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구를 똑닮은 외계행성 탐색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유럽우주국 제공
최근 들어 우주 개발과 탐사에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해가고 있는 중국이 탐사 영역을 태양계 밖으로 확장한다.
2019년 이래 사상 첫 달 뒷면 착륙, 화성 무인 탐사, 달 표본 수집·귀환이란 성과를 거두고 현재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독자적 우주정거장 톈궁에 이어, 이번엔 지구와 닮은 외계행성을 찾는 ‘지구 2.0’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 중 ‘지구 2.0’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별에서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골디락스’ 구역에 있는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을 찾는 것이 ‘지구 2.0’의 목표다.
1995년 첫 외계행성 발견 이후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은 5천개가 넘는다. 그러나 액체 상태의 물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 2.0’ 행성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캘리포니아공대의 나사외계행성과학연구소 제시 크리스티안센(천체물리학) 교수는 현재의 기술과 망원경으로는 태양계의 지구처럼 자신보다 100만배 더 무겁고 10억배 더 밝은 별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2014년 케플러우주망원경이 발견한 골디락스존에 있는 최초의 지구 크기 외계행성 ‘케플러-186f’ 상상도. 지구에서 58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의 적색왜성 케플러-186을 도는 5개 행성 가운데 하나다. 나사 제공
우주개발과 탐사의 후발주자인 중국은 미국이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이뤄온 것을 국가 역량을 결집해 한꺼번에 따라잡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번 외계행성 프로그램도 이런 ‘빠른 추격자’ 전략을 따르고 있다.
발사 후 4년간 작동하게 될 ‘지구 2.0’ 위성에는 심우주를 관측할 작은 우주망원경 7개가 실린다. 이 가운데 6개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은하수 중심부의 백조자리와 거문고자리 별들을 다시 집중적으로 살핀다.
새로운 우주 영역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케플러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관측 범위를 좁혀 발견 가능성을 더 높이자는 전략이다. 중국과학원 상하이천문대의 거젠 박사(천문학)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케플러가 관측한 영역은 아주 좋은 데이터가 확보돼 있다는 점에서 (따기 좋게) 낮은 가지에 매달려 있는 과일과 같다”고 말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빛의 밝기가 변화하는 것을 분석해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사 제공
현재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주된 방법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빛이 변화하는 현상을 감지해 분석하는 표면통과(transit) 방식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6개의 작은 망원경을 함께 사용하면 케플러보다 약 5배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번에 120만개의 별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018년에 발사한 테스 우주망원경보다 더 어둡고 더 먼 별을 관측할 수 있다. 거 박사는 “관측 능력이 케플러보다 10~15배 더 강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7번째 관측기기는 중력마이크로렌즈 우주망원경이다. 중력렌즈란 별이나 행성이 어떤 별 앞을 지나갈 때, 중력으로 인해 뒷쪽의 별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을 이용해 특정한 별에 얽매이지 않는 떠돌이 행성, 또는 해왕성처럼 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 이 망원경의 목표다. 별이 집중 분포해 있는 은하수의 중심이 관측 대상 지역이다. 거 박사는 “위성이 발사될 경우 최초의 우주 중력마이크로렌즈망원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발사할 ‘지구2.0’ 위성 모사도. 토론토대 천문학부 우옌친 교수 자료에서
지구와 같은 외계행성을 찾으려면 지구와 비슷한 공전주기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세바퀴 정도는 지켜봐야 정확한 공전주기 계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2009년 발사된 케플러는 4년째에 일부 장비가 고장나서 상당기간 관측을 하지 못했다.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지점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천문학자들은 중국이 ‘지구 2.0’을 통해 또 다른 4년치 관측 데이터를 추가할 경우 지구와 같은 외계행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거 박사는 “관측이 시작되면 1~2년 안에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국제협력을 통해 10여개의 ‘지구 2.0’ 행성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중국은 현재 프로그램 설계의 마지막 단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6월에 열릴 전문가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 계획이 확정되면 2026년 말 이전에 창정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3천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2018년 은퇴한 케플러 우주망원경. 나사 제공
이와는 별도로 2026년엔 유럽우주국도 플라토(PLATO)라는 외계행성 관측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플라토에는 26개의 망원경이 탑재돼 중국 ‘지구 2.0’보다 더 넓은 시야로 우주를 관측한다. 하지만 이 위성은 2년마다 관측 지역을 변경할 예정이다. 또 2027년엔 나사의 낸시그레이스로만 우주망원경이, 2029년엔 유럽우주국의 아리엘 우주망원경이 잇따라 외계행성 관측에 나서 제2, 제3의 지구 탐색망이 더욱 정교해진다.
1995년 최초의 외계행성 발견 논문을 발표한 알렉산데르 볼시찬(Alexander Wolszczan)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때가 되면 “필연적으로 어딘가에서 생명체를 발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것은 원시적인 종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