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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동영상 강의 ‘X배속 돌려보기’, 학습 효과 있을까?

등록 2021-12-28 08:59수정 2021-12-28 09:16

학생 대부분이 녹화영상 강의 빨리보기 학습
2배속까지는 학습 효과 같아…시간 버는 셈
많은 학생들이 시간 절약을 위해 동영상 강의를 표준보다 빠른 속도로 재생해서 본다. 픽사베이
많은 학생들이 시간 절약을 위해 동영상 강의를 표준보다 빠른 속도로 재생해서 본다. 픽사베이

입시학원가를 중심으로 인터넷 강의가 확산되면서 생겨난 현상 가운데 하나가 빨리 돌려보기다. 시간을 단축하거나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내용을 학습하기 위해서다. 이런 학생들을 가리키는 말로 ‘닷엑스(.X)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닷(.)은 닷컴(.com)을, 엑스(X)는 몇배속을 뜻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등교가 장기간 제한되면서 온라인 강의는 이제 정규 교육기관에서도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빨리 돌려보기는 실제로 학습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이 ‘빠르게 돌려보기’를 해도 학습 효과는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응용인지심리학’(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발표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배속 학습 전략과 실제 효과 사이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은 대학생 231명을 실험참가자로 모집한 뒤, 이들에게 유튜브 동영상 강의 2편(부동산 감정평가, 로마제국)을 각각 표준속도, 1.5배속, 2배속, 2.5배속으로 나눠 시청하도록 했다. 화면 크기는 전체 화면(풀스크린)으로 설정하고 시청 도중에 일시정지를 누르거나 노트 필기를 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그리곤 영상 시청 직후와 일주일 후 2차례에 걸쳐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시험을 치렀다.

그 결과 표준 속도로 시청한 그룹과 1.5배속, 2배속으로 시청한 그룹의 점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시청 직후 치른 시험이나 일주일 후 치른 시험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2.5배속으로 시청한 그룹만은 점수가 더 낮았다.

연구진은 이어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소에 사전 녹화된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시청하는지 조사했다. 표준보다 빠른 속도로 강의를 시청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의 85%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생각한 빨리 돌려보기의 효과는 실제와 달랐다. 응답자의 91%는 표준속도 또는 1.5배속 시청이 2배속이나 2.5배속보다 학습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다. 이는 연구진이 앞서 시험을 통해 확인한 학습 효과와는 다른 것이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동영상 빨리보기’ 학습 효과는 실제와 달랐다. 픽사베이
학생들이 생각하는 ‘동영상 빨리보기’ 학습 효과는 실제와 달랐다. 픽사베이

“‘표준속도→2배속’이 효과 최고”라는 건 착각

2배속으로 재생하면 시청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같은 시간이라면 강의를 두번 반복 시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시간 안에 2배속으로 두 번 시청하면 표준 재생 속도로 한 번 볼 때보다 시험 점수가 높을까? 논문에 소개된 다른 실험 결과를 보면, 실제로 그랬다.

그러나 타이밍이 중요했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은 2배속으로 첫번째 시청한 때가 아니었다. 2배속으로 두번째 시청을 한 직후 시험을 봤을 때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1차 시청과 2차 시청의 재생 속도를 달리할 경우(‘표준속도→2배속’ 또는 ‘2배속→표준속도’)엔 시험 점수가 어떻게 나올까?

참가자의 76%는 처음엔 표준 속도로, 다음번엔 2배속으로 시청할 때 학습 효과가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생 속도 순서를 어떻게 하든 점수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실험 결과를 그대로 학습 전략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시험을 준비할 땐 1차와 2차 시청 사이의 간격이 더 길다. 또 더 복잡한 주제의 강의에는 이번 실험 결과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진은 그럼에도 “어쨌든 많은 학생들이 표준보다 빠른 속도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 실험 결과가 긍정적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2배속을 넘지 않는 한 빠르게 돌려보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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