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화성 탐사선 퍼시비런스가 예제로 충돌구에서 찍은 회오리바람. 나사 제공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로봇탐사차가 화성에서 포착한 폭 25m, 높이 118m의 회오리 먼지바람 소리와 영상을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9월 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 앞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었을 때 공교롭게도 오디오와 카메라가 함께 켜진 상태여서 운좋게 사진 촬영과 소리 녹음이 함께 이뤄진 것을 프랑스 툴루즈대 연구진이 분석한 내용이다. 공개된 오디오에선 퍼시비런스 앞을 휘몰아쳐 오는 바람 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선명하게 들렸다.
공기가 희박한 화성에서 부는 바람도 전기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을까?
나사(미국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이 화성의 기후모델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이론상 화성에서도 풍력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속도라면 바람의 힘이 지구 바람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지구에서처럼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 데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과학자들이 바이킹 2호가 1977년 화성의 먼지폭풍 기간 중 보내온 풍속 자료를 분석한 끝에 풍력 에너지를 1차 또는 2차 전력 자원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이렇게 약한 바람도 화성에서는 큰 먼지 폭풍을 일으켜 탐사장비에 큰 피해를 입힌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오히려 바람의 피해를 줄이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춰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발상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연구대로라면 지금까지의 탐사선들이 주로 써온 태양광 에너지에 선택지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연구를 이끈 나사 에임스연구센터의 빅토리아 하트윅 연구원은 화성에서 6명의 우주비행사가 일년간 거주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지구용으로 설계된 기존 기후 모델을 화성에 맞게 수정해 적용했다. 화성 궤도선 마스글로벌서베이어와 과거 바이킹 탐사선을 통해 확보한 화성의 지형과 열 에너지, 먼지 수치, 태양 복사 에너지 화성 정보를 기후모델에 집어넣어 화성의 지역, 주야간, 계절, 연도에 따라 풍속이 어떻게 바뀌는지 시뮬레이션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화성의 각 지역에서 100% 효율의 풍력 터빈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을 계산했다.
연구진은 또 지구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서로 다른 크기의 상업용 터빈 4개가 생산할 수 있는 이론상의 전력을 계산했다. 그런 다음 이를 6명의 우주비행사가 500 화성일 동안 화성에 체류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비교했다.
유인 탐사에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풍력 에너지가 있는 화성의 지역들. 빨간색 네모는 5일평균발전량 24kw 이상을 연중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지역, 파란색 세모는 생명유지시스템(14.2kw 이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지역, 검은색 원은 과학장비 전력(2.2kw 이상) 공급이 가능한 지역, 파란색 원은 착륙 후보지. 등고선은 연간 평균 풍력발전량이 14.2kw(오렌지색), 24kw(파란색) 이상인 지역을 나타낸다. 네이처 천문학
그 결과 풍력 에너지는 햇빛이 없는 밤이나 먼지폭풍이 일 때 태양광 에너지를 보완해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해 쓸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트윅 박사는 “애초엔 기대하지 않았던,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풍력 에너지는 충돌구 가장자리와 화산 고원에서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보였다. 겨울에 쌓인 얼음을 날려버리는 화성 북반구의 매서운 바람은 바닷바람처럼 강했다. 이는 바람을 통해 탐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진은 풍속 분석을 통해 이전 연구에서 과학자들이 지목한 50곳의 유인 탐사 후보지 중 10곳에서 풍력을 보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 유인 탐사가 가능한 지역 13곳을 새로이 발굴하는 성과도 거뒀다. 연구진은 몇몇 지역에서는 연간 평균 풍력 발전량이 태양광 발전량을 최대 3.4배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가 찍은 화성의 회오리바람. 바람이 일으킨 먼지 알갱이들이 하늘을 뒤덮으며 다가오고 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연구대로라면 적절한 발전기가 개발될 경우 향후 화성 유인탐사에서 유용한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도 근처의 화성 탐사에서는 태양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극지를 탐사하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인 탐사의 경우, 풍력 에너지를 이용하면 위험성이 있는 핵에너지를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번 연구는 또 유인 탐사의 유망 후보지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극지방이라는 점에서, 햇빛이 약한 극지의 잠재적 2차 에너지원을 발견했다는 의미도 있다.
비디오 게임 ‘서바이밍 마스’(Surviving Mars)에 묘사된 가상의 화성 풍력 터빈.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이 최고의 풍력 발전 후보지로 꼽은 곳은 북위 35도의 듀테로닐루스 멘새(Deuteronilus Mensae)와 북위 38도의 프로토닐루스 멘새(Protonilus Mensae)로 얼음이 많은 화성 북반구 중위도 지역이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에 50미터 높이의 중형 터빈을 설치하면 우주비행사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풍력 터빈 건설이 실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판단하려면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트윅 박사는 “그러나 가볍고 크기가 작은 풍선 터빈과 화성 현지의 물질을 이용하면 대형 장비를 화성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50-022-01851-4
Assessment of wind energy resource potential for future human missions to Mars
nature astronom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