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13조원 투입된 사상 최대 천문학 프로젝트 지구 150만km 하늘서 우주 형성 초기의 별들 관측
우주에서 관측 활동 중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나사 제공
“천문학을 집어삼킨 망원경”(네이처). “천문학에 혁명을 일으킬 프로젝트”(사이언스).
30년이 넘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25일 오후 9시20분(한국시각, 현지시각 오전 6시20분) 남미 브라질 북쪽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프로젝트가 출범한 지 25년만이다.
천문학 사상 최대 프로젝트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허블보다 약 100배, 육안보다 100억배 더 강력한 성능으로 먼 우주에서 우주 형성 초기에 일어났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주임무다.
빌 넬슨 미국항공우주국(나사) 국장은 발사 직후 “마치 타임머신처럼 시간을 거꾸로 돌려 우리를 우주의 시작점으로 데려가는 망원경을 30여년에 걸쳐 만들었다”며 “우리는 이전엔 상상하지 못한 믿을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우리가 큰 꿈을 꿀 때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빛나는 사례”라며 “우리는 늘 이 프로젝트가 위험한 시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큰 보상을 원한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실은 아리안 5호 로켓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나사 제공
주거울 지름 6.5미터…허블의 약 3배
주로 가시광선으로 관측하는 허블과 달리 제임스웹은 적외선으로 별을 본다. 이를 위해 지름 6.5미터의 반사경과 4개의 적외선 관측 장비를 갖췄다.
노스럽그러먼이 제작한 제임스웹은 테니스 코트 크기(21미터)의 얇은 5겹 햇빛 가림막을 가운데 두고, 태양과 지구를 향해 있는 양달 부분과 그 반대편 응달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양달 쪽에는 태양전지판과 우주선 제어 시스템이, 응달 쪽에는 우주의 빛을 수집하는 주거울과 수집한 빛을 되쏘아주는 보조거울, 그리고 4개의 관측장비가 있다. 주거울은 1.3미터 크기의 육각형 반사경 18개를 합쳐 만들었다. 거울 소재는 유리가 아닌 베릴륨 금속이며, 표면에 빛 반사율이 좋은 금을 입혔다. 주거울 지름은 허블(2.4미터)의 2.7배다. 허블보다 빛을 6.25배 더 많이 모으고, 시야각은 15배 이상 넓다. 덩치는 크지만 가벼운 베릴륨 금속을 쓴 덕분에 망원경 전체 무게(6.2톤)는 허블의 절반이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워낙 커서 몇겹으로 접어서 발사됐다. 앞으로 제 모습을 찾기까지 우주에서 반사경과 햇빛 가림막, 태양광 패널 등을 여러 단계에 걸쳐 펼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제임스웹은 이륙 30분 뒤 태양 전지판을 펼치는 것으로 50차례의 펼침 작업을 시작했다.
발사 27분 뒤 로켓에서 분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푸른 지구를 뒤로 한 채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아리안5호 로켓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했다. 웹방송 갈무리
궤도까지 한 달 비행…정식 관측은 6개월 후
이 작업 과정에는 한 순간에 모든 걸 망칠 수 있는 ‘단일 실패 지점’ 344개가 기다리고 있다.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작동 궤도에 도착하는 한 달 동안, 이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는 게 일차 목표다. 접혀진 부분을 모두 펼치면 제임스웹은 은색 네모 쟁반 위에 금색 벌집을 세워 놓은 모양이 된다.
나사는 궤도에 도착한 이후에도 기기 점검, 시험 관측 등 모든 준비를 마치는 데 6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임스웹은 내년 6월 이후에나 정식 관측에 나설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천문학자들이 제임스웹 망원경 발사를 희망과 두려움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적외선으로 관측하는 이유
제임스웹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관측하는 이유는 뭘까?
별에서 나오는 빛은 우주팽창과 함께 파장이 길어지면서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에서 적외선으로 바뀌어간다. 이를 ‘적색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적외선을 이용하면 허블보다 훨씬 더 멀고 더 차가운 우주 물체를 관측할 수 있다. 우주의 한 지점을 며칠 동안 계속 응시하며, 우주 형성 초기에 만들어진 별에서 날아온 희미한 빛을 감지해낸다. 나사는 제입스웹이 138억년 전 빅뱅이 일어나고 1억~2억년 후 생겨난 최초의 별들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허블이 지금까지 관측한 가장 먼 우주는 빅뱅 4억년 후에 탄생한 은하(큰곰자리 GN-z11)였다.
