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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제로 코로나’ 함정에 빠졌나

등록 2022-05-06 09:55수정 2022-05-06 17:58

[주철현의 코로나 디코딩]
(9) 진퇴양난의 중국 방역

델타까지 먹혔던 중국의 봉쇄 정책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에는 무기력
이런 상태론 25년 후에나 유행 정점
의료자원 부족·백신 한계에 발목잡혀
지난 2년에 걸친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방역의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 2년에 걸친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방역의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금까지 여덟 번에 걸쳐 바이러스, 변이, 백신, 항바이러스제, 증상과 대처 등 코로나19 전반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기본 지식들을 가지고 다음 두 질문을 생각해보자.

1. 왜 중국만 뒤늦게 오미크론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 2. 왜 중국은 오미크론을 막아야만 하는가? 이 답을 찾아가면 방역의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그림 1. 코로나19 팬데믹 진행과 각국의 방역 기조 변화
그림 1. 코로나19 팬데믹 진행과 각국의 방역 기조 변화

첫째, 중국만 뒤늦게 오미크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고려해야 한다. 이전까지 생물학 관점에서 바이러스를 파악할 때는 국경이 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방역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인류 공동 문제인 팬데믹은 각국이 협력해 같이 전개하는 방역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방역은 국가 단위로 수행되는 한계가 있다.

한 국가의 방역 기조는 제로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바이러스 확산을 가능한 틀어막는 것이고, 후자는 안전한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먼저 팬데믹의 진행 경과와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방역 기조 변화를 알아보자(그림 1).

코로나19는 중국에서 등장하였다(1). 그리고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용히 세계로 퍼져 팬데믹을 일으켰다(2). 위험이 드러나자 대부분 국가는 제로 코로나를 방역 기조로 삼았다. 특히 중국은 가장 강력한 봉쇄를 시행했다(빨간 사각형). 국경이 봉쇄되자 바이러스의 국가 간 이동이 통제되었고 각국의 방역 효율에 따라 유행 정도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역과 의료가 무너진 곳에서 오미크론이 발생했다(3). 이는 코로나21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기존 집단 면역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치사율은 낮았다. 오미크론은 세계 각국의 방역과 국경 봉쇄도 뛰어넘어 퍼져나갔다. 오미크론 팬데믹이 발생한 것이다(4). 높은 전파력 때문에 대부분 국가는 위드 코로나로 방역 기조를 전환하였다. 그 결과 세계는 거의 동시에 유행을 겪고 집단 면역 단계로 빠르게 진입했다.

하지만 중국만 늦게 오미크론의 유행이 단독으로 일어나고 있다(5).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방역이 델타까지는 유효했지만,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전파 속도만 늦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2. 우려변이의 등장에 따른 세계와 중국의 일일 신규 확진 변화 추이
그림 2. 우려변이의 등장에 따른 세계와 중국의 일일 신규 확진 변화 추이

중국이 걸어온 2년의 ‘고집과 끈기’

다음으로 코로나19 변이의 등장과 신규 확진 추세를 비교하면서 중국 상황을 자세히 파악해보자(그림 2). 최초의 코로나19 원종(original strain)은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2019년 11월 등장하였다. 정체불명의 괴질이 코로나19로 판명되는 동안 우한 봉쇄의 골든타임이 흘러갔고 바이러스는 세계로 퍼져나갔다. 위험이 드러나자 중국은 강력한 봉쇄를 시행했고 전파력이 약했던 원종은 중국내에서는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중국 밖으로 새어나간 원종에 의해 영국의 알파를 시작으로 남아공의 베타, 브라질의 감마, 인도의 델타까지 우려변이가 계속 발생했한다. 이렇게 우세종이 교체되며 세계가 시달리는 2년여 동안(파란 점선), 중국은 팬데믹 무풍지대로 유지됐다(빨간 실선). 하지만 2021년 다시 남아공에서 출현한 오미크론은 세계 일일 확진자가 400만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인 전파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였지만, 중국은 여전히 강력한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더는 무풍지대로 남기 어려워 보인다.

치사율이 높은 델타까지는 우리나라도 역시 제로 코로나 기조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두달 뒤, 전체 인구의 약 20%가 누적 확진되었을 때 유행이 꺾이기 시작했다. 통계를 보면 2020년 1월에서 2022년 1월까지 2년 동안 누적 확진 90만7214명에 사망 6787명이 발생했다. 이후 4월까지 석달만에 누적 확진 1727만5649명에 누적 사망 2만2875명이 발생하였다. 정리하면 확진자가 19배 증가하는 동안 사망자는 3배만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코로나19의 누적 치명률은 0.75%에서 0.13%로 대폭 낮아지게 되었다. 이는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집단면역에 빠르게 도달했다는 의미다.

