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가야 고분에서 나온 8명의 유골 유전체를 분석해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몽타주. 6명은 유전적으로 한국 현대인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 반면 2명(윗줄 왼쪽에서 두번째 남성과 맨 오른쪽 여성 몽타주)은 상대적으로 일본 현대인과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제공
삼국시대 가야인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한 결과 현대 한국인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등 여러 지역 인류의 유전적 연속성이 단절된 것과 달리 한국인은 고대인의 유전체를 이어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1일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유하리 패총 두 곳에서 출토한 옛 가야인들의 유골에서 추출한 유전체를 분석해보니 현대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셀>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21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유니스트게놈센터를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서울대학교, 게놈연구재단, 오스트리아 빈대, ㈜클리노믹스가 참여했다.
연구 분석에 사용된 유골은 서기 300~500년 가야지역의 무덤 주인과 순장자들 것이다. 연구팀은 모두 22명의 고대인에서 나온 27개의 뼈와 치아샘플로부터 디엔에이(DNA)를 추출했다. 이의 염기서열정보를 게놈 해독기로 읽어 이 가운데 8명을 추렸다. 7명은 대성동 고분 유골이며 나머지 1명은 유하리 패총에서 발굴된 5살 안팎의 여자 어린이 유골이다. 연구팀은 이들의 고품질 게놈 데이터를 다양한 생물정보학 프로그램으로 추가로 정밀 분석했다. 이들 사이에 혈연관계는 없는 것으로 판명됐고, 무덤 주인과 순장자 사이의 눈에 띄는 유전적 계층도 찾아지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현대 한국인(빨간색 박스 옆 두번째 띠)은 조몬계 유전자(녹색)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데 비해 현대 일본인(빨간색 박스 옆 세번째 띠)에는 조몬계 유전자가 남아 있다. 가야인(빨간색 박스)들에는 조몬계가 들어 있는데, 특히 오른쪽 두개 띠(AKG-10203, 10207)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몬계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기원전 8000년∼3000년까지의 연해주, 요서, 요동, 한반도, 일본에서 출토된 초기 신석기시대~삼국시대 다른 지역의 고대인들과도 비교한 결과, 8명 가운데 6명은 현대 한국인, 고훈시대 일본인, 신석기시대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고훈(고분)시대는 일본의 시대 구분으로 서기 250년~538년 시기를 가리킨다.
나머지 2명의 게놈은 큰 틀에선 한국계이지만 현대 일본인과 선사시대 조몬계 일본인과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몬계 일본인은 조몬시대(기원전 1만4000년~기원전 300년)에 일본 열도에 살고 있던 선사시대 원주민을 말한다.
박종화 교수는 “이들 2명이 현대 일본인과 가깝다는 의미라기보다 과거 한반도 인구집단의 다양성이 지금보다 더 컸다는 것을 뜻한다. 큰 틀에서 최소 2개의 유전자 정보 제공 그룹이 있었음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삼국시대 가야지역(김해) 대성동과 유하리 패총 한국인 인골 발견 장소. 유하리 패총은 5살 안팎의 어린 여자아이 무덤이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제공
고대 동아시아에는 여러 계통의 인구집단이 존재했는데, 일본의 경우 열도로 고립돼 조몬계 유전자가 남아 있는 반면 현대 한국인에는 조몬계가 사라졌다.
연구팀은 외형 관련 160개의 유전자마커를 분석해 삼국시대 가야인이 현대 한국인의 외형적 특성을 지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박종화 교수는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인의 유전적 연속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연구팀은 삼국시대인들도 동아시아인의 특징인 건조한 귀지와 몸 냄새가 적은 유전자를 갖고 있었고, 대부분 굵은 직모와 갈색 눈,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게놈 정보를 활용해 인공지능으로 몽타주를 그렸는데, 삼국시대인들이 현대 한국인과 많이 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반도에서 수천 년간 형질적으로도 큰 변화가 없었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