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주항공국은 29일 새로운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를 중단했다. 웹방송 화면에 발사 중단을 알리는 자막이 띄워져 있다. 웹방송 갈무리
미국이 야심차게 도전하고 있는 50년만의 달 왕복여행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미국우주항공국(나사)은 29일 발사 예정이었던 새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를 연기했다.
역대 최강 로켓 에스엘에스(SLS)와 우주선 오리온으로 구성된 아르테미스 1호는 이날 오전 8시33분(한국 시각 오후 9시33분) 발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후의 세찬 바람과 번개 등 기상 악화로 추진제 적재가 약 1시간 지연된 데다 발사 직전 엔진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이날 발사를 포기했다. 점화 전에 1단 중앙 발사체 4개 엔진을 냉각시키는 장치 중 하나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나사는 발사 40분 전 카운트다운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날 발사 허용 시간은 오전 10시33분까지였지만 나사는 애초 발사 예정 시각이 지난 직후인 8시34분 발사 시도 중단을 결정했다.
나사의 아르테미스1호 매니저인 마이크 새러핀은 발사 연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견된 로켓 엔진의 문제점을 48∼72시간 이내에 해결한다면 나흘 후인 내달 2일에 재발사가 확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9월2일과 5일을 예비 발사일로 설정한 상태이다.
새러핀은 "에스엘에스가 역대 가장 강력한 로켓이란 점을 고려하면 발사 연기는 일반적인 일"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다.
앞서 나사는 지난 4월에 실시한 로켓의 세차례 발사전 최종 기능점검 시험에서도 밸브 결함, 수소 누출 등 여러 문제에 부닥친 바 있다. 6월의 네번째 시험에선 발사 전 29초까지 카운트다운을 진행한 뒤 ‘시험 성공’을 선언했으나 이때도 수소 누출 문제가 있었다.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의 39B 발사대에서 대기 중인 에스엘에스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에스엘에스와 오리온 우주선은 원래 2017년 발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 기술적 문제,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16번이나 연기되면서 5년이 늦어졌다.
이번 첫 비행은 로켓과 우주선, 지상관제 시스템의 통합 작동 시스템을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나사는 비행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1000개 이상의 센서를 탑재했다.
아르테미스 1호 우주선에는 사람 대신 무니킨 캄포스라는 이름의 사령관 마네킨과 조하르, 헬가라는 이름의 여성 마네킨이 탑승해 있다. 캄포스에는 표준 우주복을 입히고 우주여행 중에 우주비행사가 느낄 진동, 중력, 방사선 등을 측정한다. 여성 마네킨에는 몸의 각 조직에 우주 방사선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기 위한 센서 5600개가 부착됐다. 비교를 위해 한 마네킨(조하르)에는 방사선 조끼를 입혔다. 여성의 몸은 남성보다 방사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잉이 주도적으로 제작한 높이 98m의 에스엘에스(SLS) 로켓은 아폴로 때 사용했던 새턴5(111m)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힘은 더 강력하다. 추력이 3990톤으로 새턴5(3400톤)보다 15% 더 많다.
4개의 RS-25 액체연료 엔진이 있는 1단 코어와 두개의 고체 부스터로 구성돼 있으며 달까지 27톤 이상의 물체를 보낼 수 있다. 극저온 액체 수소와 산소를 추진제로 쓰는 이 엔진은 우주왕복선에서 사용하던 것을 개조했다.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오리온은 탑승 정원이 4명으로 아폴로 우주선보다 내부공간이 50% 더 넓다. 도킹하지 않고 21일, 도킹 상태에선 6개월까지 우주에 머물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