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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누리호보다 더 먼 우주로 날아가려면 얼마나 빨라야 할까?

등록 2022-07-06 10:04수정 2022-07-06 10:53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연료 내뿜는 속도 빠를수록 효율 높아
케로신 연료의 분출 속도는 초속 3km
이온 뿜는 로켓은 이보다 10배나 빨라
빛으로 가는 광자로켓도 이론상 가능
6월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누리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6월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누리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발사한 로켓은 불기둥을 내뿜으면서 날아간다. 액체나 고체 상태인 연료를 태우면 높은 온도의 기체가 되면서 부피가 팽창하고, 이렇게 팽창한 기체를 한쪽 방향으로 내뿜는 방식이다. 공기를 불어 넣은 고무 풍선의 꼭지를 묶지 않고 그대로 놓으면, 풍선은 꼭지로 공기를 내뿜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로켓이 날아가는 것도 풍선이 꼭지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날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한 쪽으로 기체를 내뿜는 운동량만큼 반대방향으로 로켓의 운동량이 증가하면서 속도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로켓 추진으로 늘어난 속도를 의미하는 ‘속도 증분’ Δv는 러시아 과학자인 치올콥스키가 1897년에 찾아낸 ‘로켓 방정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1] 로켓이 연료를 태워 내뿜는 속도와 추진하기 전과 후의 로켓 질량으로부터 Δv를 계산하는 방정식이다. Δv를 알면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또는 우주의 어떤 궤도에 올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Δv로 로켓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고도 200~2000km 높이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지구 저궤도’(LEO)에 우주선을 올리기 위한 Δv는 초속 9.4km 이상이다. 지상에서 발사해서 인공위성이 되기 위한 초기 속도의 이론상 최소값인 초속 7.9km보다 더 크다. 중력과 공기저항이 늦추는 속도 때문이다. 1.5톤의 탑재물을 싣고 가는 누리호의 Δv는 초속 11km 정도로 알려졌다.[2] 발사와 추진과정에 문제만 없다면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리기에 충분한 로켓 성능이다. 참고로 누리호처럼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 엔진이 연료를 태워 내뿜는 속도는 초속 3km 정도이다. [3]

그림 1. 로켓으로 우주선을 가속하는 원리와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 공기를 불어 넣은 풍선의 꼭지를 묶지 않으면, 풍선은 공기를 꼭지로 내뿜으면서 날아간다. 로켓도 비슷한 원리로 연료를 태워 내뿜으면서 날아간다. 로켓 추진으로 증가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속도 증분’ Δv는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으로 계산한다.
그림 1. 로켓으로 우주선을 가속하는 원리와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 공기를 불어 넣은 풍선의 꼭지를 묶지 않으면, 풍선은 공기를 꼭지로 내뿜으면서 날아간다. 로켓도 비슷한 원리로 연료를 태워 내뿜으면서 날아간다. 로켓 추진으로 증가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속도 증분’ Δv는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으로 계산한다.

달과 화성 궤도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속도는?

달에 탐사선을 보내려면 얼마나 더 큰 Δv가 필요할까? 누리호가 인공위성을 올려놓은 700km 고도에서는 초속 7.5km로 지구 주위를 돈다. 이 궤도에서는 초속 10.5km로 속도를 올리면 달을 향하는 지구-달 전이 궤도로 탐사선을 보낼 수 있다. 두 속도의 차이인 초속 3km의 Δv가 더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 Δv만으로는 달 주위를 도는 달 궤도선이 될 수 없다. 달을 스쳐 지나가거나 달에 부딪히는 것밖에 하지 못한다. 달 궤도선이 되려면 초속 0.8km의 Δv가 더 필요하다. 그래야 달의 중력에 갇혀 달 표면 고도 100km를 도는 달 궤도선이 될 수 있다. 결국 두 값을 더한 초속 3.8km가 달 궤도선을 보내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Δv이다. 만약에 누리호가 올려놓은 궤도보다 낮은 높이의 궤도에서 시작하면 추가로 필요한 Δv는 조금 더 늘어난다. 예를 들어 250km 고도의 궤도에서 출발해 달 궤도선이 되려면 초속 3.9km의 Δv가 추가로 필요하다.

