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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과 항원검사, 뭐가 더 효율적일까…감염자 비율에 달렸다

등록 2022-12-29 09:02수정 2022-12-29 10:15

데이터로 보는 ‘한국의 코로나 3년’(13)
5부 : 진단 검사의 정확도-검사 방식별 장단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에 빨간색 한 줄이 뜨면 감염되지 않았을 뜻한다. 한겨레 자료 사진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에 빨간색 한 줄이 뜨면 감염되지 않았을 뜻한다. 한겨레 자료 사진

PCR 검사는 매우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검체에 조금이라도 바이러스가 있으면 양성으로 판정한다. 감염된 지 2~3달이 지나도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2020년 2월 확진자 폭증의 첫 신호였던 31번 확진자의 경우 70일 이상 격리할 만큼 PCR검사에서 양성이 오랫동안 나왔다.[6] 미국 질병관리센터에 의하면 감염에 노출된후 3개월 동안 PCR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한다.[7] 사실상 PCR검사는 몸에 바이러스가 조금만 있어도 무차별적으로 양성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PCR검사는 검사 역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보유하고 있는 DNA를 증폭하고 감지하는 PCR 장비의 갯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의 검체를 섞어 하나의 검체처럼 검사하는 취합 검사 방식을 이용해 검사할 수 있는 사람 수를 늘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취합 검사는 감염자 비율이 충분히 낮을 때는 효과적이지만, 감염자 비율이 높아지면 검사할 수 있는 사람수도 줄어든다. 감염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취합 검사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검사할 수 있는 사람수는 더 줄어든다.

항원 검사는 바이러스 양이 많은 사람은 양성이 나올 확률이 크지만, 바이러스 양이 적은 사람은 음성이 나올 확률이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PCR검사에서 Ct값이 25보다 작은 검체, 다시 말해 원래 바이러스 양이 많았던 검체만을 대상으로 하면 항원 검사의 민감도는 90%이상 나온다.[4] 하지만 PCR 검사 Ct값이 25를 넘을 만큼 바이러스 양이 적은 검체로 한정하면, 항원 검사의 민감도는 30%가 안될 만큼 상당히 낮다. 바이러스 양이 적을 때는 감염자와 접촉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와 감염된 후 시간이 충분히 지난 때다.

항원 검사의 장점은 검사 결과가 매우 빨리 나오고 PCR 검사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PCR 장비와 같은 특별한 장비 없이 검체를 체취한 현장에서 15분 정도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 진단 키트와 검체 체취 의료 인력이 충분하면 검사량을 PCR검사보다 훨씬 더 많이 늘릴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사 받는 사람 본인이 직접 검체를 체취해 검사 키트로 결과를 볼 수도 있다. 전문 인력이 아닌 검사 당사자 본인이 직접 검체를 채취하기 때문에 항원 검사의 정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그림 5-8. PCR 검사와 항원 검사의 장단점
그림 5-8. PCR 검사와 항원 검사의 장단점

어떤 때 어떤 검사 방식을 택해야 하나

한국의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하기 전까지 취합 검사 방식으로 검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에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할 수 있는 사람수는 감염자 비율과 취합 검사에서의 취합 크기에 따라 다르다. 감염자 비율이 낮으면 더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고 감염자 비율이 높으면 검사할 수 있는 사람수가 줄어든다. 감염자 비율이 낮으면 취합 크기를 더 크게 할 수 있는데, 민감도가 보장된다면 검사할 수 있는 사람 수는 더 늘어난다.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받고 양성이 나오는 감염자의 비율이 1% 또는 그 이하로 유지되면 PCR검사를 이용한 취합 검사 방식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문제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가다. 한국에서 델타 변이로 인한 감염 확산이 정점이었던 12월 중순 하루 신규확진자는 6000명 이상 나왔고 그중 3분의 1은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된 사람들이다.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한 사람수는 하루에 20만명 또는 그 이하였다.

