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펜실베이니아대 제공
코로나19는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고 세계화의 바퀴를 거꾸로 돌릴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쏟아져 나온 엄청난 데이터와 숫자 뒤에는 이런 희생이 놓여있다. 이 희생과 대가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팬데믹이 마지막일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석은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향후 신종 바이러스 대응 전략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19는 세계적인 규모로 변이 진행 과정이 제대로 추적된 최초의 팬데믹이다. 물론 이전에도 대유행은 있었지만, 바이러스 유전자의 빠른 분석이 가능한 PCR과 서열분석 기술이 제대로 준비된 것은 21세기 이후였기 때문이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 그리고 수많은 하부 변이. 이미 우리가 경험한 대로 코로나19 변이는 신출귀몰했다.
그 이유는 첫째 RNA 유전자, 둘째 복제시 재조합 발생기전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니 간단히 코로나 유전자는 변이에 더욱 최적화 되어 있는 상태라는 정도로 기억해두고, RNA 유전자라는 점에 집중하자. 이전 칼럼에서 DNA 유전자를 가진 원숭이두창은 변이 발생이 드물다고 하였다. 이번 시간에는 코로나19의 RNA 유전자와 비교하면서 그 이유를 알아볼 것이다. 이를 이해하면 앞으로 팬데믹의 주인공 역시 RNA 바이러스 중에서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생물인 바이러스 입자가 숙주세포 내로 들어가면 자신과 동일한 자식 바이러스 입자를 대량으로 복제해 낸다. 이것은 바이러스 입자 속에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는 의미이고, 당연히 이 정보들은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다. 유전자 이외의 구성 성분들은 숙주 세포로 이 유전자를 배달하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다. 실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만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숙주세포에 강제로 주입하면 완전한 바이러스 입자가 튀어나온다. 이런 이유로 바이러스는 곧 유전자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유전자라고 하면 DNA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최소 생명 단위인 세포에서만 통하는 진실이다. 무생물과 생물의 경계에 놓여있는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형태의 DNA와 RNA를 유전자로 가지고 있다 (그림1). 구체적으로 보면 DNA 바이러스가 두 가지 (1, 2번), RNA 바이러스가 세 가지 (3, 4, 5번), 역전사 바이러스가 두 가지 (6, 7번)가 있다. 이렇게 각종 바이러스는 7개의 유전자 종류로 크게 분류가 된다.
그림1. 유전자에 따른 바이러스 분류. 출처: 바이러스의 시간
이 분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4번 양성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에 속하고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는 1번 이중가닥 DNA바이러스에 속한다. 그림에서 이 둘은 점선으로 둘려 있는데, 이 점선은 세포를 지배하는 생명의 중심 원리를 표시한 것이다. 생명의 중심 원리는 DNA와 RNA에 담긴 생명정보가 단백질로 만들어진다는 대원칙이다. 이것은 생명정보의 일방통행을 뜻하며, 반대 방향인 단백질에서 유전자로는 생명정보가 흘러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생물 입자 상태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 종류가 아무리 다양해도 숙주세포 안에서만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바이러스라도 생명의 중심 원리에 구속된다. 즉 모든 바이러스는 복제를 위해 자기 단백질을 만들려면, 양성 단일가닥 RNA 형태(세포에서는 mRNA(메신저RNA))의 유전자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 자기 단백질을 만들어 최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여기가 모든 바이러스 증식의 병목 지점이다.
그림에는 다양한 유전자들이 mRNA 형태로 변환되는 과정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 병목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증식 전략을 가지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양성가닥 RNA 유전자를 가져 세포의 mRNA와 동일한 형태를 지닌다. 즉 세포 내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자기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반면 DNA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는 전사라는 과정을 거쳐 mRNA 형태를 만든 다음 단백질을 만든다. 한 단계가 더 필요한 것이다. 그림 5번 음성가닥 RNA 역시 양성가닥으로 전환되는 추가적인 과정을 거쳐야 mRNA 형태가 된다. 6번 역전사 바이러스의 경우는 RNA 유전자가 DNA로 변환된 후 mRNA 형태로 만들어지는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유전자 변환 과정은 각 바이러스의 사람 사이의 전파 특성과도 연결된다. 대부분 RNA 바이러스는 빠른 증식과 전파를 이용해 자기 유전자를 퍼트린다. 코로나19 같은 급성 감염 바이러스에 흔한 전파 특성이다. 반면 DNA 유전자를 가진 경우나 중간에 DNA를 생성해야 하는 경우처럼 mRNA형태를 만들기 위해 추가적인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경우는 아급성 내지 만성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바이러스들은 증식 속도가 느린 대신 면역을 회피하기 위해 세포의 신호 전달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빠르게 증식하는 경우는 면역의 개입 전에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만, 느리게 증식하는 경우는 면역의 공격을 받게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변이란 곧 유전자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코로나19와 원숭이두창의 유전자 복제시 변이 가능성을 비교해보자. ‘그림 2’는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숙주 세포 내에서 복제가 될 때 돌연변이 한 개가 발생하는 유전자 길이를 비교한 것이다. 코로나 유전자가 3만개 정도의 염기로 구성되었으니, 유전자 하나가 복제될 때 대략 3개 정도의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한 숙주세포에서 복제되는 바이러스 입자가 약 천개 정도라면 3개의 돌연변이를 가진 천개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원숭이두창의 경우 유전자가 20만 염기 정도이니 대략 5~6개의 복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하나 포함되는 정도이다. 거기에 증식속도도 느리고 한 세포에서 복제되는 바이러스 수도 적다.
그림2. 유전자 복제 시 돌연 변이 하나가 발생하는 염기의 길이.
이중가닥 DNA 자체가 안정적인 생명 정보의 보관이 주된 목적인 것을 생각하면 원숭이 두창의 돌연변이 발생률이 낮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에서 돌연변이는 대부분 치명적인 결과로 연결되지만, 원시적인 자기복제 물질인 바이러스의 세계에서는 돌연변이가 곧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성 확보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DNA 바이러스가 가진 유전 정보의 안전성은 바이러스의 적응 진화에는 큰 걸림돌이다. 이는 과거에 악명 높던 천연두 바이러스가 멸종한 가장 큰 이유다. 이와 반대로 코로나19 같은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들의 유전적 다양성은 DNA 바이러스보다 10~100만배 더 많이 확보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이유로 종간 장벽을 휙휙 건너다니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들은 대부분 RNA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어디선가 RNA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거기에 호흡기 전파도 의심된다고 하면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걱정하고 준비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