 뜻밖”이라며 “알고리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데릭 밤바우어(Derek Bambauer) 교수(법학)는 “사람들이 실제로 알고리즘을 거슬리게 생각했다면 알고리즘을 선택하는 비율이 50%를 밑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포인트의 차이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고 놀라운 수치”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대하는 4가지 특징

연구진은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대하는 태도에서 몇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첫째 알고리즘 비용이 더 저렴하면 알고리즘을 선택했다. 알고리즘 비용이 더 싼 경우, 참가자의 61%가 알고리즘을 선택했다. 알고리즘과 사람을 쓰는 비용이 같을 경우엔 알고리즘을 선택하는 비율이 43%에 그쳤다.

둘째 위험도가 높으면 사람을 선택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시나리오는 수십달러짜리 기프트카드를 받는 것에서부터 수백달러짜리 교통범칙금을 지불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참가자들은 사람의 결정을 따랐다.

셋째 정확도가 의사결정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참가자의 74%가 정확도가 더 높은 의사결정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정확도가 같은 경우엔 선택 비율도 똑같이 나뉘었다.

넷째 결정 속도가 더 빠른 알고리즘이 더 인기가 있었다. 사람보다 알고리즘이 더 빠를 경우 57%의 확률로 알고리즘을 선택했다.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사람과 알고리즘이 똑같을 경우에도 알고리즘을 선택할 확률이 52%였다.

밤바우어 교수는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훌륭하지도 끔찍하지도 않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써야 할 곳과 알고리즘을 써야 할 곳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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