확연한 오미크론 감소세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는 일상 회복의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이런 변화를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 도시 상하이의 봉쇄는 5주가 넘어가고 있다. 경제의 중심이 멈추면서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식량과 생필품 유통 혼란으로 수천만 주민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은 배고픔이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커지는 장기 봉쇄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누적 확진 비율은 0.05%에 불과하다. 일일 신규 확진수로 단순 계산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대략 25년 뒤에나 오미크론 유행 정점이 오게 된다.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봉쇄 상황에서 이는 영원한 시간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지난달 오미크론 상황을 다룬 <인민일보> 1면 기사에는 고집과 끈기가 승리할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그림 3. 오염된 물의 유입속도와 정수용량의 관계
그림 3. 오염된 물의 유입속도와 정수용량의 관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

이제 두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중국은 왜 이토록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것일까? 물론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는 방역이 정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치적 분석은 이 글의 범위 밖이기도 하거니와, 여기에 집중하면 타산지석이 될 기저 요인이 흐려질 위험이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야만 하는 정치 외적인 이유는 의료 자원 부족과 주력 백신의 한계 때문이다.

중국의 의료 자원 문제를 오염된 물을 정수하는 상황에 비유해보자(그림 3). 상부 물탱크에 있는 오염된 물(붉은색)은 관에 연결된 수도꼭지를 통해 세면대에 떨어지고, 이는 정수기를 거쳐 깨끗한 물(파란색)이 된다. 오염된 관에 연결된 빨간 수도꼭지는 조절이 가능한 반면, 정수기에 달린 파란 수도꼭지는 조절이 불가능하다. 왼쪽 그림은 빨간 수도꼭지가 파란 수도꼭지보다 덜 열린 경우다. 이 경우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염된 물이 모두 정수기를 거친다. 오른쪽은 빨간 수도꼭지가 파란 수도꼭지보다 더 많이 열린 경우다. 이 경우 오염된 물이 세면대 밖으로 흘러넘치게 된다. 여기서 오염된 물은 중증 환자, 세면대와 정수기는 격리 시설과 의료 자원, 깨끗한 물은 완치된 환자다. 그리고 오른쪽 빨간 수도꼭지가 활짝 열린 상황은 오미크론으로 중증 환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을 비유한다.

중국은 전체 인구 대비 의료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할당되는 의료 자원은 환자가 늘어난다고 금방 확충할 수가 없다. 즉 고정된 파란 수도꼭지와 같다. 따라서 오미크론으로 중증환자가 많아지면 의료의 보호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속적 압력이 가해지면 그나마 작동하던 정수기마저 고장이 나는 것처럼, 의료 자원이 아예 붕괴될 위험도 커진다.

이제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전파력 때문에 문제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중증 진행률이 10분의 1이라도 전파력이 10배면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중증 환자 수는 동일하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총 3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고 가정해도 한 명씩 매일 발생하는 것과 처음 이삼일만에 30명이 몰려서 발생하는 것은 제한된 의료 자원에 가해지는 압력이 수준이 다르다. 위 정수기 그림에는 유입 속도(중증 환자 발생 속도)가 정수기 용량(의료 자원)을 넘어서 흘러넘치는 것이 묘사되어 있다. 즉 중증 환자 발생 속도는 최종 치명률에 영향을 미치며, 이전 상황에 적합하게 준비된 의료 자원은 오미크론으로 붕괴될 위험이 있다.

표1. 다른 국가와 중국의 주력 백신의 면역학적 특성 비교
표1. 다른 국가와 중국의 주력 백신의 면역학적 특성 비교

방역은 양궁이 아닌 사냥이다

중국의 코로나19 주력 백신이 가진 한계는 이런 의료 자원 문제를 더욱 가중시킨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시노백 백신은 고전적인 사백신이기에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면역 자극 효과는 mRNA 백신에 비해 떨어진다(표 1). 그래도 생성된 항체가 유효한 델타 이전까지 변이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중증 진행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오미크론은 백신 종류에 상관없이 생성된 항체를 무력화시키는 변이다. 따라서 백신이 유도하는 세포 매개 면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바이러스 감염세포를 제거하는 세포 매개 면역이 중증 진행을 억제하는 최후의 마지노선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백신인 시노백은 mRNA 백신에 비해 세포매개 면역의 자극이 불충분하다. 그리고 면역 자극이 적어 부작용이 적은 대신, 장기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하는 기억 면역 세포의 생성 능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mRNA 백신이 주력인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은 백신 예방 접종 효과가 없는 상태다.

지금 중국은 제로 코로나의 함정에 빠져 있다. 오미크론 때문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의료 붕괴 위험이 커진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심화되는 제로 코로나를 계속 고수하기도 어렵다. 지난 2년간 중국을 팬데믹의 무풍지대로 만들어준 제로 코로나의 성공이 현재 오미크론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제의 성공 요인이 오늘의 실패 요인이 된다는 피터 드러커의 유명한 말은 방역에도 적용된다.

장기적 팬데믹에서 고집과 끈기는 오히려 해가 된다. 변이가 흔한 바이러스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다. 방역은 고정된 과녁을 맞히는 양궁 경기가 아니라 사냥에 가깝다. 이리저리 날뛰는 야생동물을 따라 조준점을 움직이는 것처럼,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 방역의 기조와 원칙도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

* 다음 칼럼에서는 오미크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우려 변이 출현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내용에 대해 궁금하거나 더 상세한 근거를 원하면 <바이러스의 시간>(2021, 뿌리와이파리)을 참조하거나 overthesilos@gmail.com으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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