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하늘에서 진행된 일식 장면이 로봇 탐사차 퍼시비런스의 카메라에 선명하게 잡혔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지난 2일 퍼시비런스가 화성의 달 포보스가 태양 앞을 가로질러 가는 장면을 동영상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화성의 일식은 지구에서의 일식보다 훨씬 짧은 40여초만에 끝났다.
화성에는 포보스, 데이모스 2개의 위성이 있지만 둘 다 크기가 작아 일식이 일어나도 부분일식에 그친다. 좀 더 큰 포보스도 적도 반지름이 불과 11.1km로 달의 157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궤도 운동도 빨라서 포보스는 화성 궤도를 7시간39분에 한 번씩 돈다. 하루에 두번 일식이 일어날 수 있다.
화성의 달 포보스. 2008년 화성 궤도선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화성과의 거리는 6천km…조금씩 가까워지는중
화성 탐사선이 화성에서 일식을 처음 포착한 것은 2004년 나사의 쌍둥이 탐사선인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였다. 당시엔 동영상이 아닌 타임랩스 사진이었다.
퍼시비런스는 이번에 화성 397번째 날을 맞아 태양광 필터와 줌 기능을 이용해 역대 가장 뚜렷한 일식 동영상을 만들어냈다.
포보스는 중력은 지구의 10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화성과의 거리가 6000km에 불과해 화성의 지각과 맨틀에 약간의 영향을 끼친다. 이는 다시 포보스의 궤도에도 영향을 준다. 나사는 “포보스는 1세기에 1.8m의 속도로 화성 표면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5천만년 이내에 화성과 충돌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지구의 달과 마찬가지로 화성에 항상 같은 면을 향한 채로 돈다. 나사는 “둘 다 탄소가 풍부한 암석과 얼음으로 구성돼 있은 것으로 보이며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이 화성에 포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