감염자 비율이 1%보다 충분히 낮으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취합 검사 방식으로 검사할 수 있는 사람수는 더 늘어난다. 감염자 비율이 낮을 때는 하루 신규 확진자수도 적다. 하지만 한국에서 낮은 감염자 비율로 늘어난 검사 역량을 충분히 활용한 기간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감염자 비율이 충분히 낮을 때 감염자가 있을 확률이 높은 집단을 찾아 적극적으로 검사를 하면 더 많은 무증상 감염자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찾은 무증상 감염자를 격리함으로써 감염 확산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감염자 비율이 충분히 낮을 때는 늘어나는 검사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감염자 비율이 1%를 훌쩍 넘으면 취합 검사를 하는 것이 점차 비효율적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개별 검사 방식의 PCR검사와 병행해 항원검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항원검사가 모든 감염자를 다 찾아낼 수는 없지만, 적극적으로 반복 검사를 하면 감염 전파 위험이 있는 감염자 대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감염된 지 얼마 안돼 바이러스 양이 적은 감염자는 항원 검사로 찾기 어렵다는 문제 때문에, 항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기 이전에는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항원 검사는 PCR 검사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검사해 감염자를 더 많이 격리함으로써 감염 확산 규모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1년 4월부터 약국에서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혜윤 한겨레 기자 unique@hani.co.kr
2021년 4월부터 약국에서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혜윤 한겨레 기자 unique@hani.co.kr

격리 해제 판단할 땐 항원 검사가 유용

항원 검사는 감염된 지 시간이 많이 지나 바이러스양이 다시 적어지는 경우에도 음성으로 판단한다. PCR검사는 감염된 지 오래 되어도 몸에 바이러스가 있으면 양성으로 판정한다. PCR검사의 이런 높은 정확도는 감염 초기 바이러스양이 증가할 때 바이러스를 조금만 지닌 사람들을 양성으로 판정해 이들을 격리함으로써 감염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이면서 바이러스 양이 적어 Ct값이 큰 경우는 한 번의 PCR검사만으로 감염된 지 얼마 안된 사람인지 감염된 지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는 언제 감염됐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항원 검사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바이러스 양이 많아 PCR검사에서의 Ct값이 낮게 나온 경우라면 감염 전파 위험이 큰 사람이기 때문에 바로 격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바이러스 양이 적어 Ct값이 높게 나오면 이 확진자가 감염된 지 얼마 안돼 앞으로 바이러스 양이 늘어나는 사람인지 아니면 감염된 지 오래되어 바이러스 양이 줄어드는 사람인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격리가 필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양이 적어 Ct값이 높은 경우 감염 초기여서 그런지 아니면 감염된 지 한참 지나서 그런지는 항원 검사를 반복하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양이 적어 PCR검사에서 Ct값이 큰 사람들만 따로 항원 검사를 2일 후, 4일 후, 6일 후에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에 감염 초기라면 바이러스 양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후 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감염된 지 한참 지난 경우라면 바이러스 양이 더 줄어들기 때문에 항원 검사에서 계속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항원 검사에서 계속 음성이 나오는 무증상 확진자라면 감염된 지 오래된 감염자로 간주해 격리를 해제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검체를 전문 의료인력이 아닌 검사받는 사람 본인이 채취하는 자가진단의 경우 항원 검사의 민감도가 낮아지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성능이 좋은 자가진단키트를 적절한 가격에 충분히 공급하고 어떻게 자가 검사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반복해서 검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러면 감염 전파 위험이 있을 만큼 바이러스 양이 많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비율이 논문에서 발표된 수치만큼은 아니더라도 더 높일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극저온전자 엑스선 단층 사진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른쪽 아래 막대 길이는 30나노미터다. Credit: B. Turoňová et al./Science
극저온전자 엑스선 단층 사진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른쪽 아래 막대 길이는 30나노미터다. Credit: B. Turoňová et al./Science

