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한 발로 서는 능력이 떨어진다. 브리티시스포츠의학저널 제공
‘한 발로 서기’는 오래 전부터 신체의 균형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 방법으로 즐겨 써온 것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한 쪽 다리로 설 수 있는 능력은 신체 균형 능력 뿐 아니라 전반적인 체력과 다리 힘, 감각 정보 처리 능력에 달려 있다. 심장병이나 암 등의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다리 힘이 약해 한 발로 설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는 한 발로 서서 얼마만큼 버틸 수 있느냐를 통해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유추해 볼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
실제로 ‘한 발로 서기’가 조기 사망 위험을 판별하는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기간 추적 조사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 연구진이 주도하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2009~2020년 실시한 건강 및 운동 능력 테스트에 참가한 51~75살의 브라질 중·노년 1702명의 측정치와 이후 이들의 건강 상태를 추적한 결과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브리티시스포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했다.
참가자들이 받은 테스트는 한 쪽 다리를 구부려 발을 다른 다리의 종아리 뒷쪽에 붙이는 ‘한 발로 서기’ 동작(위 사진)을 10초 동안 유지하는 것이었다. 한 발로 서는 동안 두 팔은 옆구리에 자연스럽게 붙이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어느 쪽 발로 하든 상관없이 모두 세 차례 시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테스트에 참가한 사람들을 7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 발로 10초 동안 서 있지 못한 사람들은 7년 이내 사망할 가능성이 17.5%였다. 이는 10초 이상을 견뎌낸 사람들의 사망 위험률 4.6%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또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50대 초반엔 실패 비율이 5%였으나 50대 후반엔 8%, 60대 초반엔 18%, 60대 후반 37% 로 점차 올라갔다. 5년마다 대략 두배씩 늘어났다. 70대에는 54%로 절반이 넘었다. 이는 20살 미만보다 11배 더 높은 비율이다.
연구진은 “연령과 체중, 성별 및 다른 건강 위험 지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한 발로 서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의 10년 후 사망 위험이 거의 2배(84%)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상관관계는 확인했지만 인과관계의 고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예컨대 고령자의 경우 낙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험참가자들의 사망 원인에 낙상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다만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더 나빴다. 고혈압, 비만,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으며 당뇨병 비율은 3배나 더 높았다.
연구진은 따라서 “중년 및 노년층의 건강 검진 때 ‘한 발로 서기’ 능력을 항목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