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데이터를 가시광선 파장으로 변환한 후의 용골자리 성운. 미국항공우주국/우주망원경연구소 제공
6월 말부터 본격적인 관측 활동에 들어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사진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우리를 웅대하고 신비로운 우주 세상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세밀한 고해상도 우주 사진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제임스웹에 포착된 우주는 어떤 과정을 거쳐 화려한 모습의 사진으로 재탄생할까?
우주 사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진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친다. 카메라와 분광기가 보내오는 단색 이미지와 데이터를 분석해 색을 입힌 뒤 적절한 비율로 보정하는 3단계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천문연구원 양유진 책임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제임스웹의 사진은 한마디로 깜깜한 우주 속에서 적외선의 투시력을 통해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천체나 현상을 포착한 뒤, 적외선 파장대별로 색상을 부여해 조합한 것이다.
근적외선카메라로 촬영한 용골자리 성운의 원시 이미지.
적외선 데이터를 가시광선 파장으로 변환한 후의 용골자리 성운. 미국항공우주국/우주망원경연구소 제공
제임스웹엔 근적외선에서 중적외선에 이르는 광범위한 범위의 적외선 관측 장비 4개가 탑재돼 있다. 이 장비들은 초당 28메가비트의 속도로 하루에 57.2GB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낼 수 있다. 하루 2GB를 처리하는 허블의 약 30배다.
나사는 캘리포니아와 마드리드, 캔버라 3곳에 있는 안테나를 통해 관측 데이터를 받는다. 데이터가 지구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처음 받는 건 흑백 이미지가 포함된 이진법 파일이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의 제임스웹 이미지처리팀을 이끌고 있는 조지프 드파스콸(Joseph DePasquale)은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 받는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물체도 없는 검은 화면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온통 어둡게만 보이는 각 화소에는 미세한 음영의 차이가 있다. 밝기에 따라 0(검정색)에서 100(흰색)까지 값이 주어진다. 그 사이에 있는 값이 무려 6만5천가지나 된다. 이 음영 속에 상세한 데이터들이 숨어 있다. 어두울수록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왼쪽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카메라로 찍은 남쪽고리성운의 적외선 단색 사진, 오른쪽은 파장별로 색상을 부여한 컬러사진. 미국항공우주국/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기기에 있는 카메라용 필터 휠.
제임스웹으로부터 원시 데이터를 전송받은 지상의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가 그 미세한 차이를 읽어내 안에 숨겨져 있는 천체와 우주 현상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준다.
망원경의 카메라에는 관측 대상 전체를 각기 다른 파장대역별로 포착하는 필터가 따로 있다. 각 필터가 잡아낸 적외선 흑백 이미지를 받으면, 이미지 처리 장치를 이용해 파장대역별로 빛의 3원색인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을 부여한다. 원시 이미지에서 밝고 어두운 정도에 따라 영역별 세 가지 색상의 구성비가 달라지는데 필터 대역이 촘촘히 나눠져 있을수록 색상도 세분화할 수 있다.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라엔 29개, 중적외선기기엔 10개의 필터가 있다.
양 책임연구원은 “대체로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의 파장별 색상을 기준으로 색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파장이 짧을수록 녹색과 파란색이 더해지고, 파장이 길수록 적색이 더해진다. 마치 음악에서 음이 너무 높을 경우 원곡보다 낮은 키로 연주하듯, 눈으로 볼 수 없는 긴 파장의 스펙트럼 대역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짧은 파장의 스펙트럼 대역으로 복사해 옮기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관측기기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합치면 하나의 컬러사진이 만들어진다. 이때 망원경이 포착한 빛의 전체 스펙트럼을 다 담을 수 있도록 적절히 색을 분할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기계적 작업이 끝난 뒤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 이미지를 위해 색조(톤)를 조정하면 화려한 우주 사진이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색상을 부여하는 기본 목적은 과학적 분석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기왕이면 사람들의 우주 상상력과 호기심, 미적 감각을 동시에 충족시키자는 취지다.
과학 칼럼니스트 데릭 로우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기고문에서 우주 사진의 탄생 과정을 ‘과학 도구와 상상력의 예술적 협업’으로 요약했다. 그는 “우리 망막과 뇌는 적외선을 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외선 파장에 색상을 부여할 수 없다”며 “(따라서 우주 사진을 보고) 진짜 색상이냐고 묻는 것은 의미없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망원경의 모양과 거울을 떠받치는 기둥 배치에 따라 별빛의 회절 무늬가 달라진다.
제임스웹을 포함한 우주망원경 사진에는 또다른 특징이 있다. 별빛이 둥글지 않고 가시가 돋아나 있듯 여러 갈래로 뾰족하게 뻗어 있다는 점이다. 영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돌기 모양을 ‘회절 스파이크’(diffraction spikes)라고 부른다. 별 기호(☆)를 연상시키는 이 무늬는 빛과 망원경의 특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별 사진 고유의 형상이다.
빛은 중심에서 바깥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속성이 있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을 그리며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 이를 점확산기능(Point spread function)이라고 부른다. 빛은 렌즈를 통과하면서 동심원 모양의 회절 무늬를 생성한다. 렌즈가 클수록 동심원도 커진다. 빛이 뻗어나가다 모서리에 닿으면 굴절되면서 방향을 바꾼다. 따라서 주거울의 모양이 어떠냐에 따라 회절 스파이크 모양도 달라진다.
제임스웹과 허블 우주망원경의 스테판 5중주 은하 사진 비교. 왼쪽 제임스웹 사진에선 별빛의 회절 스파이크가 6~8개, 오른쪽 허블 사진에선 4개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18개의 작은 거울로 구성된 웹의 주거울엔 6개의 모서리가 있다. 주거울 앞에 있는 보조거울을 떠받치는 3개의 기둥도 빛을 굴절시킨다. 이에 따라 빛은 거울을 통과하면서 모두 12개의 회절 스파이크를 만든다.
그러나 길이 7.6m인 3개의 기둥 가운데 아래쪽에 있는 2개의 기둥이 만드는 4개의 회절 스파이크는 주거울의 스파이크와 겹친다. 이는 나사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아래쪽 2개 기둥 간격을 150도로 설정해 기둥 회절 스파이크가 모서리 회절 스파이크 속에 묻혀버리게 했다.
그 결과 제임스웹이 포착한 별에는 총 8개의 회절 스파이크가 생성된다. 따라서 8가지 방향으로 빛나는 회절 스파이크는 제임스웹 관측 사진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셈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는 보조거울을 떠받치는 3개의 기둥이 있다. 이것 역시 회절 스파이크를 만들어낸다.
허블망원경은 주거울은 모서리가 없는 원형이지만 보조거울을 떠받치는 4개의 기둥이 있다. 이 때문에 허블의 사진에는 4개의 회절 스파이크가 있다.
회절 스파이크 모두가 항상 선명하게 나타나는 건 아니다. 관측 대상인 천체의 밝기에 따라 기둥이 만들어내는 회절 스파이크는 희미하거나 안 보이기도 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