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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은 왜 그렇게 꽁꽁 숨어 있나

등록 2022-02-11 10:07수정 2022-02-11 10:43

2010년 이어 10년만에 두번째 발견
태양-지구와 정삼각형 이루는 지점
지구보다 2개월 앞선 거리에서 돌아
일출 직전·일몰 직후 잠깐동안 출현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 ‘2020 XL5’의 상상도. 소행성 위에 보이는 두 천체는 지구(오른쪽)와 달(왼쪽)이며, 오른쪽에서 밝게 빛나는 것이 태양이다. NOIRLab/NSF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 ‘2020 XL5’의 상상도. 소행성 위에 보이는 두 천체는 지구(오른쪽)와 달(왼쪽)이며, 오른쪽에서 밝게 빛나는 것이 태양이다. NOIRLab/NSF

지구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지구와 같은 궤도로 태양을 도는 새로운 ‘트로이 소행성’이 10년만에 발견됐다.

스페인 알리칸데대가 주도하는 국제공동연구진은 지구보다 2개월 앞서 태양을 공전하는 소행성 트로이 소행성 ‘2020 XL5’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이 소행성은 하와이 마우이섬의 할레아칼라 화산 정상에 있는 지름 1.8미터의 소행성 추적 망원경 판-스타스(Pan-STARRS)를 이용해 2020년 12월 처음 발견한 뒤, 2022년 2월과 3월 칠레에 있는 지름 4.1미터의 남방천체물리학연구(SOAR) 망원경으로 궤도를 확인했다.

트로이 소행성이란 태양과 어떤 행성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우주 공간(라그랑주점)에서 행성과 같은 궤도를 도는 천체를 말한다. 트로이란 별칭이 붙은 건 트로이 목마처럼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다는 뜻이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 5개의 위치.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이 발견된 곳은 L4다. NOIRLab/NSF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 5개의 위치.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이 발견된 곳은 L4다. NOIRLab/NSF

트로이 소행성이 특정한 곳에 있는 이유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행성을 잇는 선상에 3곳, 행성 공전궤도상에 2곳을 합쳐 모두 5곳이 있다. 이 가운데 행성 공전궤도의 앞과 뒤에 있는 라그랑주점 2곳(L4, L5)에서 태양을 도는 천체가 트로이 소행성이다.

라그랑주점 L4와 L5는 태양 및 지구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지점에 있다. 지구에서 60도 각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60도는 전체 공전 궤도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따라서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은 지구와 2개월 간격을 두고 태양을 공전한다.

2020XL5 소행성이 향후 500년 동안 지구 앞쪽에서 움직이며 그릴 궤적. HORIZONS System, JPL, NASA CC BY-SA 4.0
2020XL5 소행성이 향후 500년 동안 지구 앞쪽에서 움직이며 그릴 궤적. HORIZONS System, JPL, NASA CC BY-SA 4.0

트로이 소행성이 똑같은 위치에서 궤도를 도는 것은 아니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과 소행성의 원심력이 상호작용하면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면서 궤도를 돈다. 이에 따라 트로이 소행성은 지구 앞쪽에서 강낭콩 모양의 궤적을 남긴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도 각기 태양 중력과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과, 이곳에 또아리를 튼 트로이 소행성들이 있다. 화성(9), 천왕성(1), 해왕성(23)에서 이미 트로이 소행성이 발견됐다.

목성의 앞과 뒤에 무리지어 있는 트로이 소행성들. 위키피디아
목성의 앞과 뒤에 무리지어 있는 트로이 소행성들. 위키피디아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에는 트로이 소행성이 무려 1만1천여개에 이른다. 목성의 트로이 소행성은 목성 앞에 절반, 뒤에 절반이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지난해 10월 우주선 루시를 발사해 목성의 트로이 소행성 탐사에 나섰다. 루시는 2027년부터 2033년까지 목성의 트로이 소행성 7개를 근접비행하며 탐사한다.

남반구 하늘에서 트로이 소행성 ‘2020 XL5’이 나타나는 위치. 화살표는 소행성이 움직이는 방향을 가리킨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칠레 SOAR망원경이다. NOIRLab/NSF
남반구 하늘에서 트로이 소행성 ‘2020 XL5’이 나타나는 위치. 화살표는 소행성이 움직이는 방향을 가리킨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칠레 SOAR망원경이다. NOIRLab/NSF

트로이 소행성을 찾기 어려운 이유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이 발견된 것은 2010년 ‘2010 TK7’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둘 다 지구의 앞쪽(L4)에서 궤도를 돌고 있으며 2010년에 발견된 것은 크기가 약 300미터, 이번에 발견된 것은 크기가 1.2km다.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은 발견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L4에 있는 소행성은 일출 직전, L5에 있는 것은 일몰 직후 지평선 근처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소 성분이 많은 C형 소행성은 검은색이어서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아 발견하기가 더욱 어렵다.

연구진은 관측 결과 이번에 발견한 트로이 소행성 역시 C형 소행성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태양계 형성 초기에 생겨난 것으로 초기의 물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토니 산타나-로스 연구원은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은 지구 형성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물체일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흥미롭다”고 말했다.

소행성 자원 채굴 상상도. 위키피디아
소행성 자원 채굴 상상도. 위키피디아

우주전초 기지나 자원 채굴 후보로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트로이 소행성은 600년 전 현재의 궤도에 진입했으며, 앞으로 약 4천년 동안 라그랑주점에 머문 뒤 이후 궤도를 이탈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2010년에 발견한 트로이 소행성의 궤도 유지 기간은 1만5천년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트로이 소행성은 궤도가 안정적이고 이착륙에 필요한 에너지가 덜 들기 때문에 태양계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나 자원 채굴의 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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