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이 뼈의 강도를 측정한 부위들. 인디애나대 제공
국제골다공증재단(IOF)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약 5억명이 골다공증 질환을 앓고 있다. 50살 이후 여성 3명 중 1명, 남성 5명 중 1명이 골다공성 골절을 겪는다. 재단은 뼈 건강을 위해 비타민D를 포함한 충분한 영양 섭취, 운동, 금연, 금주와 함께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5가지 권고안 중에서도 운동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핵심이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뼈에 충격이나 압박이 가해지면 뼈가 이에 적응하기 위해 더 단단해진다. 19세기에 이 원리를 발견한 독일 외과의사의 이름을 따서 ‘울프(또는 볼프)의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약 운동을 하지 못한 채 1달 동안 침대에 앓아누웠다면 건강할 때 1년 동안 발생하는 양만큼 뼈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뼈를 튼튼히 하는 데는 달리기처럼 몸을 앞뒤로만 움직이는 운동보다 축구처럼 몸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운동이 더 좋은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직선 운동보다 지그재그식 운동이 낫다는 얘기다.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진은 부상이 자주 발생하는 크로스컨트리 부문의 여성대학생 선수 32명의 뼈 구조와 강도를 촬영해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미국스포츠의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스포츠와 운동 의과학’(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농구, 축구 등 다방향 움직임이 필요한 스포츠를 한 그룹(14명)이 수영이나 달리기, 사이클처럼 단방향으로 움직이는 스포츠를 했던 그룹(18명)보다 뼈가 더 튼튼했다.
달리기같은 단방향 운동보다 축구처럼 몸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운동이 뼈 건강에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연구진은 부상이 잦은 말단 정강이뼈와 발등 뼈를 측정해 분석한 결과, 어릴 적에 다방향 스포츠를 즐긴 그룹은 단방향 스포츠에만 전념한 그룹보다 10~20% 더 강한 뼈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예컨대 다방향 스포츠 그룹은 단방향 스포츠 그룹보다 정강이뼈의 피질 영역이 17.1% 더 많았고, 두께는 15.8% 더 두터웠다. 파괴하중(구조물이 손상되는 하중)은 다방향 스포츠 그룹이 19.5% 더 컸다.
또 발등뼈인 제2중족골의 경우도 다방향 스포츠 그룹이 피질과 두께는 10.4%, 파괴하중은 18.6% 더 컸다. 이런 차이는 다방향 스포츠 그룹이 그만큼 부상을 입을 위험이 낮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육상 선수가 달리기에 전념하기 전에 다방향 스포츠로 더 튼튼한 뼈를 만들어 놓아야 골절 부상을 피할 수 있다는 권고를 뒷받침해준다고 밝혔다.
스튜어트 워든 인디애나대 연구부학장(물리치료학)은 “운동선수로 성공하려면 일찌감치 한 가지 종목을 골라 전념해야 한다는 오해가 널리 퍼져 있다”며 “그러나 최근의 데이터를 보면 어린 시절에 특정 종목에 전념하는 운동선수는 혹사에 따른 부상 위험이 더 높고 대학이나 프로로 진출해서 성공할 가능성은 더 적다”고 말했다.
워든 교수는 “따라서 부모든 코치든 어린 선수에게 너무 일찍 한 분야에만 전념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적절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적어도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한 가지 종목에만 몰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는 또 이미 다방향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뼈의 강도와 실력 향상을 위해 휴식과 회복 기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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