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문(안쪽)과 슈퍼문(바깥쪽) 비교 사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6일은 검은 토끼해(계묘년)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이날 밤 하늘에선 옛 사람들에게 ‘방아 찧는 토끼’의 상상력을 안겨준 달 앞면의 거대한 암흑 지형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암흑 지형의 오른쪽이 토끼의 머리, 왼쪽이 몸통이다. 몸통을 이루는 지름 3000km 크기의 ‘폭풍의 대양’은 39억년 전 지름 300km의 초대형 운석이 충돌하면서 움푹 들어간 분지다.
서양에선 새해 처음으로 뜨는 보름달을 ‘늑대의 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늑대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시기에 뜨는 달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새해 첫 보름달은 서울 기준으로 오후 4시35분에 떠서 다음날 아침 7시23분에 진다. 그런데 이 보름달은 평소보다 겉보기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문이다. 지구를 타원궤도로 돌고 있는 달이 지구에서 가장 먼 지점에 있을 때 뜨기 때문이다.
달과 지구의 거리(중심 기준)는 가장 가까울 때엔 36만3400km(근지점), 가장 먼 때엔 40만5500km(원지점)이다. 6일 저녁 보름달이 뜰 때 달과 지구의 거리는 40만5000km가 조금 넘는다.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 38만4400km보다 2만km 더 먼 지점이다. 보통 달이 지구에서 40만5000km 이상 떨어져 있을 때 뜨는 달을 마이크로문으로 규정한다.
올해는 마이크로문이 두차례 뜬다. 6일에 이어 2월5일에 뜨는 정월대보름달도 이름이 무색하게 마이크로문에 속한다.
반대로 달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울 때 뜨는 보름달은 슈퍼문이라고 부른다. 대략 지구와의 거리가 36만7000km 이내면 슈퍼문으로 본다.
달의 원지점과 근지점의 거리 차이는 4만km를 웃돈다. 이에 따라 지구에서 본 마이크로문은 슈퍼문보다 14% 작게 보인다. 이는 빛을 받는 영역이 그만큼 작아진다는 걸 뜻한다. 따라서 슈퍼문보다 덜 밝게 보인다.
2023년 새해 첫 보름달은 평소보다 작은 마이크로문이다. 픽사베이
마이크로문은 조석간만의 차에도 영향을 미친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큰 때는 지구를 기준으로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일 때다. 이를 사리라고 한다. 지구에서 볼 때 달과 태양이 같은 방향에 있을 때(초승달)와 정반대 방향에 있을 때(보름달) 사리가 일어난다.
그러나 마이크로문은 지구와의 거리가 더 멀어 조석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평균적인 사리 때보다 수위의 변화 폭이 5cm 더 작다.
보름달이 뜨는 주기는 29.5일이다. 12주기를 완료하는 데 354일이 걸린다. 따라서 한 해에 13번 뜨는 때가 있다. 올해가 바로 그런 해다.
오는 8월엔 1일과 30일 두번 보름달이 뜬다. 특히 8월30일에 뜨는 보름달은 올해 가장 큰 슈퍼문이다. 13번의 보름달은 대략 2.5년 주기로 온다.
시간대에 따라 토끼를 연상시키는 보름달 앞면의 암흑 지형 위치가 바뀐다. 이태형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 제공
달이 떠 있는 시간대에 따라 보름달 속 토끼의 자세는 계속 바뀐다.
동쪽(왼쪽)에서 떠오를 때는 머리가 상대적으로 더 위쪽으로 있다가 서쪽(오른쪽)으로 지면서 머리가 점차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따라서 사진 속 보름달의 토끼 머리 위치를 보면 어느 시간대에 찍은 사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태형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달의 공전궤도(백도, 달의 겉보기 이동경로)는 지구의 공전궤도(황도, 해의 겉보기 이동경로)와 5도 차이로 거의 비슷한데 황도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 달의 적도, 즉 토끼 머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여름과 겨울에는 위의 그림처럼 토끼의 머리가 맨 위로 올라간 상태, 즉 바로 선 상태로 보름달이 떠오른다. 한밤중에 가장 높이 떴을 때는 토끼 머리가 보름달의 오른쪽 중간 정도로 내려온다. 이어 서쪽 하늘로 질 때쯤엔 머리가 맨 아래로 처진다. 이 관장은 “가을에는 여기서 조금 더 오른쪽으로, 봄에는 조금 더 왼쪽으로 기울어진 토끼를 상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