8월에 발사 예정인 한국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는 Δv를 더 줄이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달에 접근한다. ‘탄도형 달 전이 (BLT: Ballistic Lunar Transfer’)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먼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4배 정도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서,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의 궤도를 수정해 달의 공전궤도와 비슷하게 만든다. 이후 탐사선이 달에 가까워지면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의 궤도를 수정해 달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로 진입하게 한다.[4] 기존의 방식과 비교하면, 추가로 다른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수정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 방식은 달 궤도 진입에 필요한 두번째 Δv를 줄이는 장점이 있는 대신, 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지구 저궤도에서 출발해 화성을 향하는 지구-화성 전이 궤도까지 가기 위한 Δv는 초속 3.6km이다. 그리고 화성에 접근했을 때 화성의 중력에 갇혀 화성의 저궤도를 돌게 하기 위한 Δv는 초속 2.1km이다. 화성 궤도선이 되기 위해 필요한 Δv는 이 두 값을 더한 초속 5.7km이다.[5] 이 만한 Δv를 내려면, 초속 3km인 연료 분사 속도를 기준으로 탐사선 질량의 5.7배가 되는 연료와 산화제를 싣고 가야 한다. 화성의 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Δv인 초속 2.1km만 한정하면 탐사선 질량과 비슷한 질량의 연료와 산화제를 싣고 가야 한다. 더 적은 비율의 연료를 사용하면서 같은 Δv를 얻는 방법은 없을까? 연료 분사 속도를 높이면 가능하다.

그림 2. 달과 화성에 궤도선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Δv. 검은색 곡선은 로켓 추진 전의 궤도이고, 파란색 곡선은 로켓 추진 후의 궤도이다. 고도 250km의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이 달을 향한 지구-달 전이 궤도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Δv는 초속 3.1km이고, 화성을 향한 지구-화성 전이 궤도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Δv는 초속 3.6km이다. 달에 가까워졌을 때 고도 100km의 달 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Δv는 초속 0.8km이고, 화성에 가까워졌을 때 고도 200km의 화성 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Δv는 초속 2.1km이다. 그림에서 궤도선의 움직임은 지구, 달, 또는 화성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움직임이다.
그림 2. 달과 화성에 궤도선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Δv. 검은색 곡선은 로켓 추진 전의 궤도이고, 파란색 곡선은 로켓 추진 후의 궤도이다. 고도 250km의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이 달을 향한 지구-달 전이 궤도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Δv는 초속 3.1km이고, 화성을 향한 지구-화성 전이 궤도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Δv는 초속 3.6km이다. 달에 가까워졌을 때 고도 100km의 달 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Δv는 초속 0.8km이고, 화성에 가까워졌을 때 고도 200km의 화성 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Δv는 초속 2.1km이다. 그림에서 궤도선의 움직임은 지구, 달, 또는 화성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움직임이다.

수성탐사선 등에 사용한 이온 추진체

이온 추진체라는 것이 있다. 이온을 전기장으로 가속해 내뿜는 방식의 추진체이다. 이미 소행성 탐사선 돈(Dawn)호와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호에 장착해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다. 돈(Dawn)호에 탑재된 이온 추진체는 원자번호 54번인 제온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 이온을 만든다. 이온을 전기장으로 가속해 내뿜는 속도는 초속 30km 정도이다.[6]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는 일반 로켓 추진체가 연료를 내뿜는 속도보다 10배 정도 빠른 속도이다. 이런 이온 추진체로 초속 5km의 Δv를 내려면 탐사선 질량의 18% 정도인 제온을 싣고 가면 된다. 같은 Δv를 내기 위해 일반 로켓이 탐사선 질량의 4.3배에 해당하는 연료와 산화제가 실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질량만 싣고 가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7]

지금까지 개발된 이온 추진체는 짧은 시간에 몰아서 큰 힘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지상에서 발사하는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대신 우주에서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상황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수개월 또는 그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천체 사이를 비행하면서 궤도 수정이 필요한 경우에 이온 추친체를 사용한다. 소행성대의 베스타(Vesta)와 세레스(Ceres) 주위를 공전하면서 탐사했던 탐사선 돈(Dawn)호는 이온 추진체를 사용해 초속 11km의 Δv를 냈다. 이를 위해 탐사선에 싣고 간 제논의 질량은 탐사선 전체 질량의 35%인 425kg이었다.[6]

그림 3: 소행성 탐사선 돈(Dawn)호에 탑재된 이온 추진기와 같은 종류의 이온 추진기. 제논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 만든 이온을 전기장으로 가속해 초속 30킬로미터의 속도로 내뿜는다 (출처: NASA).
그림 3: 소행성 탐사선 돈(Dawn)호에 탑재된 이온 추진기와 같은 종류의 이온 추진기. 제논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 만든 이온을 전기장으로 가속해 초속 30킬로미터의 속도로 내뿜는다 (출처: NASA).

빛 속도로 빛을 내뿜는 광자 로켓은 어떨까?

