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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감싼 피부는 “사람 피부보다 얇다”…경이로운 3겹의 층

등록 2022-10-09 09:54수정 2022-10-10 09:53

남반구의 초승달 아래서 후광처럼 빛나는 지구의 대기층. 주황 및 빨간색은 대류권, 파란색은 성층권, 그 위의 짙푸른 색은 중간권이다. 2021년 12월6일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나사 제공
남반구의 초승달 아래서 후광처럼 빛나는 지구의 대기층. 주황 및 빨간색은 대류권, 파란색은 성층권, 그 위의 짙푸른 색은 중간권이다. 2021년 12월6일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나사 제공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엔 지구 표면만 찍히는 게 아니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층도 카메라에 잡힌다. 대기층은 생명체 유지의 필수 원소들을 공급해주는 화수분이자, 우주에서 날아오는 유해 입자들을 막아 지구의 식생을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고도별로 다른 대기 구성 입자와 밀도는 빛의 산란에도 영향을 줘 층별로 각기 다른 색의 하늘을 연출한다. 지구의 대기층은 그런 면에서 지구라는 천체를 휘감고 있는 아우라(후광)라고도 할 수 있다.

일부에선 우주와 맨 처음 접촉하는 지구의 끝자락이라는 뜻에서 대기층을 ‘지구의 팔다리’(Earth’s limb)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지구 대기층의 이런 특성을 아주 잘 담아낸 우주 사진을 공개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가 해질녘 지구의 지평선과 대기층의 단면을 포착한 사진이다.

우주정거장이 뉴질랜드에서 동쪽으로 약 1100km 떨어진 남서태평양의 고도 400km 상공을 통과할 때 촬영했다. 어둠에 파묻힌 지구 표면과 붉고 푸른 겹겹의 대기층, 그 위에서 밝게 빛나는 달이 서로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붉은 노을 위로 초승달이 뜬 것으로 보아 일몰 무렵에 찍은 사진임을 알 수 있다. 남반구의 초승달 모양은 북반구와 정반대 방향이다.

대류권과 성층권, 중간권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대류권과 성층권, 중간권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대류권과 성층권, 중간권의 차이는?

사진 속에서 주황색과 빨간색이 지구 대기의 가장 낮은 층인 대류권이다. 지표면에서 고도 10km까지의 구간이다.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각종 먼지와 연기, 수증기 등이 어우러져 구름을 만들며 천변만화의 기상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주황색과 붉은색 사이의 검은 줄무늬는 구름이다. 전체 대기 질량의 80%, 수증기의 98%가 대류권에 있다. 대류권의 상한고도는 위도와 계절에 따라 다르다. 극지보다 적도에서 높고, 겨울보다 여름에 높다,

대류권 바로 위의 파란색 대기층은 성층권이다. 고도 50km까지 뻗어 있는 성층권에는 구름이 없다. 그 위의 짙푸른 지역은 중간권(고도 50~85km)이다.

대류권은 고도가 올라갈수록 지표면의 복사열에서 멀어지면서 온도가 하락하는 반면 성층권은 오존층이 햇빛을 흡수함에 따라 고도가 올라갈수록 온도가 상승한다. 성층권의 공기 밀도는 대류권의 1000분의 1이다.

1991년에 폭발한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은 1500만톤의 이산화황 입자를, 올해 초 남태평양 수중에서 폭발한 통가 화산은 1억5천만톤의 수증기를 성층권에 뿌렸다. 이 입자들은 몇달 또는 몇년에 걸쳐 성층권에 머물면서 지구의 기온과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

일몰시의 지구와 대기층.
일몰시의 지구와 대기층.

지구 대기층과 그 너머의 달.
지구 대기층과 그 너머의 달.

우주에서 보면 피부보다 얇은 편린

위의 두 사진은 해질녘 노을에 물든 지구 대기층(위)과 대기층 너머로 보이는 달(아래)을 촬영한 사진이다. 해질녘의 지구 대기는 빨간색으로 물들었고 그 아래의 지구 표면과 우주는 어둠에 묻혀 있다. 지구 대기층 너머로 보이는 달에는 대기가 없어, 지구와 같은 아우라를 볼 수 없다. 두 사진 역시 우주정거장에서 촬영했다.

지구를 보호하는 대기층은 지구 생명체 보호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구의 크기와 비교해 보면 아주 얇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드그라스 타이슨은 이를 ‘사과 껍질’에 비유한 바 있다.

국제우주정거장 340일 연속 체류 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의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는 2016년 지구로 돌아온 직후 “우주정거장은 대기가 얼마나 허약한지 알게 해준다”며 “우리 행성을 오랜 시간 내려다보고 나면 환경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인기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USS엔터프라이즈호 선장역을 맡았던 윌리엄 샤트너는 지난해 12월 블루오리진의 고도 100km 준궤도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자신이 본 지구 대기층에 대해 이런 감상평을 남겼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이 공기는 피부보다 얇다. 그것은 가느다란 편린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조각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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