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존재를 확인한 외계행성 WASP-39b 상상도. 크기는 목성의 1.3배이지만 질량은 목성의 28%에 불과한 가스 행성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천문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이번엔 지구에서 700광년 떨어져 있는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찾아냈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지구 탄소 순환의 일부로 인간 활동에 의해 점점 더 많이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행성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존재 여부를 외계 생명체의 화학적 지표를 찾는 데 중요한 단계로 여긴다.
천문학계는 이전에 제임스웹과 같은 적외선망원경인 스피처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통해 외계행성 대기에도 이산화탄소가 있을 것이라는 힌트는 얻었지만 명확하게 확인하지는 못했다. 제임스웹이 뛰어난 적외선 감지력으로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제임스웹이 처녀자리에 있는 거대 가스 외계행성 WASP-39b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감지했다고 25일 발표했다. 2011년 발견된 이 행성은 상당한 양의 물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천체다. 분석 결과는 24일 사전출판논문집 ‘아카이브’에 게재됐으며, 곧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될 예정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가 행성이 별을 통과할 때 포착한 광도곡선. 세 가지 다른 파장(색상)이 포착됐다.
WASP-39b는 크기는 목성의 1.3배이지만 질량은 목성의 4분의 1로 토성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천체다. 이는 900도에 이르는 높은 온도 때문이다. 태양에서 약 8억km 떨어져 있는 목성은 온도가 매우 차지만 WASP-39b는 별에서 매우 가깝다. 태양과 수성 거리의 약 8분의1에 불과한 거리에서 4일에 한 번꼴로 태양급 별을 공전한다.
행성이 별을 통과할 때 별빛의 일부는 행성에 의해 차단되고 일부는 행성 대기 입자에 부딪혀 우리에게 전달된다. 원소별로 흡수하는 빛의 색상조합이 다르기 때문에 대기를 통과한 빛의 파장을 분석하면 행성의 대기 구성 원소를 알아낼 수 있다. 나사는 그동안 이 행성 대기에서 수증기와 나트륨, 칼륨을 찾아냈다.
2022년 7월 10일 근적외선 분광기가 포착한 스펙트럼에서 찾아낸 최초의 이산화탄소 증거 데이터.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분광기는 수백가지 색상을 한꺼번에 가려낼 수 있는 감지력으로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세가지 종류의 파장을 읽어냈다. 분광기가 보내온 파장은 3.0~5.5마이크로미터에 걸쳐 있었다. 분석 결과 평균 4.3마이크로미터 파장(4.1~4.6)에서 이산화탄소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나사는 이는 관측 사상 최초의 명확한 이산화탄소 증거라고 밝혔다.
나사는 “이 범위대의 파장은 물과 메탄, 이산화탄소의 존재를 측정하는 중요한데 이 파장 범위에서 개별 색상의 밝기 차이를 이렇게 미세하게 가려낸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WASP-39b 외계행성의 위치(빨간색 원). Natalie Batalha(샌터크루즈대 천체물리학 교수) 트위터에서
나사는 이번 발견은 앞으로 제임스웹이 지금보다 크기가 더 작은 암석행성의 대기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지구의 생명체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이산화탄소는 중원소함량(metalicity)의 지표 역할을 하는 물질로 행성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데 중요하다. 중원소함량이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한 천체의 중원소함량은 그 천체의 나이를 가늠하는 척도 가운데 하나다.
이번 관측은 지난 7월10일 8시간 동안 진행됐다. 행성이 별을 통과한 시간은 2.8시간이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