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위성모사체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공동취재사진
연구진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21일 누리호가 고도 700㎞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 뒤에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이날 오후 5시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발사체는 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끝날 때까지 잘되길 바라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22일 새벽 3시 대전의 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과 교신하여, 성능검증위성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기 명령을 전송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성에 명령 신호를 보내는 것은 전송 모드가 정상인지 시험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를 켜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3시59분59.9초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14분35초 뒤 고도 700㎞에서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했고, 15분45초 뒤에 위성모사체를 분리했다. 애초 성능검증위성은 발사 14분57초 뒤, 위성모사체는 16분7초 뒤 분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위성 분리가 애초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것에 대해 고 본부장은 “같은 발사체라도 성능이 조금씩 다르다”며 “발사체의 목표는 탑재체를 원하는 궤도에 투입하는 것으로, 오차 범위 이내에 투입해 성공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발사 후 42분쯤 지난 뒤 남극 세종기지와 교신을 통해 확인한 성능검증위성의 상태도 문제가 없었다. 교신이 이뤄졌다는 것은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만큼은 긴장감이 감돌던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대전 항우연 위성종합관제실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관제실에 있던 연구원 50여명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부둥켜안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안상일 항우연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 책임연구원은 “위성이 분리될 때 흔들거리기 때문에 그 부분이 걱정이었다”며 “다행히 굉장히 안정적으로 위성이 분리됐고, 배터리도 완충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위성 상태를 정확히 점검할 것”이라며 “문제가 없으면 8일차인 29일부터 큐브위성을 차례로 사출(내보냄)한다”고 말했다.
누리호가 쏘아 올린 성능검증위성은 고도 700㎞ 궤도를 돌고 있다. 무게 180㎏의 성능검증위성은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는 초소형 인공위성인 ‘큐브위성’ 4개와 ‘큐브위성모사체’ 1개를 포함하고 있다. 임무 수명은 2년이다. 위성모사체는 실제는 작동하지 않는 1.3t짜리 알루미늄 덩어리로, 1.5t 규모의 탑재체를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주발사전망대에는 시민 1천여명이 모여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원했다. 발사 시각인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시민들은 각자 손에 든 휴대전화를 보면서 카운트다운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오후 4시 정각, 고흥군 외나로도 상공으로 올라가는 누리호의 불꽃이 보이자 우주발사전망대 일대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누리호는 흰 꼬리를 남기며 올라가다 1단 분리를 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누리호의 비행 모습이 시야에 잡힌 시간은 2분 남짓이었지만 시민들은 그 짧은 스펙터클이 선사한 벅찬 감격을 쉽사리 가라앉히지 못했다.
남종영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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