만약에 초속 수백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우주선이 필요하다면 이온 추진체로도 감당할 수 없다. 아직 실제 사용한 사례는 없지만 빛을 내뿜어서 추진하면 광자 로켓이면 이론적으로 이런 큰 Δv를 낼 수 있다. 질량은 없지만 초속 30만km로 날아가는 빛을 추진하려고 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쐬면서 로켓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빛을 만드는 에너지를 연료를 태우는 방식으로 생산하면 싣고 가야 하는 연료의 질량이 엄청나게 커야 하기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다. 핵발전과 같이 적은 질량으로도 큰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의하면 질량이 소멸하면 E=mc2만큼의 에너지가 생긴다. 핵폭탄이나 핵발전소처럼 핵분열을 통해 사라진 질량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도, 태양처럼 핵융합을 통해 사라진 질량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도 있다. 궁극의 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소멸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림 4: 광자 로켓: 빛을 내뿜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을 추진한다.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의하면, 질량이 사라지면 그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든다. 이상적인 광자 로켓은 질량을 소멸해 만든 에너지를 모두 빛 에너지로 만든다. 추진 전후의 우주선 질량으로 부터 Δv를 계산할 수 있고, 반대로 목표한 Δv가 있으면 추진 전후의 추진체 질량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8]
그림 4: 광자 로켓: 빛을 내뿜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을 추진한다.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의하면, 질량이 사라지면 그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든다. 이상적인 광자 로켓은 질량을 소멸해 만든 에너지를 모두 빛 에너지로 만든다. 추진 전후의 우주선 질량으로 부터 Δv를 계산할 수 있고, 반대로 목표한 Δv가 있으면 추진 전후의 추진체 질량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8]

질량을 소멸해 만든 에너지를 모두 빛으로 만들어 광자 로켓 추진에 사용하는 이상적인 광자 로켓을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추진 전후의 우주선 질량으로부터 Δv를 계산할 수 있고, 반대로 목표한 Δv가 있으면 추진 전후의 추진체 질량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8]

1톤의 광자 로켓으로 초속 100km의 Δv를 내려면 334g의 질량이 사라져야 한다. 플루토늄-239 1kg이 핵분열을 하면 약 0.9g의 질량이 사라지면서 에너지를 만드므로,[9] 334g의 질량이 사라지려면 약 370kg의 플루토늄-239가 광자로켓 질량 안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전체 질량의 37%가 핵 연료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사용한 핵 연료를 버리면서 날아가면 좀 더 큰 Δv를 낼 수 있다. 핵융합을 이용하면 더 적은 연료면 되고, 반물질을 이용하면 167g의 반물질과 167g의 물질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에너지의 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34g의 질량이 사라져 만든 에너지는 나가사키에 투하했던 핵폭탄 334개가 폭발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10]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1] "University Physics Volume 1", Chapter 9.7, 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https://pressbooks.online.ucf.edu/osuniversityphysics/chapter/9-7-rocket-propulsion/

"Rocket Science 101: Basic Concepts and Definitions", Mechanical & Aerospace Engineering of Utah State University, http://mae-nas.eng.usu.edu/MAE_5540_Web/propulsion_systems/section1/RS_101.pdf

[2] “누리호 시험발사체로 소형위성 발사 시장에 나서자!”, 김승조, 유용원의 군사세계 - 전문가 코너, 조선일보, 2018년 9월 20일, https://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158&pn=0&num=5410

[3] "Space Launch Report: SpaceX Falcon 9 v1.1 Data Sheet", NASA, https://sma.nasa.gov/LaunchVehicle/assets/space-launch-report-falcon-9-data-sheet.pdf

[4] “Ways To the Moon?”, R. Biesbroek and G. Janin, ESA Bulletin, 103, 92 (2002)

[5] 250킬로미터의 지구 저궤도에서 출발해 200킬로미터의 화성 저궤도까지 간다고 가정했다.

[6] "Dawn: An Ion-Propelled Journey to the Beginning of the Solar System", J. R. Brophy, M. D. Rayman, and B. Pavri, Jet Propulsion Laboratory, https://trs.jpl.nasa.gov/bitstream/handle/2014/41370/07-4318.pdf

[7] 일반 로켓의 경우 연료 태워 내뿜는 속도를 초속 3킬로미터라고 가정했다.

[8] “Relativistic Rocket Motion”, J. W. Rhee, American Journal of Physics, 33, 587 (1965)

[9] 플루토늄-239(239Pu)가 핵붕괴 최종 단계까지 갔을 때 손실되는 질량이다.

[10] "Little Boy and Fat Man", Atomic Heritage Foundation, 2014년 6월 23일, https://www.atomicheritage.org/history/little-boy-and-fa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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