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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아인슈타인도 부정한 양자역학…‘입자의 얽힘’으로 증명해내다

등록 2022-10-05 07:00수정 2022-10-05 09:25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 3인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알랭 아스페 파리사클레대 교수(왼쪽부터)와 존 에프 클라우저 미국 버클리대 전 교수,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 노벨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알랭 아스페 파리사클레대 교수(왼쪽부터)와 존 에프 클라우저 미국 버클리대 전 교수,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 노벨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2022년 노벨물리학상은 양자역학 분야에 돌아갔다. 2012년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와인랜드(78)와 모로코 출신 프랑스 물리학자 서지 아로슈(78)가 양자컴퓨터 개발의 가능성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지 10년 만이다.

올해 노벨상을 받은 알랭 아스페(75) 파리사클레대 교수와 존 에프 클라우저(80) 미국 버클리대 전 교수, 안톤 차일링거(77)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원리를 증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양자컴퓨터에서 양자 정보를 주고 받으려면 양자의 원격 이동이 필요하다. 양자 원격이동이 가능하려면 ‘얽힘’(entanglement)이라는 핵심 물리현상을 이해하고 실현해야 한다.

양자 원격이동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모르는 양자 상태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원격이동이라 하면 흔히 축지법이나 영화 <플라이>와 <스타 트렉>이 떠오른다. 고전역학적 의미에서 원격이동은 물질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공간적으로 순간 이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현재로선 불가능한 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objects)이 매질(matter)과 형태(form)로 이뤄졌다고 정의했다. 현대에 우리는 이를 에너지(energy)와 구조(structure)라고 한다. 양자역학에서는 기본입자(elementary particles)와 양자상태(quantum state)로 나눈다.

매질과 에너지는 중간 지점을 거쳐야 이동이 가능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한 입자의 양자 상태가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에 상관없이, 또 연결 지점 없이 다른 입자에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이 1993년 증명됐다.

이를 이용하면 집적회로의 고집적화에 따른 양자현상화를 피해, 상상을 뛰어넘는 양자 전산의 시대에 돌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4년 ‘아르에스에이(RSA) 129’로 알려진 129 자릿수(digit number)를 소인수분해하는 데 세계 1600여대의 워크스테이션을 병렬연결해 8개월이 걸렸다. 250자릿수면 80만년, 1000자릿수면 10의 25제곱 해가 걸린다. 우주 나이보다 많은 시간이다. 펜티엄급 양자컴퓨터가 실현되면, 1000 자릿수의 소인수분해를 하는 데 몇 시간이면 된다고 한다.

얽힘은 어떤 현상일까? 두 입자가 얽혀 있다는 것은 두 입자의 어떤 특성, 곧 편광상태나 스핀, 원자의 준위 등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한 아이는 왼손잡이, 다른 아이는 오른손잡이라 하고, 형제 가운데 한 명을 10억광년 떨어진 ‘어린왕자의 별’에 보냈다고 가정하자. 지구에 남은 아이에게 과자를 줘 왼손으로 잡으면 ‘어린왕자의 별’에 있는 아이는 오른손잡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양자세계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모른다. 다만, 둘은 앙숙이어서(얽혀 있어서) 한 아이가 오른손을 들면 다른 아이는 반드시 왼손을 든다.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인지 모르는 사람이 지구에 남아 있는 한 아이와 악수를 했다. 어느 쪽 손으로 썼는지는 모르지만, 그 정보가 ‘어린왕자의 별’에 있는 아이에게 전달이 되면 그 아이는 지구의 아이와는 반대쪽 손을 내밀 것이다. 서로 앙숙이니까(서로 얽혀 있으니까). ‘어린왕자의 별’에 있는 아이가 내민 손을 알면,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 무슨 손잡이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얽힘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았다”며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얽힘 현상이 ‘텔레파시 같은 방법’으로 묶이는 ‘먼 곳에서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비꼬며, 1935년 친구 포돌스키(Boris Podolsky), 로즌(Nathan Rosen)과 함께 10억광년이 떨어진 곳의 한 광자에 순간적으로 다른 광자의 정보가 전달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고실험을 한다. 이른바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즌 역설’(EPR 패러독스)이다. 빛보다 빠른 정보전달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양자 상태의 원격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믿기 어려운 원거리작용은 1965년 존 스튜어트 벨(1928∼1990)에 의해 측정(measurement)된다.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한 양자 원격이동 개념은 미국 물리학자 찰스 에이치. 베넷(79)에 의해 정리됐다. 베넷과 동료들은 1993년 <피직스 리뷰 레터스>에 “고전적인 채널과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즌 채널에 의한 모르는 양자 상태의 원격이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논문 내용의 요약은 “어느 모르는 양자 상태는 고전적 정보와 EPR 관계로 분해될 수 있고, 또 그것들로 재구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송신자 ‘앨리스’와 수신자 ‘밥’은 EPR-상관된 입자 짝을 미리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앨리스는 그녀의 EPR 입자와 모르는 양자 계에 대한 연결 측정을 하고, 이 측정의 고전적 값을 밥에게 보낸다. 이 정보를 가지고 밥은 그의 EPR 입자의 상태를 모르는 양자 상태의 복제품으로 만든다. 이 복제품에 의해 이미 앨리스는 파괴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얽힘 현상을 이용하면 양자 원격이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었고, 베넷의 가설은 4년 뒤인 1997년,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차일링거 연구팀과 이탈리아 물리학자 프란시스코 데 마르티니 연구팀에 의해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차일링거 연구팀은 광자를 측정한 뒤 케이블을 통해 1m 떨어진 곳에 전송해 원래와 똑같은 상태의 광자를 만들어냈다.

영화 <스타 트렉>의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 선장 커크처럼 인간이나 물체가 원격이동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10의 29제곱 개의 원자를 한꺼번에 읽어낼 양자 컴퓨팅 스캐너의 등장도 어려울 뿐더러,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양자 컴퓨터의 등장은 올해 노벨상을 받은 세 과학자의 연구 성과로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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