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설계 승인을 받은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의 완성 후 모습 상상도. 나사 제공
하늘 전역에 분포한 우주 입체 지도를 만드는 임무를 띤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위한 우주망원경)의 설계안이 확정됐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최근 스피어엑스의 구성 요소에 대한 계획을 최종적으로 승인했으며 이르면 2024년 6월, 늦어도 2025년 4월 이전에 우주망원경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피어엑스는 2019년 나사의 중형 우주 탐사 프로그램으로 채택됐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알렌 패링턴은 “컴퓨터 모델 작업에서 실제 하드웨어 구축 작업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제부터 본체 제작과 조립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주의 특정 구역이나 개별 은하, 별을 골라 깊게 관측했던 과거의 우주망원경과 달리 스피어엑스는 하늘의 넓은 영역을 빠르게 훑으며 짧은 시간에 많은 우주 천체를 관찰하는 우주망원경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경우 30년 이상 활동을 했지만 지금까지 카메라에 담은 영역은 전체 하늘의 약 0.1%에 불과하다. 반면 스피어엑스는 6개월마다 하늘 전역의 99% 이상을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사상 처음으로 하늘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우주 전도를 완성하게 된다.
이를 활용하면 특정한 천체를 세밀하게 관측할 수는 없지만 각 천체의 일반적 특성과 주변 우주 환경에 대한 궁금증은 풀 수 있다.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관측 활동을 한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나사 제공
예컨대 올해 여름부터 작동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특정한 외계행성의 크기, 온도, 날씨 패턴 및 구성 성분을 측정한다. 그러나 외계행성을 둘러싼 우주 환경, 즉 외계행성이 생명체 탄생에 유리한 환경 조건에서 생겨났는지 여부는 파악할 수 없다. 스피어엑스는 새로운 별과 행성계가 탄생하는 은하 구름의 얼음 먼지 입자에 물과 같은 생명 유지 물질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물의 원천이 바로 이런 성간 물질일 것으로 생각한다.
나사는 스피어엑스 관측을 통해 우주 전도가 완성되면 138억년 전 빅뱅 이후 1초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은하는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 물과 같은 생명체 형성에 중요한 분자가 어떻게 널리 퍼지게 됐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메스 파빈스키 스피어엑스 부매니저는 두 망원경의 역할에 대해 “소수의 개인을 알아가는 것과 인구 센서스로 전체 인구 집단을 파악하는 것의 차이”라며 “두 가지 유형은 상호보완적이지만 인구 조사를 통해서만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두 망원경이 우주의 기원을 파악하고 외계생명체를 찾는 씨줄과 날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이 한번에 담는 영역은 가로 11.3도, 세로 3.5도다.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스피어엑스와 제임스웹은 관측 방식만이 아니라 관측 장비에서도 차이가 있다.
제임스웹은 허블의 100배에 이르는 역대 최고 해상도의 우주망원경으로 반사경 지름만 해도 6.5m나 된다. 장비를 보호해주는 햇빛가림막도 테니스장 크기 만하다. 반면 스피어엑스의 주거울은 20㎝, 햇빛가림막은 3.2m에 불과하다.
그러나 관측에 쓰는 눈은 같다. 우선 둘 다 적외선을 이용한다. 물체에서 방출되는 미미한 열에너지도 잡아낼 수 있어 먼 우주를 관측하는 데 가시광선보다 훨씬 유리하다.
두 망원경은 또 프리즘으로 햇빛의 구성 색상을 분해하듯 적외선을 개별 화학물질의 파장 또는 색상으로 분해하는 분광법 기술을 사용한다. 이를 이용해 적외선을 방출하는 물체의 구성성분을 파악할 수 있다. 스피어엑스는 97개의 색상으로 우주의 물질들을 구분해 들여다본다.
스피어엑스에 쓰이는 영상분광기는 97가지의 색상으로 관측한다.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스피어엑스의 활동 기간은 2년이다. 이 기간 동안 태양동기궤도에서 총 4번 이상 우주 전역을 관측하며 우리 은하에 있는 1억개 이상의 별과 최고 100억광년 거리에 있는 3억개 이상의 은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다. 우리 은하에선 새로운 행성이 형성되는 별 주위의 디스크, 별의 탄생구역에서 생명을 구성하는 필수 물질인 물과 유기분자를 찾는 게 주된 임무다.
스피어엑스 프로젝트에는 국제협력기관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천문연구원(KASI)이 참여하고 있다. 천문연이 2018년 쏘아올린 차세대 소형위성 1호의 과학탑재체에 처음 적용했던 선형분광필터가 스피어엑스에도 쓰인다. 운영은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가, 탑재체 개발은 캘리포니아공대가, 탐사선 제작은 볼에어로스페이스가 맡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