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6일 퍼시비런스가 삼각주로 가는 도중 찍은 사진. 지난해 2월 화성 착륙시 사용했던 낙하산이 앞에 보인다. 나사 제공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 로봇 탐사차 퍼시비런스가
한 달여의 여행 끝에 이번 탐사 임무의 최대 승부처인 삼각주에 도착했다.
나사는 퍼시비런스가 31일간 약 5km를 달려 지난 13일 고대 강이 쌓았을 것으로 추정된 삼각주 입구에 당도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지름 45km의 예제로 충돌구 내 북서쪽에 위치한 부채꼴 모양의 삼각주는 수십억년 전 호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토머스 주부첸 나사 부국장은 “예제로 삼각주는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퍼시비런스 전면에 부착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의 일부. 나사 제공
퍼시비런스는 18일부터 1주일간의 일정으로 높이 40미터의 삼각주 정상에 올라가는 최적의 경로 탐색에 들어갔다. 나사는 현재 두 가지 경로를 비교하고 있다고 밝혔다.
퍼시비런스는 삼각주 정상을 포함해 오르고 내려오는 길목에서 각각 암석 표본을 채취할 예정이다. 이후엔 다시 다른 경로를 따라 삼각주 정상에 오르면서 1년여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한다.
퍼시비런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캘리포니아공대 켄 팔리 교수는 “삼각주 정상에 가까워지면 몇 마일 떨어진 상류에서 내려온 모래와 암석 조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상류까진 갈 수 없지만 화성의 지질학적 비밀이 담긴 고대 강은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시비런스의 이동 경로(흰색 선)와 삼각주의 모습. 나사 제공
계획보다 한 달 일찍 도착…암석 표본 30개 수집
나사는 퍼시비런스의 뛰어난 자율주행 능력 덕분에 계획보다 한 달 이상 일찍 삼각주 평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사에 따르면 퍼시비런스는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내브’의 도움을 받아 한 번 주행에 평균 211미터씩 이동했다. 오토내브는 삼각주에 도착할 때까지 1만744개의 카메라 사진을 분석해 55회에 걸쳐 퍼시비런스에 위험물 우회 명령을 내렸다.
4월11일 삼각주 입구를 목전에 두고 찍은 파노라마 사진. 64개의 사진을 이어붙인 것이다. 나사 제공
지난해 2월 화성에 도착한 퍼시비런스는 앞서 지난 1년 동안 로봇팔과 드릴을 이용해 8개의 암석 표본을 수집했다. 앞으로 남은 1년여의 탐사 기간 동안 최대 수집 목표인 38개 중 나머지를 삼각주 지역에서 수집한다.
나사는 유럽우주국과 협력해 2020년대 후반 또 다른 탐사선을 화성에 보내 이 표본들을 수거한 뒤 2031년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