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항공우주국이 처음으로 실험한 드래그돛. 나사 제공
지난 4월2일 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전역에서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한 유성이 목격됐다. 그러나 다음날 이 유성이 추락한 지점에서 발견된 물체는 유성이 아닌 중국의 로켓 잔해였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조너선 맥도웰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2월 중국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통신위성을 싣고 발사됐던 우주로켓이다.
요즘 우주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는 나라는 중국이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적극적인 우주굴기 정책을 펴면서 로켓 발사 횟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8년 이후 2020년 한 해를 빼고는 세계에서 우주로켓을 가장 많이 쏘고 있다. 지난해에도 56회 발사로 미국의 45회를 크게 앞섰다.
이에 따라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다 타지 않은 중국 로켓의 파편이 지상에 떨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달 표면에 추락해 국제적 뉴스거리가 된 물체도 2014년 발사돼 수년간 우주를 떠돌던 중국의 로켓 상단일 것으로 우주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중국이 우주돛을 이용해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기술을 최근 선보였다.
상하이우주비행기술연구원은 지난달 발사된 창정2호 로켓의 상단(300kg)를 우주쓰레기로 남기지 않고 궤도에서 치우기 위해 지난 6일 우주돛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보도했다.
‘드래그돛’(drag sail)이라는 이름의 이 우주돛은 연과 같은 형상으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불과한 아주 얇은 막으로 이뤄져 있다. 크기는 약 25㎡다.
드래그돛이 로켓에 달라붙으면 로켓의 대기항력이 높아지면서 로켓이 애초 예상 기간보다 훨씬 빨리 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주쓰레기가 된 모든 저궤도 인공물체에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우주쓰레기 제거 방식이다.
예컨대 고도 700km에서 작동하는 15kg 위성은 임무가 끝난 후에도 120년 동안 궤도를 계속해서 돌 수 있으나 드래그돛을 이용하면 그 기간을 10년 안쪽으로 줄이 수 있다. 창정 2호 로켓에 펼쳐진 드래그돛은 로켓을 2년 안에 대기권에 재진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우주쓰레기가 궤도를 벗어나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기간은 고도에 따라 다르다. 보통 고도 600km 미만 위성은 20년, 고도 1000km 이상은 수백년으로 잡는다.
이번에 드래그돛의 최초 제거 대상이 된 창정2호 로켓은 지난달 23일 원격탐사위성을 궤도로 올려보낸 이후 궤도에 남아 우주쓰레기가 됐다.
이륙하는 중국의 창정 로켓. 중국국무원정보실 제공
드래그돛은 2011년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나노위성 시험을 통해 처음으로 개념증명을 해보였다. 당시 실험위성은 고도 650km 궤도에서 드래그돛을 펼친 뒤 1년이 채 안 돼 대기권에 재진입해 타버렸다.
이후 미국과 일본, 캐나다, 유럽, 영국이 자국의 위성을 대상으로 드래그돛을 실험하거나 실제로 적용한 바 있다. 로켓을 대상으로 시연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위성용 드래그돛을 개발중인 미국 앨라배마대의 프로젝트 책임자 애비 피더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드래그돛은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는 거의 모든 물체에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드래그돛의 장점은 대기항력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장비와 조작이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베스티고 에어로스페이스(Vestigo Aerospace)란 이름의 드래그돛 개발업체를 설립한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출신의 데이비드 스펜서에 따르면 우주쓰레기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려면 수억달러까지 각오해야 하지만 드래그돛을 쓰면 수만달러면 족하다. 이 회사는 2023년 출시를 목표로 위성과 로켓에 쓸 수 있는 두 가지 형태의 드래그돛을 개발하고 있다.
자기장을 이용해 우주쓰레기를 포획하는 ‘오봇’ 상상도. 유타대 제공
현재 주요 우주국가들에서 개발하고 있는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은 주로 그물이나 작살, 로봇팔, 자석 등을 이용해 포획한 뒤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태워버리는 것이다.
영국의 서리대가 몇년 전 그물과 작살로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실험을 한 데 이어 지난해엔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이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와 함께 자석으로 위성을 포획하는 실험 위성을 발사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위성의 활동 시한이 끝나면 내장된 배터리를 점화시켜 이 에너지로 위성을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립도’(LiBDO)라는 이름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미국 유타대 연구진이 회전하는 자석을 이용해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계획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는 자석으로 원통형 자기장을 만들어 그 안으로 우주쓰레기를 끌어들인 뒤, 물체를 직접 잡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연구를 이끈 제이크 애보트 교수(기계공학)는 “마치 커피잔에 소용돌이를 만들면 커피가 이를 따라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우주쓰레기 제거 뿐 아니라 고장난 위성을 잡아 수리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위성 서비스용 로봇을 개발하는 로그 스페이스 시스템스(Rogue Space Systems)라는 업체가 유타대의 자석 방식을 적용한 우주로봇 ‘오봇’(Orbots)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이 컴퓨터 모델로 만든 우주쓰레기 분포도. 지구 저궤도(LEO)와 정지궤도(GEO)에 가장 많이 몰려 있다. 나사 제공
유럽우주국 집계에 따르면 1957년 우주시대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 발사된 로켓 수는 6200여개(실패 포함), 이 로켓을 통해 지구 궤도에 올려진 위성 수는 1만31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아직도 우주에 남아 있는 것은 8400여개, 작동 중인 것은 5800여개다. 나머지는 모두 우주쓰레기인 셈이다. 미국 우주군이 운영하는 우주감시네트워크는 우주에 남아 있는 인공 우주물체의 총 질량이 9900여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우주쓰레기들이 그냥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630여회에 이르는 폭발, 충돌 등이 일어나 다양한 크기의 파편들을 우주에 흩뿌렸다. 2009년에는 러시아의 버려진 위성이 미국 이리듐위성과 시속 수만km의 속도로 충돌해 수많은 파편이 우주 공간에 흩어진 사건이 있었다.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현재 10cm 이상 되는 것이 3만6500여개, 1~10cm 사이가 10만여개, 1cm 이하가 1억3천만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나 아마존의 카이퍼, 영국의 원웹 등 우주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저궤도 군집위성 프로젝트는 우주쓰레기 문제를 더욱 키울 것이다. 1개 이상의 위성을 보유한 국가가 100개국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우주공간은 이제 인류 공통의 문제가 됐다. 2021년 한 해동안 지구 궤도에 위성을 발사한 나라만 40개국이나 된다.
지난 30년 사이 30여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고, 최근 누리호라는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까지 성공한 한국으로서도 우주쓰레기 처리 문제는 이제 당면 과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