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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한국 남성 당 섭취량, 여성보다 많다고?

등록 2022-08-12 10:13수정 2022-08-12 16:40

설탕 해롭다고 감미료 의존하는 것도 위험
WHO “제2형 당뇨·심장병과 연관 가능성
미각 영향줘 더 단 음식을 찾게 하는 경향”
식품에 쓰이는 첨가당 권고 기준은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다. 픽사베이
식품에 쓰이는 첨가당 권고 기준은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다. 픽사베이

단맛은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강력한 선호 미각 가운데 하나다.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고 일상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열량(칼로리) 형태로 얻는다. 칼로리를 더 많이 획득하면 활동력이 그만큼 더 강해진다. 필수 영양소 중 탄수화물로 총칭되는 당류는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에너지원으로 쓰는 영양소다. 이 식품군을 특징짓는 지표가 바로 단맛이다. 따라서 자연 속에서 단맛이 나는 식품을 얼마나 잘 찾아내 섭취하느냐는 인류 진화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단 식품을 너무나 쉽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다. 오히려 당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게 되면서 비만, 당뇨, 충치 등의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디킨대 연구진이 현대인들의 당류 섭취 실태를 분석한 결과 가공 식품과 음료에 함유된 설탕 등 가당과 인공 감미료(NNS)의 양이 지난 10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공중보건영양’(Public Health Nutrition)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히 중국, 인도과 같은 중간소득 국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인공 감미료를 가장 많이는 쓰는 식품군은 제과류였다. 픽사베이
인공 감미료를 가장 많이는 쓰는 식품군은 제과류였다. 픽사베이

한국인의 당 섭취량은?

연구진은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데이터베이스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80개국의 2007~2019년 판매량 수치를 뽑아내 식품과 음료에 포함된 첨가당과 인공 감미료의 양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음료에 포함된 인공 감미료의 양이 1인당 36%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 식품에 첨가된 설탕은 같은 기간 9%가 더 늘었다. 음료에 많이 쓰이는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은 단맛이 설탕의 200배에 이른다.

인공 감미료를 가장 많이 쓰는 식품군은 제과류였다. 아이스크림과 비스킷은 감미료를 쓰는 양이 가장 많이 늘어난 식품군이었다.

연구진은 “음료의 단맛을 내는 데 사용되는 설탕의 양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으며, 증가분의 절반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중간소득 국가 몫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 고소득 국가에선 감미료 사용량이 감소했다.

한국 등 각국의 보건당국은 식품에 쓰이는 첨가당은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에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첨가당으로는 주로 설탕, 액상과당, 물엿, 당밀, 꿀, 시럽, 농축과일주스 등이 있다.

미국심장협회 기준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적정 첨가당 섭취량은 남성의 경우 150칼로리(티스푼 9개, 36g) 이하, 여성의 경우 100칼로리(티스푼 6개, 24g) 이하다. 미성년자의 경우엔 남녀 공히 하루 6티스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설탕을 섭취한다.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하루 티스푼 17개 분량(티스푼 1개=4g)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약 270칼로리에 해당한다. 주요 공급원은 음료, 디저트, 아이스크림, 쿠키류였다.

한국인의 당 섭취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2018)의 1일 평균 당류 섭취량은 58.9g이다. 티스푼으로 14~15개에 해당한다. 남자 63.4g, 여자 54.4g으로 남자가 더 많다. 연령대별로는 10대 청소년(10∼18살)의 당 섭취량이 70.2g으로 가장 많다. 한국인들의 주요 당 공급원은 과일, 음료, 우유류다.

기업들은 탄산음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단맛 재료를 첨가당에서 감미료로 대거 바꿨다. 픽사베이
기업들은 탄산음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단맛 재료를 첨가당에서 감미료로 대거 바꿨다. 픽사베이

고소득 국가선 감소, 저소득 국가선 증가

연구진은 첨가당과 감미료 사용량에서 고소득국과 개도국 간의 차등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도 주목했다.

연구진은 과학자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식음료 대기업들이 고소득 국가의 식음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성장을 위해 중간소득 국가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중잣대로 식품 공급망에 임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음료 판매로 본 첨가당은 고소득 국가에선 22% 감소한 반면 중하위 소득국에선 13~40% 증가했다.

첨가당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단맛을 내는 재료를 첨가당에서 감미료로 바꾸고 있다. 연구진은 탄산 음료에서 그런 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그러나 감미료의 적절한 사용과 관련해서도 별도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 온라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연구진은 감미료 사용이 크게 늘어난 데는 식품 당국의 설탕 억제 정책도 한몫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당국의 규제를 피하거나 소비자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기 위해 설탕 대신 감미료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 실제로 설탕 섭취 억제책을 강력히 펼치는 지역에서 음료의 감미료 양이 크게 늘어났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설탕이 해롭다고 감미료에 의존하는 것 역시 건강상의 위험을 수반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4월 발표한 무가당 감미료의 건강 영향 보고서는 “감미료가 제2형 당뇨와 심장병과 연관이 있을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군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감미료는 미각에도 영향을 미쳐 갈수록 더 단 음식을 찾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공 감미료는 탄산 청량음료와 각종 스낵, 비스킷, 핫도그, 피자, 너겟, 버거, 도넛 같은 초가공식품에서 주로 발견된다. 보통 산업 공정을 통해 대량 생산되는 초가공식품에는 일반 가정 요리에선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꾸밈용’ 첨가제가 들어간다. 그러나 첨가당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자칫 건강한 식품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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