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의 한 고속도로 전자표지판에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표시돼 있다. ‘사이언스’ 제공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오히려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은 21일(현지시각)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방책으로 고속도로에 도입한 전자표지판(DMS)에 표출된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정보가 운전자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해 오히려 사고율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이날치에 게재됐다.(DOI :
10.1126/science.abm3427)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주 교통부가 2012년 8월부터 다달이 1주일 동안 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표시한 것에 착안해, 2010년 1월1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8년 동안 텍사스에서 운용된 전자표지판 현황과 인근 지역의 교통 충돌사고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사망자 수가 표출된 전자표지판에서 5㎞ 구간 이내에서 충돌사고가 오히려 1.52% 증가했으며, 5∼10㎞ 구간 이내에서는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가율은 전자표지판에 표출된 사망자 수가 많고 도로 구간이 복잡할 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은 전자표지판 안내 정보가 튀는 내용이면서 부정적일 경우 운전자들의 인지 작용에 과부하가 걸려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사망자 수 안내 캠페인을 중단하는 것이 교통안전을 개선하는 저렴한 방법이라는 점, 운전자들의 행동에 개입하는 행위가 너무 튈 경우 역효과가 난다는 점, 안내 정보를 전달할 때 운전자의 인지 부하를 고려해 내용과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점 등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28개 주에서는 현재 고속도로에 전자표지판을 도입해 운용중이다. 하지만 연방고속도로관리국은 지난해 전자표지판의 교통안전 정보에 사망자 수 등의 통계 사용을 권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