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때 안면 근육은 크게 입과 뺨, 눈가 세 부위에서 움직인다. 픽사베이
“웃으면 복이 와요.”
1970~80년대 코미디 TV프로그램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이 말은 웃음의 긍정적 효과를 한마디로 압축한 말로 널리 회자된다. ‘웃으면 젊어진다’(一笑一少 一怒一老)는 옛말도 귀에 익다. 실제로 웃음은 신체적, 정신적 활력을 높여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일찍이 선조들도 웃음의 이런 효과에 착안한 웃음요법을 개발해 활용해 왔다.
웃을 때 안면 근육은 크게 세 부위에서 움직인다. 우선 입가가 귀쪽으로 확장되며 입꼬리는 위를 향한다. 뺨 근육은 위쪽으로 올라가고, 눈가에는 주름이 잡힌다.
그렇다면 일부러 이런 표정을 지어도 기분이 좋아질까?
진화론의 개척자 찰스 다윈도 이런 의문을 가졌다. 그는 1872년 세 번째 저작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자신이 찾아낸 해답을 이렇게 풀어놨다. “감정을 스스럼없이 바깥으로 표출하면 감정이 극대화한다. 감정을 흉내내는 것도 감정을 마음에서 우러나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즐거운 감정이, 우는 표정을 지으면 슬픈 감정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이처럼 주관적 감정 경험이 표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을 안면피드백 가설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억지 웃음의 효과에 관한 연구들은 꼭 일치하지만은 않았다. 1988년에 실시된 한 유명 실험에 따르면, 아래와 위 입술이 닿지 않도록 입에 펜을 물고 코믹만화를 보면 만화를 볼 때의 즐거움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6년 같은 유형의 실험을 다른 17개 연구진이 독립적으로 시도한 결과, 이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2019년 그동안 발표된 138개의 웃음 효과 연구를 종합분석했다. 그 결과 미소짓는 표정은 감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더 많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실험에 나섰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진이 19개국 3878명을 대상으로 억지 미소의 효과를 실험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펜을 입에 무는 동작은 감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픽사베이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을 우선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어 첫째 그룹엔 펜을 입에 물도록 하고, 둘째 그룹엔 웃는 배우의 표정을 따라하도록 했다. 마지막 셋째 그룹엔 실제 미소를 지을 때처럼 입가를 귀쪽으로 당기고 뺨을 들어올리도록 요청했다.
이와 함께 각 그룹 참가자들의 절반엔 실험 중 강아지나 고양이, 꽃, 불꽃놀이처럼 유쾌한 느낌을 주는 사진을 보여주고, 나머지 절반엔 빈 화면을 보여줬다. 또 똑같은 사진을 아무런 표정없이 보는 실험도 추가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어떤 실험인지 간파할 경우 정확한 효과 측정이 어려울 것을 우려해, 미끼실험으로 수학문제를 푸는 실험을 함께 실시했다.
실험 결과 웃는 표정을 흉내내거나 입을 귀쪽으로 잡아당긴 참가자들의 행복감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이 무표정한 상태로 유쾌한 사진을 볼 때 느끼는 행복감 증가도 비슷했다.
그러나 입으로 펜을 문 참가자들의 기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는 펜을 무는 동작이 실제 미소와 비슷한 표정을 만들지 못한 탓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예컨대 펜을 무는 동작에는 실제 미소에는 없는 ‘이를 악무는 동작’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다른 두 동작, 즉 실제 미소를 따라하는 동작은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가 분명했다고 밝혔다. 또 유쾌한 사진을 보며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행복감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