연재를 마치며 : 감이 아닌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야

2020년 상반기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격리 해제 기준이었던 PCR검사 이틀 연속 음성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지나치게 엄격했다. 감염된 후 언제까지 감염을 전파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 당국으로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엄격한 격리 해제 기준은 격리 해제가 되는 날로부터 거꾸로 언제쯤 감염되었는지 또는 언제쯤 확진되었어야 하는지 추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2020년 2월18일 31번 확진자로부터 시작된 대구 지역 확진자 폭증을 부른 감염 전파는 이미 2월 초부터 시작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염 전파는 확진되기 전에 확진자에 의한 전파뿐만 아니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찾지 못한 감염자’에 의한 전파도 상당하다. 검사를 받아 확진된 사람들은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 전파를 일부 기간이나마 막을 수 있지만, ‘찾지 못한 감염자’에 의한 감염 전파는 격리 자체가 없기 때문에 더 긴 시간 동안 일어날 수 있다. 확진자수에 비해 얼마나 많은 ‘찾지 못한 감염자들이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도 방역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하다.

‘찾지 못한 감염자’ 수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항체 검사가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몸안에 바이러스와 대항해 싸우는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기준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검사다. 중국 우한시는 1차 코로나 유행이 지나간 후 시민 수만명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실시해, 실제 확진된 사람수보다 10배 정도 많은 사람이 감염됐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감염자 중 사망자 비율인 감염자 치명률은 0.79%였다. 대략 126~127명이 감염되면 1명이 사망하는 치명률이다.

한국의 포항시가 실시한 ‘1가구 1인 진단 검사’ 결과를 통해서도 몇단계의 계산 과정을 거치면 한국의 감염자 치명률을 계산할 수 있다. 그 값도 우한시의 항체 검사 결과와 비슷하다. 백신 접종 이전의 확진자 치명률을 우한시의 항체 결과로 추정한 감염자 치명률 또는 포항시의 ‘1가구 1인 검사’로 추정한 한국의 감염자 치명률과 비교해 계산하면 ‘찾지 못한 감염자수’가 어느 정도였는지 추정할 수 있다. 2020년 말까지 한국에서 ‘찾지 못한 감염자수’는 확진자수보다 1.5배 이상 더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치명률은 많이 낮아졌지만 2021년 11월말과 12월 초 사이 한국에서는 신규 확진자수가 폭증하면서 의료역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육박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당시 신규 확진자의 4-5배 이상 많은 ‘찾지 못한 감염자’들이 있었고 확진자들도 너무 늦게 확진되면서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가 10일 정도로 줄어드는 매우 안 좋았던 상황이었음을 알려준다.

한정된 PCR 장비로 더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는 취합 검사는 어떤 시기에 어떤 취합 크기로 사용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신규 확진자수가 증가하고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 감염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취합 검사의 취합 크기를 늘리면 더 많은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 받는 사람들 중 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을 해보면, 취합 크기를 늘려도 더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었고 신규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항원 검사 위주의 검사 체제로 전환하는 적절한 조처를 취했다.

검사의 정확도와 관련해 위양성 문제를 제기하던 전문가도 있었다. 위양성으로 인한 정확도 문제는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 감염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낮은 경우에 따져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감염자 비율이 상당히 낮은 경우에는 취합 검사 방식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위양성 문제가 거의 사라진다. 사실상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어떤 문제를 제기할 때는 그 문제와 관련된 논리에 대한 검증과 계산을 충분히 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에 기반한 감으로만 판단하면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사전에 데이터 분석과 계산을 통해 문제 자체가 적절한지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필요하면 주위의 물리학자에게 문을 두드리시라.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문의에 기꺼이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의외로 많은 세상만사에 물리학의 기본 원리가 적용된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6] “코로나19 최장 입원 대구 31번 확진자 완치 후 퇴원”, 이강일, 연합뉴스, 2020년 4월 26일, https://www.yna.co.kr/view/AKR20200426038700053

[7] “Ending Isolation and Precautions for People with COVID-19: Interim Guidance”, CDC,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hcp/duration-isola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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