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니콘스몰월드 1위 ‘마다가스카르의 도마뱀붙이 태아의 발’. 63배 확대 사진이다. Grigorii Timin, Dr. Michel Milinkovitch
현미경은 생물학, 지질학, 화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에서 과학자들이 주요하게 쓰는 기본적인 도구 가운데 하나다. 과학자들은 현미경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생명체와 사물의 구조와 질서, 법칙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이제는 원자 수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극저온전자현미경까지 나왔지만, 수배~수십배율의 광학현미경만으로도 놀라운 미시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카메라 전문기업 니콘이 현미경 사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모전 니콘스몰월드가 48회를 맞은 올해의 수상작을 최근 발표했다.
영예의 1위는 아프리카 동부의 마다가스카르섬에서 서식하는 낮도마뱀붙이(Phelsuma grandis) 태아의 발 사진이 차지했다. 스위스 제네바대의 그리고리 티민 연구원이 형광 염색 처리를 한 뒤 63배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이 연구원은 “실제 태아의 발은 3mm에 불과하지만 고해상도의 현미경에는 매우 큰 피사체”라며 “이틀 이상 걸려 200기가바이트 용량에 이르는 300장을 이어붙여 완성했다”고 말했다.
사진에서 청록색은 신경이며 뼈와 힘줄, 피부 및 혈액 세포는 노랑 및 주황색으로 표현됐다. 가장 밝은 부분은 석회화가 시작된 뼈다.
지도교수인 미셸 밀린코비치는 과학미디어 ‘사이언스뉴스’에 “확대해서 봐도 축소해서 봐도 아름답다”며 “처음엔 아름다운 발가락 무늬가 보이고, 확대하면 뼈가, 더 확대하면 힘줄이, 더더욱 확대하면 혈액세포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최쪽은 고해상도 현미경과 사진 합성 기술, 예술적 창의성이 훌륭하게 결합된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2022 니콘스몰월드 2위 ‘유방 조직의 유선포와 이를 둘러싼 근상피세포’. 40배 확대 사진이다. Caleb Dawson
2위는 유방 조직을 40배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전체적인 모양은 포도송이를, 각 포도알의 무늬는 표고버섯을 연상시킨다.
젖을 분비하는 유선포를 노란색과 자홍색의 근상피세포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쭉 뻗은 노란색 선은 모유를 수유할 때 옥시토신 호르몬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형광 염색을 한 뒤 촬영을 마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2022 니콘스몰월드 3위 ‘쥐의 장 혈관조직’. 10배 확대 사진이다. Sinem Karaman
3위는 다 큰 쥐의 장에 있는 혈관 조직을 10배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올해 공모전에선 1위에서 20위까지 20편의 입상작을 포함해 모두 92개 작품이 결선에 올랐다.
2022 니콘스몰월드 5위 ‘점균’. 10배 확대 사진이다. Alison Pollack
5위는 습기 가득한 나뭇잎 더미와 썩어가는 통나무에 서식하는 점균(점액 곰팡이)의 10배 확대 사진이다. 털모자에 달린 장식용 방울 또는 월드컵 트로피를 연상시킨다.
점액 곰팡이의 머리는 대부분 매끈한 상태에서 포자를 방출하는데 이 곰팡이는 너무 빨리 말라버리면서 주름이 많이 잡혀 있다. 147개의 개별 사진을 합성해 완성했다. 피사체를 의인화하기 좋아하는 사진작가 앨리슨 폴락은 크기가 비슷한 두 방울을 부모와 자식, 두 연인 또는 형제자매와 같은 관계에 비유했다.
2022 니콘스몰월드 10등상 ‘딱정벌레 턱에 잡힌 파리’. 3.7배 확대 사진이다. Murat Öztürk
10위는 3.7배 확대한 길앞잡이(딱정벌레류 곤충) 사진이 차지했다. 딱정벌레의 날카롭고 강력한 턱이 아래쪽 파리의 눈에 꽂혀 있는 장면이다.
이 포식자는 파리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순식간에 파리를 낚아채 일시적으로 실명시킨다.
2022 니콘스몰월드 6위 ‘양초의 타지 않은 탄소입자들’. 2.5배 확대 사진이다. Ole Bielfeldt
6위는 불이 꺼진 양초 심지와 아직 타지 않은 탄소 입자를 2.5배 확대한 사진이 차지했다.
빨간색 심지의 끝이 이제 막 불이 꺼졌음을 말해준다. 수소와 탄소 원자로 이뤄져 있는 탄화수소 덩어리인 양초는 불을 붙이면 산화하면서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바뀐다. 그러나 일부는 다 타지 못하고 이렇게 그을음으로 남는다.
6위와 10위 사진은 불과 2~4배만 크게 보아도 전혀 다른 ‘세상 속 세상’을 볼 수 있음을 입증해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