제임스웹은 우주먼지에 가려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성운 안쪽의 별 탄생 과정, 우주물질들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갈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빛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적외선 분광기는 우주 입자들의 온도, 성분, 밀도, 거리, 운동 등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태양계 외행성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먼 우주의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확실한 단서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기대한다.
영하 266도의 극저온으로 무장
제임스웹은 먼 우주의 적외선을 선명하게 포착하기 위해 허블보다 지구에서 훨씬 더 먼 곳에 자리를 잡는다. 허블은 고도 560km 하늘에서 지구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반면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지점(L2)에 둥지를 튼다. 달보다 지구에서 4배나 더 먼 곳이다. 라그랑주 지점은 태양과 지구가 작용하는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안정적인 궤도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점을 말한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는 이런 지점이 다섯곳(L1~5)이 있다. 이 가운데 제임스웹은 지구 그림자 위치에 있어 온도가 더욱 낮은 지점(L2)을 택했다. 이렇게 먼 곳에 보내는 것은 태양이나 지구 등 열을 내는 물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우주에서 날아온 적외선을 잡아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5겹의 얇은 햇빛 가림막이 주거울 반대편에서 햇빛을 막아주고, 탑재된 냉각기가 장비의 온도를 더욱 낮춰준다.
극저온 상태가 된 관측 장비는 우주 초기에 방출돼 지금은 아주 미세해진 열도 적외선으로 감지할 수 있다. 제임스웹의 4개 관측 장비 중 3개는 영하 233도(절대온도 40도)에서, 나머지 하나(중적외선 관측 장비)는 영하 266도(절대온도 7도) 상태에서 작동한다. 중적외선 장비엔 헬륨 가스가 들어간 극저온 냉각기까지 붙였다.
설계 수명 5~10년…고장나면 수리 불가능
‘극저온 적외선 망원경’이라는 제임스웹의 개념이 처음 제시된 때는 허블을 발사하기 1년 전인 1989년이다. 나사는 이후 수년간 검토를 거쳐 1996년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시켰다. 애초 2007년 발사가 목표였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개발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순수 제작에만 20년이 걸렸다.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예산도 계속 늘어 애초 예상했던 10억달러의 10배가 넘는 110억달러(13조원)가 투입됐다.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제작과 발사에 함께 참여했다. 나사가 97억달러, 유럽우주국이 8억달러, 캐나다우주국이 2억달러를 댔다. 참여 정도에 따라 유럽 천문학자들은 전체 관측 시간의 15%를, 캐나다 천문학자들은 5%를 사용할 수 있다.
제임스웹의 설계 수명은 최소 5년이지만, 나사는 10년까지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임스웹의 약점은 지구에서 너무 멀어 고장이 나면 수리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허블은 우주왕복선을 통해 수리와 장비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제임스웹 발사를 바라보는 세계 천문학자들의 가슴엔 부푼 희망과 일말의 걱정이 뒤섞여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왼쪽)과 적외선(오른쪽)으로 찍은 용골자리 성운의 모습. 적외선은 먼지 구름을 뚫고 성운 내부를 볼 수 있다. 나사 제공STScI/Goddard
‘제임스웹’ 이름을 둘러싼 논란
제임스웹이라는 이름은 1960년대에 나사 국장으로 달 착륙선 아폴로 프로그램을 성사시킨 제임스 웹(1906~1992)에서 따왔다. 그러나 이 이름을 둘러싸고 미국 과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가 1950~1960년대 국무부와 나사에 재직하던 시절 성소수자 해고 등의 차별적 조처에 관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과학자 1200여명이 지난 5월 문제를 제기하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바꿔줄 것을 나사에 요구했다. 그러나 나사는 지난 10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허블 때도 그랬듯, 나사는 제임스웹 발사를 앞두고 이미 다음 우주망원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립과학공학의학원 전문가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와 같은 외계행성을 찾는 반사경 지름 6미터의 110억달러짜리 ‘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 통합’ 우주망원경 제작을 2030년 이전에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